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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깎는 기술 연마하며 희망의 싹을
키보스시 서보균 대표의 성공담
- 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 Feb 06 2025 04:10 PM
"초밥은 내게 작은 희망의 불꽃이었다"
무를 박스째 사서 밤새도록 칼질 연습을 했다. 여러날 썰고 자르고...스시 요리에 걸맞는 작품이 나올 즈음에야 끝이 났다. 마치 줄리아 차일드(미국 요리가) 여사가 눈물을 닦아내며 양파를 수도 없이 다지듯이.
요즘 토론토는 물론 캐나다 전국으로 성장해가는 키보 레스토랑(Kibo franchising Ltd.)의 서보균 대표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키보 스시의 마케팅 사무실(108 College St.)에서 회사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는 서보균 대표. 사진 한국일보
2012년에 창립된 키보KIBO는 현재 50개의 지점을 두었다. 스타벅스식 본사 직영과 팀호튼스식 가맹점 스타일의 혼합운영이다. 뉴욕 맨해튼 번화가에도 진출, 성업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을 점령할 채비에 온갖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스시 바탕의 업소지만 한식과 베이커리도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했다.
서 대표(50)는 서울예술전문대학에서 광고학을 전공한 후, 2000년 광고영상 제작을 공부하기 위해 토론토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십 중반의 유학생으로 학비, 생활비를 자체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험을 소중하게 쌓았다. 심지어 부동산중개인으로 3년 동안 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경험은 스시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스시를 다루는 웨이터에서 관리직까지 맡으면서 사업경영에 눈을 떴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지만 비즈니스는 곧 그의 사업적인 본능을 자극했다.
32세 때 가진 돈을 전부 투자, 스시전문 음식점을 차렸다. 과감한 결단은 달걀을 모두 한 바스켓에 넣는 모험과 같았다. 성공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경영 압박을 받자 업소를 재즈 카페로 전환했다. 이것 역시 신통치 않자 와인 바, 오이스터 바 등 다양한 컨셉트로 시도했다. 그에게 후퇴란 없었다. 어느덧 5년이나 흐른 세월은 시행착오의 기간이었다. 이 때의 경험은 가장 값진 투자였다.
그는 높은 목표를 바꾸거나 축소하지 않고 다만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하자"라는 각오로 새로 시작했다. 곧바로 서 대표는 2012년 다시 같은 장소에서 스시 레스토랑으로 되돌아갔다. '희망’이란 뜻을 지닌 일본어 ‘키보KIBO’라는 간판을 걸고.
1년 후 사업은 예상대로 안정을 찾았다. 때가 왔다고 판단, 그는 영업의 주축인 4명의 셰프들과 회사 지분을 나누는 방식을 도입했다. 직원과 주인이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었다. 주인과 직원이 일심동체가 되어 사업성장에 온 힘을 쏟았다.
일본인이 아닌 한인 경영에 대한 고객의 편견조차 그대로 두지 않을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개선했다. 특히 배달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문-배달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2020년 팬데믹이 터지기 전에 미래를 내다본 것이었다. 실제로 팬데믹이 퍼지면서 음식점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배달만 허용됐을 때 이미 구축된 배달 인프라를 가진 키보는 매출이 두 배나 증가하고 운영 효율성은 세 배 이상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서 대표는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배달시스템 구축에 대해 "운이 따라준 덕택이지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키보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칼리지 스트릿에 위치한 카페 마켓의 전경. 사진 한국일보
키보는 단순한 스시 레스토랑이 아니라 북미 식문화에 폭넓게 적응하는 방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식과 베이커리도 함께 제공한다. 사업의 확장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김밥, 삼각김밥, 불고기 버거,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제공하는 편의점 스타일의 테이크 아웃 매장도 운영한다. 이외에 한식도시락, 케이터링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재 키보는 총 50개의 가맹점을 가졌다. 헬리팩스, 캘거리, 맨해튼에도 지점을 두었다. 대부분의 지점은 물론 토론토 대도시권(GTA)에 있다. 가맹점은 매상의 4% 로열티와 1%의 광고비를 본사에 지불한다. 키보는 자체 물류창고를 가졌고 노스욕 본사(마틴 로스 & 더프린)에 센트럴 키친을 설립했다.
끊임없는 사업 확장에 나선 키보는 내셔널 브랜드로서의 도약을 위해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 입점을 준비중이다. 이를 통해 캐나다 내 대표 브랜드로 기반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겸손과 웃음이 가득한 서 대표는 1년에 3번씩 갖는 휴가 시에는 여행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한다. 골프는 시간에 쫓겨 즐기지 못한다.
그의 여정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 그리고 ‘함께 잘 살자'는 든든한 좌우명이 동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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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