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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선원전’ 편액 日서 100년 만의 귀향
조선 역대 왕 초상 놓던 전각의 현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6 2025 12:40 PM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첫 공개
조선 왕조 500년의 넋이 담긴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扁額·글씨를 써서 건물 중앙이나 윗부분에 거는 액자)이 최근 일본에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100여 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문화 유산의 반가운 귀환이다.
일본 야마구치시 미야노에서 발견된 선원전 현판. 김성연씨 제공
3일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에 따르면 유산청은 경복궁 선원전 현판이 2023년 12월 26일 일본 후쿠오카 고미술 경매장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입수해 거액을 주고 긴급 매입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판은 가로 3.12m, 세로 1.4m 크기로,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 한자로 '선원전(璿源殿)'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글자를 풀면 '아름다운 옥(璿)'의 '뿌리(源)'로 왕실을 옥에 비유해 '구슬의 근원' 또는 '구슬 같은 뿌리'라는 의미다. 현판은 환수 당시 별다른 훼손 없이 온전했으며, 현판과 함께 궁궐의 전각 추녀마루에 올리는 잡상 1점도 회수했다. 두 점 모두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던 궁궐 건축물이다. 문화재적 가치가 가장 앞선 궁궐 건축물의 현판은 글씨를 나무판에 새겨 건물 상단에 걸어놓는 '이름표'다. 건물의 기능과 성격을 알려 줄 뿐 아니라 문학·서예·장식·건축 예술이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높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복궁 선원전은 두 차례 훼철돼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본관이 훼철됐고, 이후 국립민속박물관 건축을 위해 부속 건물까지도 해체된 것으로 확인된다.
선원전 현판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1852~1919)가 1916년 일본 총리 대신으로 임명돼 한국을 떠나면서 경복궁 내 미상의 건축물 일부와 함께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건축물은 일본 야마구치시 미야노에 지역의 데라우치 생가 옆에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이건됐으나 1951년 폭풍우에 건물이 훼손되면서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선원전 현판은 당시 건물에 보관돼 있다가 철거 작업에 참여한 한 건설업자에게 극적으로 수거됐다. 이후 이 업자의 가족이 비밀리에 현판을 보관해왔다가 최근 경매에 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일본 내 조선관 앞에서 미야노 지역 사람들이 찍은 단체 사진. 선원전 현판은 1951년 조선관이 폭풍우로 무너진 현장에서 극적으로 회수됐다. 보초 쇼부칸의 데라우치 마사타케 자료집· 김성연씨 제공
학계에서는 100여년 만에 돌아온 현판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기 수년 전 우연히 현판을 발견해 환수를 추진해온 김성연 구스마치 구루시마 다케히코 기념관 관장은 "소장자의 고메쿠라(창고) 내부 두꺼운 천장 대들보 끝에 거대한 나무판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는데 보는 순간 경외심이 생겼다"며 "비전문가가 봐도 조선 왕조의 최고 위엄이 담긴 진품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판은 2030년 제자리를 찾는다. 국가유산청은 경복궁 완전 복원 계획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유구 조사를 거쳐 2030년 선원전 복원을 추진한다. 선원전 복원이 완료되면 이번에 환수된 현판이 상단에 걸릴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현판 점검을 마친 뒤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실물을 공개한다. 국가유산청 측은 "선원전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한 뒤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향후 학술 연구·전시 등 다양하게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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