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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오토 세일

“죽는 게 직업인 청년”

영화 ‘미키 17’ 내달 28일 개봉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7 2025 10:50 AM

"봉준호, 배우들 가장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감독"


봉준호 감독은 머리를 자꾸 뒤로 뺐다. 함께 사진 촬영하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에 비해 얼굴이 크게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를 장난기 어리게 드러냈다. 패틴슨은 오른손을 내밀어 하트 반쪽 모양을 만들었고, 봉 감독은 바로 왼손을 들어 하트를 완성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2월 28일 개봉) 기자간담회에서였다.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만으로도 영화 ‘미키 17’ 촬영장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패틴슨은 이날 행사를 위해 지난 19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봉 감독 "평범하고 좀 불쌍한 청년 이야기"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시튼의 ‘미키 7’(2022)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2050년 우주 식민지 개척에 나선 우주선에서 일회용품처럼 쓰이며 사망과 복제를 거듭하는 인물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주인공이다. 봉 감독은 “인간 냄새로 가득한 SF영화”라며 “미키라는 되게 평범하고 힘 없고 어찌 보면 좀 불쌍한 청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우주 개척을 배경으로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미키 17’의 제작비는 1억5,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은 “한국 감독 영화로는 역사상 최고액이 들어갔다”고 보도한다. 봉 감독은 “논두렁을 경운기 타고 가는 형사 모습을 찍던 때(‘살인의 추억’)와 큰 이질감을 느낀다”고 표현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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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왼쪽)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환한 표정으로 질의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봉 감독의 색채는 여전하다. 원작 소설에서 역사 교사였던 미키는 사채를 끌어들여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망한 자영업자로 바뀌었다. 자영업 폐업을 반복하며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기생충’(2019) 속 기택(송강호) 가족을 연상시킨다. 봉 감독은 “미키는 죽는 게 직업인 인물로 가장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키는 죽은 후 서류 뽑듯이 다시 ‘출력’이 되는데 이는 기존 영화 속 복제와 다르다”며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픈 미키의 사연에 계급 문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원작보다 미키가 죽는 횟수를 늘리고 싶었어요. 7번보다 10번은 더 죽어야 노동자 느낌이 표현될 수 있으니까요.”

봉 감독은 “‘더 배트맨’(2022) 같은 슈퍼 히어로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굿타임’(2017)과 ‘라이트 하우스’(2019) 같은 인디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인” 패틴슨을 주목했다. “미키 17과 미키 18이 동시에 등장하니 1인 2역을 해낼 수 있는 연기력”이 필요해서였다.

 


패틴슨 "봉 감독은 배우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분"

패틴슨은 “봉 감독은 지금 전 세계에서 배우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네다섯 감독 중 한 분이라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빠르게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오래전 ‘살인의 추억’(2004)을 봤는데 말도 안되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장르 구분 없이 보게 만든 영화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봉 감독이 “네다섯 감독은 누구냐”고 짓궂게 묻자 패틴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제가 앞으로 연기를 계속해야 하니 계속 바뀐다(밝힐 수 없다는 의미)”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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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속 미키는 우주선에서 험한 일을 하며 사망과 복제를 거듭하는 인물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패틴슨은 “봉 감독이 굉장히 계획적이고 확신에 찬 연출을 한다”고 평가했다. “다른 현장과 달리 빠르게 촬영이 진행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촬영 일주일이 지나자 출연 배우들이 ‘이 현장이 정말 좋다”고 절로 말할 정도였다”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미키 17’에는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과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등도 출연한다. 봉 감독은 “러팔로는 생애 처음 악역을 연기했다”며 “그는 ‘저의 어떤 모습을 보고 악역을 제안느했냐’며 의아해하다가 나중에 좋아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제 영화 중 처음으로 로맨스가 나온다”며 슬쩍 내용을 흘리기도 했다.

SF영화다 보니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봉 감독은 “요즘 누구나 그렇듯 저도 AI에 대해 검색하고 공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AI보다 잘 쓰는 게 목표”라며 “3쪽 중 1쪽 정도는 저만의 강점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키 17'은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서 세계 처음 상영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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