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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유홍선 | 성인장애인공동체 사무장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Apr 03 2025 09:07 AM
모처럼 좋은 드라마 시리즈를 만났다. 넷플릭스에서 한 달에 걸쳐 방영된 '폭싹 속았수다'. 제주도 방언으로 그 의미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 한다.
첫 화를 보고 이것만은 가족 모두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17살 딸까지 함께 시청했다. 눈물 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기에 아내와 딸이 뽑아대는 티슈는 푹푹 줄어들었다. 꼴에 남자라고, 아빠라고 솟는 눈물 들키기 싫어 애꿎은 애국가 가사를 중얼거려야 했지만 최루성 눈물이 아니라 깊은 공감에서 오는 그것이어서 참 좋았다.
이 드라마는 1949년생 관식과 1950년생 애순의 사랑과 그들의 가족 중심으로 70여 년을 관통하는 4세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이고 그 시대별로 흔히 볼 수 있었던 서민들의 삶을 다뤘지만 동시에 현실에는 존재하기 어려운 판타지이기도 했다. 그 절묘한 균형에서 오는 몰입감은 대단한 것이었고 결국 이렇게 후기를 쓰게 하고 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어록의 산실 같은 맛깔나고 의미 풍부한 대사, 시대를 잘 재연한 미술과 분장,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이 모두를 아우른 연출까지 완벽했던 이 시리즈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지고지순한 사랑이 삶의 변화를 어떻게 이끄는지,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 대한 성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갖는 의미, 사계절에 빗댄 삶의 고난과 기쁨의 롤러코스터, 사랑에 기반한 삶에 대한 끈질긴 생명력과 회복력, 혼란한 현대사가 개인의 삶에 주었던 영향까지.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장면은 제주 잠녀(해녀)들의 공동체 의식이다. 척박한 삶이었기에 선택지 없이 매일 목숨을 담보로 바다로 향해야 했던 그녀들은 기꺼이 서로를 보듬었다. 늙거나 몸이 아픈 동료 해녀의 생존을 위해 그들은 십시일반 소득물을 갹출하여 돌보았다. 동료의 죽음으로 천애 고아가 된 어린 주인공을 그들은 이모를 자처하며 음식 먹여 살리고 삶의 고비마다 마음 건져 살렸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을 그들은 책이 아닌 삶 속에서 깨우쳤고 실천한 셈이다.
장애인을 위한 자선 단체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아마 더 공감이 됐을 것이다. 성인장애인공동체 활동을 하며 형태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토론토 버전 해녀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자신의 시간과 물질에 관심과 사랑을 담아 나누며 약한 이들을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매 금요일마다 고무장갑 끼고 주방에서, 목장갑 끼고 친교실에서 수고하는 자원봉사자들. 때마다 주머니를 열어 후원하는 이들, 그것이 고마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힘을 보태는 장애 회원들.
분열과 갈등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이라고 우려한다. 경제적인 불황에 움츠린 마음은 봄이 왔어도 여전하다. 이러한 때 인생 전체를 사계절에 빗대어 표현한 드라마 하나가 주는 메시지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현실은 지독해도 살면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어둡고 격랑치는 바다에서 저 멀리 보이는 다른 배의 불빛이 힘이 되었다고, 사랑하는 이가 있어 내내 천국이었다고.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추천한다. 아마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성인장애인공동체가 준비하고 있는 행사인 2025 동행에도 초대하고 싶다. 토론토판 해녀들이 모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유홍선 | 성인장애인공동체 사무장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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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