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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황금기의 시작, 인류 재앙의 출발
토론토생태희망연대 칼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2 2025 04:46 PM
트럼프 시대의 우울한 기후전망
“미국의 황금기가 이제 시작됩니다”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20일 취임사에서 내빈에 대한 의례적인 인사말 다음으로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고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도널드 트럼프 비공식 취임연설. EPA
워싱턴DC의 연방의회 로툰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트럼프는 차분하고 평이한 단어로 취임사를 이어갔다. 전체적 주제는 ‘미국 마음대로,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미국이 최고인 세상을 만들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강대국으로서 국제적 책임감이나 균형감은 없고 약육강식의 세상을 만들어 이미 가장 강한 미국이 더욱 강해져서 황금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연설은 내내 소위 ‘국뽕(국가주의에 취한)’을 부추키는 문장들이 이어졌고 800여석을 가득 메운 대부분이 백인인 참석자들은 수없이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얼굴은 감격에 찼고 격정적이었으며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트럼프 왼쪽 옆자리의 바이든 전임 대통령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극 소수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박수도 치지 않았다.
미국이 최고가 되기 위해 트럼프는 국제 조약도 아낌없이 걷어찼다. 취임 첫날 서명한 100여건의 행정명령 가운데 파리 기후협약 탈퇴가 무심한 듯 들어 있었다. 미국이 배출한 온실가스인 탄소는 전세계가 배출한 탄소의 25%로 단일 국가 최고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전체(22%)보다 많다. 산업혁명을 일으켜 2백여년 석탄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유럽전체보다도. 현재도 미국은 해마다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중국과 바이든의 미국은 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석유 산업을 점진적으로 위축시키려는 방향을 움직여 작은 기대감을 보여주었지만 이제 미국의 배신으로 틀어져 버렸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렸던 COP29(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기후재난 완화를 위해 올해부터2035년까지 매년 1조3천억달러를 여러 형태로 저개발국(남반구 국가)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대로 라면 당연히 미국은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COP29의 모체인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함으로 미국은 그나마 비강제적이고 느슨했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트럼프가 “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다시 번영하고 전세계에서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모든 나라의 선망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주권을 되찾을 것이다. 우리의 안전은 회복될 것이다” 라고 했지만 세상이 과연 이런 미국을 존경해 줄지, 선망의 대상으로 볼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식민지였던 적이 있었거나 적어도 세계 최고 강대국이 아니었다면 몰라도.
게다가 더 우려스러운 일은 이미 트럼프 측 일부 인사들이 그가 다시 4년 후에 대선에 또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연이어 2번 하는 것이 아니니 연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대선이 시작되는 3년 후 쯤엔 이 문제가 미국 정계를 다시한번 휘청거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나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지금의 기조를 바꿀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이런 미국은 ‘국제 조약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무법자처럼 행동할 것이 뻔하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LA 산불로 인한 피해를 언급했지만 “이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후문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Drill, Baby, Drill(뚫자, 우리가 뚫자) !
취임사에서 다시 울려 퍼진 이 구호에 역시 지지자들을 열광했다. 더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해 미국의 에너지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에 수출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고 재생에너지 산업 대신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메시지에 우리는 침울해 질 수 밖에 없다.
1월 20일이 트럼프 지지자들 에게는 그의 말처럼 “미국 시민 해방의 날”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구촌 모두는 “지구 멸망의 문턱에 선 날”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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