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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오토 세일

결혼 후 찾아온 정체성 혼란...

어떻게 하면 제 성격 극복할 수 있을까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6 2025 11:38 AM


Q. 30대에 접어든 직장인 여성입니다. 지방에서 살다 결혼해 수도권으로 이사 오게 됐는데 익숙한 곳을 떠나와서인지 저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여러 생각과 복잡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해서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데, 제가 감정 표현을 정말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편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상황을 피하려 했습니다. 남편은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며 표현을 잘하는 편인데 저는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염려되는 감정을 잘 표현할 줄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너무도 어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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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박구원 기자

 

결혼할 땐 낯선 곳에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맞추는 편이라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온 데다 나이도 있으니 잘 해낼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어요. 갈수록 새로운 사람과 사귀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 낯선 자리에 가는 게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 자체를 싫어해서 그런 자리는 피하려 하죠. 착한 것 같기도 하면서 때론 이기적인 것 같다고 느낍니다. 때론 내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 저는 부모님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하실까 봐 늘 내 일은 알아서 잘 해결하고 견디려고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릴 적에 성격 차이와 경제적 문제로 자주 다투셨습니다. 이혼이란 말이 오가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적도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학교에 가면 아무것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이혼하려면 하세요’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념하고 살았어요.

나중에 돈 벌면 부모님께 집이랑 차를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랐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잘 보이려 했고 집에서 받지 못한 관심을 친구들에게 채우려 하다 보니 질투도 많고 잘 삐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친구 관계가 나쁘진 않았지만 딱히 좋지도 않았어요. 혼자 영화관에 다니며 혼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늘 아껴 쓰라면서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셨던 기억이 있는데 퇴근길에 맛있는 걸 사오신다거나 여름이면 바닷가나 계곡으로 여행을 함께 가는 ‘딸바보’ 기질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바빠서 정서적인 지지를 많이 해주진 않았지만 제게 향하는 관심은 느낄 수 있었어요. 어릴 땐 집에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 보니 부모님은 언니와 제가 성인이 된 뒤 아르바이트나 직장 생활로 돈을 벌면 밀린 보험금을 내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저희에게 돈을 빌려 가기도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은 제가 의지하고 싶은 안정적인 존재라기보다 늘 미안하고 챙겨드려야 할 것 같은, 죄송한 마음이 드는 존재입니다.

결혼하고 이사 와선 뜬금없이 부모님 걱정에 눈물이 난 적도 있었는데 이젠 저 때문에 눈물이 납니다. 주체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난 왜 이런 성격을 갖고 있을까 고민하면서요.

타인을 돕고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마음 넓은 사람이 되고 싶고, 참된 어른으로 나이 들어 가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주체적이면서도 다름 사람과 잘 어울리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제 그릇이 부족하다고 느껴 낙담하곤 합니다. 제 장점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분석을 받고 싶고, 제 성격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김민정(가명∙31세∙직장인)

 

A. 민정씨는 어릴 적부터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잘 견뎌온 듯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 특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모의 부부싸움으로 인해 어린 시절을 불안정한 상태로 보내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정씨의 부모님처럼 단지 싸우기만 한 게 아니라 이혼 얘기까지 하고 실제로 집을 나간 적도 있다면 무척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게 될 겁니다. 우울한 감정이 들면서 학교 가는 게 즐겁지가 않았을 테죠. 이러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면서 표현하면서 해소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민정씨는 이를 억압하거나 피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의지해야 할 때 기대지 못하면 스스로 해결하려 합니다. 의존이 필요한 시기에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고 해서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의존 욕구를 충족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부모에게 받지 못한 관심을 친구들을 통해 채우려 하다 질투가 많아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잘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견디는 게 반복되다 보면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표면적인 독립만 추구할 뿐 실은 의존적인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지요.

민정씨에겐 부모님이 안정을 주면서 의지하고 싶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늘 챙겨 드려야 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게 하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으면 대개 서운한 감정을 느끼거나 원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런 표현 대신 미안한 감정을 더 이야기하는 걸 보면 민정씨가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민정씨의 정체성 고민은 결혼을 통해 부모와 물리적인 거리가 생기면서 시작됐을 겁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의되던, 착하고 책임감 있는 자녀 역할이 약화하며 정체성의 공백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럴 때 관계의 어려움을 겪기 쉬운데, 감정 표현이 서툴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게 어색하다는 걸 인식하게 된 거죠. 이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건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니 부정적으로 여기기보다는 괴롭더라도 잘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남을 포용하고 마음이 넓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에 대해서도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한다는 점에선 무척 중요한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바람이 마음 깊이 자신이 원해서 생긴 바람인지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자신이 어린 시절에 받지 못했던 정서적 안정감이나 지지를 남들에게 제공하고 싶어 하는 보상 심리가 내적 동기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을 돕고 더 넓은 마음을 갖게 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긍정적 에너지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욕망을 좀 더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좋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의되는 ‘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려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부모에게 책임감 있고 착한 딸’이나 ‘남을 돕는 사람’ 같은 역할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신에게 기대되는 모습을 반영한 것일 수 있으니 부모의 영향을 벗어나 스스로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관이나 삶의 기준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독서나 글쓰기도 좋고 심리 상담도 정체성 고민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했는데,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소규모 취미 모임이나 봉사활동 같은 걸 통해서 자기 마음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거죠.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자칫 책임감을 너무 강하게 갖거나 착한 역할을 맡으려 할 수 있으니 자신이 그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에 초점을 맞춰 인간관계를 맺도록 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걸 기대하기보다 나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에 집중하는 거죠. 자기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자기 감정을 억압하고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간단하게라도 지금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표현하는 것을 연습하는 건데요. 표현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슬프다’ ‘나는 지금 화가 난다’ 식으로 기본적인 감정부터 이름을 붙여 보는 겁니다.

그런 다음 간단한 표현부터 시작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건 부담스러울 테니 믿을 만한 남편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감정이 격해진 상태가 아니라 평상시에 표현하는 게 무의미하게 보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오히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갈등 상황에서도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삶은 두 분의 선택이자 책임’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지나치게 내 삶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 죄책감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부모님은 내가 가능한 선에서 돕겠다’라는 태도로 부모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민정씨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정리=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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