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스포츠
다정다감한 유 비서
“진짜 귀여워 죽겠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17 2025 12:26 PM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새 흥행 공식 여성 대표와 부하 직원의 사랑 ‘성별 반전’ 무례한 재벌 아닌 요리 잘하는 ‘다정남’ 비중 커진 전문직 여성 활약 트렌드 반영
“예고편 조회수가 50만 뷰를 넘다니.” 이달 초 공개된 36초 분량의 드라마 예고편이 공개 일주일도 안 돼 유튜브 조회수 50만 회를 넘어섰다.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9회 예고편이다. 시청자들은 “예고편도 몇 번씩 돌려본다”며 본방송을 기다리는 설렘을 댓글로 공유했다. 헤드헌팅 회사 대표 강지윤(한지민)과 그의 비서 유은호(이준혁)의 이야기를 다룬 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시청률(최고11.8%)과 화제성 모두 고공행진 중이다. 전통적인 드라마의 성(性) 역할을 반전시킨 이 드라마에는 최근 한국 드라마의 흥행 공식이 모두들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의 완벽한 비서’ 유은호가 출근 전 딸을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모습. SBS 제공
이 드라마의 서사 전개는 기존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에게 적대적이었던 남녀가 서서히 사랑을 느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통상 남성 주인공의 사회적 지위가 여성보다 높았던 과거와 달리 이 드라마에선 여성이 회사 대표로, 남성이 부하 직원으로 나온다. 지윤은 비서인 은호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사내에서 애정을 표현하려는 은호에게 “티 좀 내지 말고 똑바로 하자”며 정색한다. 또 “귀여워 죽겠다”며 과거 남성들이 주로 했던 말로 은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당당하게 사내 연애를 공개하는 등 관계를 주도한다.
이런 설정은 재벌 여성 홍해인(김지원)과 평범한 회사원 백현우(김수현)의 사랑을 다룬 지난해 최고 흥행작 ‘눈물의 여왕’과 닮았다. 해인이 현우에게 “절대 당신 눈에서 눈물 나게 안 해”라며 프러포즈한 이 드라마는 tvN 역대 최고 드라마 시청률(24.9%)을 기록했다. 오수경 드라마 비평가는 “시대 변화에 따라 로맨스 드라마의 디테일이 계속 바뀌는데 최근엔 성별 반전이 그중 하나”라며 “상처입은 재벌 남성과 신데렐라 여성의 연애는 시청자들이 더 이상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별 반전이 여성 서사의 성장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영미 드라마 평론가는 “최근 젊은 층에선 제멋대로인 여성 주인공과 그걸 다 받아주는 남성의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하지만 자신을 돌봐주는 남성이 있어야만 여성이 제 역할을 하는 듯한 설정은 오히려 반(反)페미니즘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조선시대 변호사인 외지부로 활약하는 옥태영(임지연). JTBC 제공
남성 주인공의 변화도 뚜렷하다. 재벌이나 SBS 드라마 ‘굿파트너’의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SBS 제공 전문직 일색이었던 남성 주인공들이 주변의 평범한 회사원들이 됐다. 주로 차갑고 무례했던 남성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달라졌다.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은호는 직장 동료와 이웃 등 주변을 살뜰하게 챙기는 다정다감한 인물이자 유치원생 딸을 능숙하게 양육하는 싱글 대디다. 요리와 정리정돈, 딸 머리땋기 실력도 수준급이다. 정석희 드라마 평론가는 “비서인 유은호는 ‘좋은 집안과 직업을 가졌지만 무례하고 버르장머리 없었던’ 지금까지의 남자 주인공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라며 “시청자들이 인간적이고 믿음직한 유은호에게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수경 비평가는 “과거엔 강하게 리드하는 소위 ‘짐승남’이 매력적으로 그려졌지만 몇 년 전부터는 다정하고 따뜻한 남성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굿파트너’의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SBS 제공
남성 주인공의 연애 상대로 국한됐던 여성들의 역할과 비중이 커진 것도 최근 드라마의 변화다. ‘나의 완벽한 비서’ 강지윤은 유능한 헤드헌터이고, 지난달 종영한 ‘옥씨부인전’의 옥태영(임지연)은 조선시대 변호사인 외지부로 활약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의 이야기를 다룬 ‘굿파트너’, 판사 강빛나(박신혜)의 범죄자 심판을 다룬 ‘지옥에서 온 판사’ 등 지난해에도 여성들이 진취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여성 주인공들은 직업적 전문성을 통해 남성 상대 없이도 자기만의 존재감을 가진다”며 “상대 남성이 없으면 사회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 드라마 공식에서 벗어났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남보라 기자
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