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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된 엄마, 나사를 풀어줘야 해
권정민 '시계탕'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pr 06 2025 06:54 PM
"10분 내로 준비해." "3분 후에 불 끄는 거야." "1분 남았어! 빨리 정리하고 자!"
베갯머리에서 읽던 책에 아이는 머리를 파묻는다. '또 시작이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제발 저 소리 좀 멈췄으면…' 아이는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다음 날,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루아침에 엄마가 시계로 변해 버렸다!

권정민의 그림책 '시계탕'의 한 장면.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로 유명한 작품 '기억의 지속'을 오마주했다. 웅진주니어 제공
시간을 분 단위로 잘게 쪼개 다그치던 엄마의 잔소리가 사라진 아침. 아이는 천천히 밥을 먹고, 느긋하게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지각을 해도 그뿐. 그러나 자유를 만끽하는 건 잠깐이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뿔싸, 엄마가 완전히 멈춰 있었다.
시계를 고쳐 엄마를 되찾기 위해 아이는 '시계탕(湯)'으로 모험을 떠난다. 오싹한 숲과 동굴, 출렁다리를 건너 도착한 시계탕은 이미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멈춘 시계들로 붐비고 있다. 아이는 다시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권정민 작가의 그림책 '시계탕'은 "불안한 엄마와 시간에 쫓기는 아이, 둘 모두에게 이완의 시간이 필요한 오늘"을 조용히 반추한다. 실제로도 엄마인 저자가 자꾸만 시간에 엄격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이러다 정말 시계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한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사사로이 취급 받던 '엄마'라는 글감을 재해석하고 숨을 불어넣어온 그간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작가는 아기의 시점에서 엄마를 연구하고 기록한 책 '엄마도감'으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시계탕에 들어가 몸을 푹 담그고 나사 몇 개를 풀어 보면 어떨까요. 엄마는 잠깐의 휴식을 통해 강박에서 벗어날 에너지를 얻고, 아이는 엄마의 부재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길 바랍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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