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스포츠
트럼프 반이민 정책 겨냥했나
오스카, 이민자를 주목하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7 2025 11:36 AM
이민 후손 성노동자 다룬 영화 ‘아노라’ 작품상·감독상 등 주요 5개 부문 휩쓸어 유대인 건축가 열연 브로디, 남우주연상 女조연상 살다나 “난 자랑스런 이민 후손” 이·팔 갈등 다룬 ‘노 아더 랜드’ 장편다큐상
“저희 할머니가 1961년 이 나라에 오셨어요. 저는 이민자 부모의 자랑스러운 자녀입니다. 제 부모는 꿈과 품위, 근면함을 지녔죠. 저는 아카데미상을 받는 첫 번째 도미니카계 배우지만 제가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배우 조이 살다나(47)의 수상 소감에는 뼈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향하는 듯했다. 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분위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살다나는 이날 프랑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성전환 수술로 새 삶을 도모하는 멕시코 마약조직 두목을 돕는 변호사 리타를 연기했다.
600만 달러짜리 ‘아노라’ 주요 부문 휩쓸어
영화 '아노라'의 제작자 알렉스 코코가 2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아노라' 관계자들이 수상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시상식 승자는 영화 ‘아노라’였다. 가난한 이민자의 후손인 애니(마이키 매디슨)가 스트립바에서 성노동자로 일하다 러시아 재벌 2세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수난을 블랙유머로 그려냈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마이키 매디슨) 등 주요 5개 부문 트로피를 차지했다.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조연상을 제외하고 알토란 같은 수상 결과를 냈다.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은 “진정한 독립 영화를 인정해 준 아카데미에 감사의 말씀을 하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노라’의 제작비는 600만 달러(약 87억 원)다. 할리우드 주요 영화 평균 제작비(1억 달러)의 6% 정도 금액이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가 수상했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왔다가 갖은 고생 끝에 정착하게 되는 유대계 건축가를 연기했다. 브로디는 ‘피아니스트’(2002)에서 홀로코스트로부터 살아남은 피아노 연주자 역할을 맡아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적이 있다. 억압받는 유대인 연기로만 오스카 주연상을 2차례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브로디는 “전쟁과 체계적인 억압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가 사라진,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며 “과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남우조연상 역시 유대계와 관련 있다. 수상자인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할머니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폴란드를 사촌과 여행하는 유대계 이민자 후손을 연기했다.
팔레스타인 문제 다룬 다큐멘터리 수상하기도
조이 살다나가 2일 오후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트로피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다른 부문에서도 반(反)트럼프 성향이 감지됐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팔레스타인 노르웨이 합작 ‘노 아더 랜드’가 가져갔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인 정착촌이 건설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몰아내고 미국이 관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에 대한 반발로 읽히는 수상 결과다. ‘노 아더 랜드’의 팔레스타인 감독 바셀 아드라는 “제 딸이 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수상 소감을 했다.
편집상 발표와 시상을 맡은 배우 대릴 한나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우크라이나어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각색상은 교황 선출을 둘러싼 음모와 욕망을 그린 ‘콘클라베’가, 촬영상과 음악상은 ‘브루탈리스트’가, 주제가상은 ‘에밀리아 페레즈’가 각각 차지했다. ‘듄: 파트2’는 음향상과 시각효과상을, ‘위키드’는 의상상과 미술상을 각각 가져갔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리투아니아의 ‘플로우’가 수상했다. 리투아니아 영화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