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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압박과 더그 포드 온주총리의 반격
김남수 경제시평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an 27 2025 05:09 PM
달러 대 달러 원칙 대항하면 양국이 모두 피해자
김남수씨
제2기 트럼프 시대가 열리면서 캐나다에 대한 25% 추가 관세 압박이 터져나오자 캐나다 정치지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국민들은 누구 말을 따라야하는지 의문이다. 그중 유일하게 정면도전을 선언한 더그 포드 온주총리의 대응이 각광을 받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라는 슬로건으로 그동안 공언한 선거공약들을 정책으로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신제국주의(New Imperialism)가 부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휩싸였다. 그 중에서도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 전 품목에 대하여 오는 1일부터 25%의 고율 관세를 집행하겠다는 선언은 몹시 위협적이다. 미국 대통령과 한판의 경제전쟁을 펼쳐야 하는가.
이러한 위기를 감지한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그의 취임 전 플로리다의 그의 저택을 방문하고 친밀함을 과시하면서 회유하려 했으나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영입하겠다는 막말 조롱에 웃음거리가 됐다.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안하무인격 발언이었다.
중대한 시험에 직면한 트뤼도 총리는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정권의 핵심인물 프릴랜드 재무장관과 불화를 초래했고, 프릴랜드가 사임한 후 자신의 총리직 사임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퇴임만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무역 상대국이다. 지정학적으로 9천 킬로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면서 120개에 달하는 육로 및 항구를 통하여 27억 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매일 교환하는 특수한 관계다. 미국과 캐나다는 2020년 트럼프 1기 집권 때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 철강 및 알류미늄 등 여러 분야에서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이번에는 이에 덧붙여 석유와 자동차 등 모든 상품과 용역에 대해 관세를 25%로 추가 부과하겠다고 위협한다. 양국은 서로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캐나다는 미국을 구성하는 30개 이상의 주(States)에서 부동의 1위 수출 시장이다. 캐나다는 미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가장 큰 외국 공급자로도 등장했다.
캐나다는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 보유국(앨버타주 오일샌드)으로 세계 상위 5위권의 석유 수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OPEC(석유수출국기구) 비회원국가로 남아 미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미국과 공유한다. 전력 수급면에서도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통합 전력망을 가졌고 각광받는 원자력발전의 원자재인 우라늄 공급원이다. 캐나다산 양질의 우라늄은 미국 원자력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무역관계를 유지하면서 각각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같은 상호의존 관계에도 불구, 트럼프가 고율관세 전쟁을 시작해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캐나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직, 경제불황에 빠지는 고통을 받는다.
반면 미국경제도 무사할 수 없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상승의 후유증이 발생한다.
석유나 원자재 등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수입원가가 올라가면 미국서는 인플레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에 깊은 불안을 안겨준다. 캐나다는 대략 75%의 수출이 미국 쪽으로 향하는 반면 미국 전체 수출의 17% 정도가 캐나다로 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인상이 실행되면 캐나다 11개 주가 단결해서 대항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각 주의 대응방식은 통일되지 않는다. 지난주 연방정부 및 다른 주 총리들이 화상으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후임자가 3월9일 선정되면 사임할 트뤼도 총리는 미국행 에너지 수출에 세금을 올려서 부과하거나 금수 조치를 취하는 "핵 옵션"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각 주정부의 입장은 꼭 같지만은 않다. 특히 석유 수출로 먹고 사는 앨버타주의 총리와 개스 및 우라늄 광산이 있는 사스캐처완주의 총리는 에너지를 협상 칩으로 사용하는 것에 극렬 반대한다.
트뤼도에 이어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총리가 회유책으로 플로리다를 방문, 트럼프에게 호소한 결과, 2월부터 관세를 올리지 않고 인상 검토를 시작해서 4월까지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용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트럼프의 장사꾼적 흥정솜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관세 대책회의 의장을 맡은 더그 포드 온주총리의 강경한 대응은 전쟁에 임하는 지도자의 결기를 보여준다. 정치가로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그의 대응은 “대응의 원칙은 달러 대 달러(Dollar to Dollar)”이며 온타리오에서만이라도 미국산 주류를 LCBO 선반에서 빼내겠다는 것이다.
2017년 관세 인상 협상 때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금수조치 대안이 먹혀들어 갔던 것을 보면 실효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또한 그는 미국 조치로 피해를 보는 개인 및 기업을 돕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몇십억 달러의 비상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이용, 조기총선을 발표하는 정치적 재치가 눈에 띈다.
(필자는 ‘착한 부자가 되는 길’, 영문판 ‘Reach for Riches’ 저자=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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