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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전기덕옹의 영전에
사랑하는 조국의 안보를 위한 헌신, 큰 자취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Feb 23 2025 03:53 PM
사랑하는 형님, 고(故) 전기덕 집사님.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고,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지만, 형님의 떠나심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영원한 본향을 향하신 고(故) 전기덕 집사님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
인간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고,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는 과정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깨닫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행복과 고난을 겪으며, 생과 사, 희로애락의 날실과 씨실로 인생을 엮어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겠지요.
형님이 캐나다 땅을 밟으신 것은 저보다 1년 앞선 51년 전이었습니다. 그전에 형님의 삶은 대한민국 특수공수부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60년대,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특수공수부대에서 전두환 씨는 작전참모로, 고(故) 전기덕 집사님은 수송참모로, 차지철 씨는 인사참모로 함께 활동하며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이후 중앙정보부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아 일하시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오셨습니다. 그러나 형님은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늘 겸허하고 조용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형님은 인생의 광야를 걸으셨습니다. 아플 때도, 어려울 때도, 비바람 몰아치는 시련 속에서도 늘 주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묵상하며 고통을 견뎌내셨습니다. 온화하고 선비같은 품성으로, 큰빛교회를 자신의 안식처로 삼고 섬기며 조용히 살아오셨습니다.
그런 형님이 이제 우리 곁을 떠나시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형님은 어디에서나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조국을 향한 사랑과 안보 의식을 조용히 전하셨고, 특히 노인들로 구성된 쿠바 선교팀과 함께 하셨습니다. 15년 전, 여덟 분과 함께 역마차를 타고 생면부지의 쿠바 교회를 찾아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단절되었던 한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해 민간 외교 활동을 펼치셨고, 마침내 양국 간 외교 수립이 재개되는 기적 같은 역사를 이루어내셨습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산과 들에는 진달래가 피고,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튤립과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릴 것입니다. 형님도 그 꽃들을 바라보며 봄을 맞이하고 싶으셨을 텐데, 이렇게 손을 흔들며 훌쩍 떠나시니 마음이 미어집니다.
사랑하는 이민의 길벗이자, 나의 동반자였던 형님! 이제 천국을 향한 형님의 여정을 하나님께 의탁합니다. 부디 저 천국에서 영생과 평안을 누리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형님, 안녕히 가십시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샬롬!
윤방현 | 토론토 칼럼니스트
[편집자 주] 이글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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