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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태우는 두 개의 불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Mar 28 2025 09:04 AM


시인.jpg

권천학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지금 두개의 불길에 대한민국이 불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타내려간 정치판의 불과 남쪽에서 타올라오는 산불이다.
그 두 불길에 의해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화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사법체계마저 흐려놓는 내부의 부조리와 불공평으로 상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기댈 곳을 잃고 두 갈래로 갈라지기까지 한 심각한 상태가 되어 자유대한민국의 체재가 흔들리고 있다고 심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라의 꼴이 망가지는 위기를 느낀 국민들이 광화문에 모여들어 가슴에서 타는 불을 토해내고, 그 불길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대통령이 구속에서 벗어난 후에도 여전히 좌우로 갈라진 민심은 언제 평정을 찾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로 지글지글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국민들이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 되고,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갈등의 날 위에 섰다. 
그런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뜻하지 않은 산불이 일어났다.

의성에서부터 시작된 산불은 산청, 울주, 안동, 하동, 지리산...으로 덮치며 번져가고 있다. 
산불이야 자연재해이기도 하지만, 소소한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이기도 하다. 게다가 바람이나 건조한 날씨가 부추긴다. 

이번 산불로 입은 피해가 총 42건이라고 국가유산청의 발표다. 
산불로 인하여 900년 된 하동의 두양리 은행나무, 천년고찰과 문화유산들이 재로 변했다. 
두양리의 은행나무는 고려시대 강민첨(姜民瞻)장군이 고려와 거란의 전쟁 때 출전, 적을 대파한 공을 기려 심은 나무로 1983년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이번 산불로 재가 되었으며, 강민첨장군의 영정을 모신 ‘두방재’ 부속건물 2채도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681년에 창건한 의성 고운사의 자태도 사라졌다. 잿더미 속에서 종루(鐘樓)도 사라지고, 종관(鐘冠)은 녹아버려 떨어진 채 금이 가고 깨어진 동종(銅鐘)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데엥~데엥~ 금방이라도 울부짖음이 들려올 것 같다. 아니 울음소리조차 못 내고 넋을 잃고 깨져있는 처참한 모습이라니. 
천 년의 역사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농경지, 농사시설물, 산소(山所), 선산(先山), 살던 집, 어릴 적 추억...들이 모조리 잿더미가 되어버린 현장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가슴을 친다.
불끄러간 소방대원이 죽고, 마을 사람들이 죽고, 헬리곱터가 추락하여 조종사가 죽고... 
그저 멈추지 않고 넓혀가는 불의 혓바닥이 지리산을 덮치고 있다하니... 마음을 동동거리고 있는 사이, 24명이던 사망자가 지금은 28명으로 늘어났다는 보도가 있다. 더 얼마나 늘어날지 모를 일이고, 더 얼마나 재산손실이 계산될지 모를 일이다. 

 

cullan-smith-bdttvbrhong-unsplash.jpg

언스플래쉬

 

탄핵된 총리가 기각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국국내 소방청의 헬기5기에 미군헬기 4기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초조한 마음을 달래본다.  

이런 마당에 헌법재판소 인근의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짓는다는 소식은 가슴에 천불이 나게 했다. 국력낭비, 정신낭비, 시간낭비...만이 아니라, 이 나라가 안중에 있기나 한가 물어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국력낭비도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국민들 가슴에 열불이 나는데, ‘산불’을 입에 올리며 정치행위를 하는 사람들, 이 상황에서 지금 열불 안날 국민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누굴까?
새로운 자각(自覺)을 하게 한다. 산불로 다 털리는 국민의 일은 민생이 아니었구나!

안개처럼 흘러가는 연기가 찍힌 위성사진을 응시하고 있으면, 한숨은커녕 그저 먹먹할 뿐이다. 제발, 잠시라도 다툼을 멈추고, 제발, 맞지 않는 예측, 추측, 억측들을 멈추고, 공허하기 짝이 없는 논리나 요설(饒舌)들을 멈추고, 모두가 불 끄러 가자고 나서야하지 않는가. 
타국에 있다고 말만하는 나 자신부터 미워죽겠고, 부끄럽고, 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뻔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안들리시나요? 타들어가는 국민들의 절규가?
안보이시나요? 모든 것을 잃고 동동거리는 국민들의 모습이?
모르시나요? 국민들 가슴에서 제3의 불이 타고 있다는 것을?
제발 불끄기 소방정치에 전력을 기울여주세요!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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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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