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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산불

김용출 | 문인협회장


Updated -- Mar 31 2025 12:07 PM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Mar 31 2025 12:01 PM


모두 다 태웠다. 잿더미가 되었다. 안동 시내에서 남쪽으로 이십여 리에 있는 광음리 일대가 다 탔다. 산만 탄 것이 아니라 농가 시설물, 주택도 탔다. 거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아니한 곳에 오래 전 옛날 이영동장로님이 경영하시던 물레방앗간 정미소도 있었지. 잠시 그때의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불길은 새곶재를 넘어 산 줄기를 타고 내 고향 접실 마을 바로 앞산 부근에 있는 작은 동네인 숨실의 앞 뒷산도 모두 태웠다고 하였다. 고향 접실 마을 바로 앞산은 몇 년 전 산불로 다 타버려서 이번에는 더 탈것이 없어 옮겨붙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봄만 되면 고국 땅 산천에는 그렇게도 많은 불이 날까. 사람의 잘못인가, 고의적 방화에 의한 것인가. 자연재해인가 알 길이 없다. 자연발화도 있겠지만 사람의 방심과 실수로 일어난 불이라면 안타깝고 민망한 일이다. 작은 담뱃불 하나 때문에, 또는 산소에 갔다가 잠시 무슨 일로 사용한 불 때문에 산불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부들이 들에서 취사를 한 후 방심하고 남겨진 불씨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고의적 방화를 했다면 이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matt-howard-eakdzk4lo4o-unsplash.jpg

언스플래쉬

 

이번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유명한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도 홀라당 다 태웠단다.  그 안에 있던 보물 한두 가지는 겨우 건지긴 한 모양이지만 사찰 전체가 화마에 삼켰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운사는 내가 어릴 적 초등학교 때 원족(遠足소풍)으로 간 일이 있었던 곳이다. 원족 전날 밤은 잠을 설칠 정도로 흥분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당시에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학년마다 고운사로 원족을 가는 일이 많았다.

의성, 안동, 영양, 영덕의 그 우거진 삼림이 잿더미가 되었다니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 삼림 속에는 온갖 생명의 자원이 살아 숨 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순간에 동물은 물론 그 많은 식물도 다 흔적 없이 사라졌다. 까만 잿더미 뿐이다. 포항에 사는 동생이 보내 온 사진을 보자 참담한 광경에 울컥했다. 수년 전에는 고속도로 건설 때문에 도롱뇽이 사라진다고 난리 아닌 난리가 난 일도 있었는데 이번 산불의 참담함은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뭇가지를 오가며 재롱을 부리고 놀던 다람쥐, 토끼, 너구리, 족제비, 곰, 담비, 멧돼지, 노루, 산양, 늑대, 삵, 그것들은 갑자기 닥친 화마에 어디로 갔을까. 피하지 못하고 거의가 희생이 되었겠지. 고국 산하에 서식하는 포유류 동물이 무려 125종이나 된단다.  또 날짐승인 참새, 까치, 멧비둘기, 꾀꼬리, 박새, 딱새, 부엉이, 소쩍새, 그 외에도 텃새 90여 종, 여름 철새 80여 종, 겨울 철새 130여 종이 울창한 숲속에 각기 자기의 생존 방식을 따라 나뭇가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산단다. 그것들도 다 불에 탔겠지. 멧돼지도 부엉이도 솔개도 미쳐 날아서 피할 사이도 없이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겠지. 그 손실이 얼마인가. 늦은 밤이면 고요한 야음 속에 들려오던 소쩍새 소리, 부엉이 소리는 앞으로 어디에서 듣나. 그것뿐인가.

그 울창한 수목은 어떻게 하고.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밤나무, 오동나무, 팽나무, 벚나무, 사철나무, 감나무, 찔레꽃, 그 외에도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나무들과 수많은 관목, 다 재가 되었겠지, 나무마다 싱싱한 새잎을 기약하며 한창 수액을 빨아올리던 계절, 그 용천 하던 힘이 화마에 꺾이고 말았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도토리묵도 해 먹을 수 없겠지, 그 많던 상수리나무가 다 타버렸으니. 상수리나무 한 그루가 커서 도토리를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사람은 흙으로 지음받아 흙에서 나는 것으로 먹고 산다. 땅과 물과 나무와 공기와 바다와 하늘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큰 은총이다. 온갖 생물과 동식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아름답고 광활한 자원이 잿더미로 변했으니, 화마의 상처를 입은 그곳 주민들의 마음이 어떠할꼬. 3만 리 밖에 사는 나는 마음뿐 할 말이 없다.

아까운 목숨도 삼십여 명이 넘게 희생되었단다. 주민들이 입었을 마음의 상처와 재산상의 손실은 또 어떻게 하고..... 많은 주민들의 살던 집이 잿더미가 되어 인근의 체육관에 임시로 피신한 모양이다. 모두가 연세드신 노인들일텐데 앞으로 살 집은 누가 지어주나. 화마를 잡으려 애쓰던 헬리콥터 조종사도 기체 추락으로 순직했단다. 역시 그 가족에게도 죄송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으로 위로가 될까. 자연재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의 실수에 의한 산불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고국의 아름다운 산하가 산불로 무참히 훼손되지 않았으면.... 이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불난 지역 산들의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기다림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산을 올려다 보며 한숨 지을 분들의 마음마저 까맣게 타지 않고 회복의 희망으로 살았으면....

경북지방뿐만 아니라 고국 땅 이곳저곳에서 산불로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도우시는 은총이 함께 하기 기원한다.

 

 

김용출.png

김용출 | 문인협회장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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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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