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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 원칙은 법원난입 폭력에도 적용?

안티고네가 옳은가, 크레온 왕이 옳은가(하)


Updated -- Jan 25 2025 11:52 AM
  •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 Jan 24 2025 02:55 PM

법과 정의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의 문제


*Henry David Thoreau 미국 사상가 1817~1862(향년 44세)

저서: ‘On the Duty of Civil Disobedience(시민불복종이라는 의무에 대해서)’ 

‘시민불복종’이라는 현대적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최근의 한국 법원난입 난동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까. 

 

법원.jpg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을 습격, 유리문을 부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19일 서울 서부지법에 난입, 경찰과 패싸움을 벌이고 기물을 파손했다. 무려 3시간 동안. 강성 우파의 대표인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동자라고 보도됐다. 전 목사는 ‘국민저항권’을 내세우며 이같은 국민 권리가 헌법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법원에 대한 폭력행위를 정당화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 헌법학자 6명은 "이들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규탄하면서 "재판결과를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전에 폭력으로 국가기관을 파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사건 뿐 아니라 윤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의원 체포조의 여의도 파견에 대해서 우리 해외동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보는 계엄에 대한 국민 판단을 돕기 위해서 2,500여년 전 그리스의 소포클레스가 지은 희곡 ‘안티고네’ 일부를 소개하고 (한국일보 18일자 지면 및 웹사이트 16일자 참조) 신의 법=자연의 법= 즉 정의가 인간이 정한 법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소로는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으나 세속적 출세의 길을 거부하고 고향 콩코드로 돌아와 사색과 집필의 삶을 살았다. 독실한 청교도 신자, 채식주의자, 독신주의자였다. 한국에서는 숲속 은둔의 삶에 대해 쓴 수상록 '월든. 1854'로 유명하다.

1846년 소로가  하루 동안 감옥에 수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소로는 미국 정부가 일으킨 멕시코-미국 전쟁(1846-1848)에 반대하고 노예제 폐지를 신조로 가졌기 때문에 6년 동안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수감됐다가 지인이 몰래 그의 세금을 납부해서 석방됐다. (**인두세: 납세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각 개인에게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세금.)

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소로는 1849년 '시민불복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미국의 마틴 루서 킹 목사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과 용기를 주었다.

“우리는 먼저 사람이 되고 그 다음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로는 외쳤다.  

실정 법보다 상위에 있는 자연법 상의 정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의한 실정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묻는다. 

세상에는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그 법을  무시하고 반항할 것인가. 

소로는 ‘불의를 행사하는 악법’의 예로 노예제도를 유지하는 정부를 언급하면서 이런 정부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한 행위에 동조하는 공범이다. 그러므로 다같이 세금납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노예를 갖지 않거나 그런 공범자 그룹에서 탈퇴한다면, 그 때문에 형무소에 갇힌다면, 그것은 결국 미국의 노예제도를 폐지시킬 것이다…인권유린 정부 밑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있을 곳은 감옥 뿐이다.

소로는 자신의 납세 거부 행위를 거론하면서 자기같은 사람이 1천 명만 되어도 평화적인 혁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폭력보다 평화적 방법을 선호한 것이다.   

소로는 저서에서 국가의 투표제도를 무시하고 시민불복종만 하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그는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종이조각 한 장을 던지는 것이지만 당신의 모든 역량을 투표지에 쏟아 넣어라. 소수는 다수에게 고개를 숙일 때 가장 무력하다…..그렇지만 정의를 위해 혼신을 다해 대항한다면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는다. 

 

소로.jpg

헨리 데이빗 소로(위키피디아)

 

노예제 폐지를 위한 무장투쟁

소로가 쓴 말년의 저작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은 '월든', '시민불복종'과 달리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존 브라운(1800-1859)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브라운은 미국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독실한 청교도 신자였고 열렬한 노예제 폐지론자였다. 그는 평화적 방법으로는 노예제가 폐지될 수 없다고 판단, 폭력적 무장투쟁에 나섰다. 

1859년 브라운은 추종자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연방군 조병창을 습격했다. 병기제작 공장에서 무기를 탈취해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무장시키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12명의 추종자들이 죽고, 해병 대원 한 명이 피살됐으며 작전 36시간 만에 브라운 일당은 체포됐다.  

브라운은 노예제 폐지를 포함한 버지니아주 헌법 초안까지 준비했다. 이보다 앞서 브라운은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납치해서 미국서 노예로 팔아먹는 노예사냥꾼 살해사건에 관여했었다. 

법원은 1859년 11월2일 조병창 습격을 반역죄로 인정, 브라운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레 미제라블'의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 소로의 정신적 스승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 등 저명인사들이 사면 운동을 벌였지만 그는 한 달 후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때 브라운은 한편으로는 광적인 테러리스트로, 다른 한편으로는 노예제 폐지의 영웅으로 평가 받았다. 

그는 죽었지만 ‘존 브라운 박물관’은 현재 미국 곳곳에 있어서 그의 혼을 위로한다. 말년의 소로는 존 브라운을 적극 옹호,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이라는 연설문을 썼다.  

당시 브라운에 대한 동정적인 언론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했다. 노예제 반대는 좋지만 폭력은 안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의롭지 못한 세속의 법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속의 법에 저항했다.

이 연재의 (상)에서 본 안티고네의 논리와 동일하다.

소로는 브라운이라는 개인을 최고의 미국인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에서 어느 누구도 그토록 끈질기게 인간 존엄성 - 노예해방을 옹호한 사람은 그 후에 등장한 에이브러햄 링컨 외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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