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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연기한 팔순 배우
“인간의 惡 절대 잊지 말아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16 2025 06:25 PM
영화 화이트 버드’ 출연 헬렌 미렌 왕따 소년 집에 숨어든 유대인 소녀 할머니 돼 손자에게 이야기 들려줘 악에 맞서는 선한 사람들의 인류애
영화 '더 퀸'(2006)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칸국제영화제 여자배우상을 두 번 수상했다. 영국 아카데미상은 네 차례나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상 트로피는 세 차례 안았다. 에미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하기도 했다. 무대 연기를 대상으로 한 토니상을 받기도 했다. '대배우'라는 표현이 저절로 나올, 영국 배우 헬렌 미렌의 수상 이력이다. 미렌은 올해 팔순이다. 여전히 현역이다. 12일에는 최근작 '화이트 버드'가 개봉한다. 미렌을 화상으로 최근 만났다.
'정상'이란 무엇인가... 악에 맞서는 인류애
헬렌 미렌은 '화이트 버드'에서 나치탄압을 피해 살아남아 유명 예술가로 거듭난 사라를 연기했다. 찬란 제공
‘화이트 버드’는 영화 ‘원더’(2017)에서 뻗어 나온 작품이다. 안면 기형 동급생 오기를 괴롭혔다가 퇴학 조치된 줄리앙(브라이스 게이사)이 할머니 사라(헬렌 미렌)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 삶을 다짐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라(아역 아리엘라 글레이저)는 유대계 프랑스인으로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던 시절 친구 줄리앙(올랜도 슈워드)이 1년 동안 헛간에 숨겨준 덕에 목숨을 건진 사연을 지녔다. 줄리앙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처지였다.
영화는 ‘원더’와 마찬가지로 ‘정상(正常)’이라는 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악에 맞서는 선한 사람들의 인류애를 그린다. 미국 작가 라퀄 자라밀로 팰러시오의 동명 그래픽노블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몬스터 볼’(2001)과 ‘월드워Z’(2013) 등의 마르크 포스테르 감독이 연출했다.
미렌은 유대계가 아닌데도 유대인 역할을 종종 맡아왔다. 전기 영화 ‘골다’(2023)에서는 이스라엘 전 총리 골다 메이어(1898~1978)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유대인으로 종종 변신하는 이유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에게) 어떤 일들 이 벌어졌는지 한국과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10대 초반에 알고서 받았던 큰 충격”을꼽았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악마가 될 수 있는지 깨달았고, 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미렌은 “오락적이면서도 내면을 자극하기 좋은 매체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드럽게 (과거를) 일깨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렌은 “정치인과 국민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국민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했던 일들에 대해 이스라엘인 전체를 악마화하기는 쉽다” 면서 “‘화이트 버드’는 탐욕과 교만, 자만 등에 기인하는 악마화에 저항하는 영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상이라 여겨지는 게 비정상일 수도"
사라는 어린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 줄리앙이 헛간에 숨겨준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찬란 제공
사라는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평범한 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식으로 손자에게 조언을 한다. 미렌은 “(나치즘처럼)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사실은 비정상일 수 있다”며 “군중심리가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는 “사라는 군중에 묻혀 가려 하지 마라, 군중이 정상이 아니라면 어렵겠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합류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점을 말하려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라는 손자에게 타인을 향한 친절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미렌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는 “구시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니코틴만큼 중독적인 스마트폰을 강에 던져버리라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작은) 화면 안의 삶이 아닌 지금 당장 내 앞의 삶을 살아 보라”는 것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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