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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초(壽福草)』를 제안(提案) 한다! - 꽃이름 창씨개명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Apr 22 2025 12:05 PM


『복수초』를 『수복초(壽福草)』라고 부르자!
봄이 늦게 오는 캐나다에도 어느 새 중간쯤 지나가고 있다. 
봄 다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몇 가지 말이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은 이 말부터. 
더 늦기 전에 이 말부터 해야겠다. 

『복수초』를 『수복초(壽福草)』라고 부르자! 

우리가 그동안 불러온 꽃 『복수초』는 한자로 『福壽草』이다. 
음력 설 무렵에 얼음 속에서, 눈밭에서 노랗게 피어나기 때문에 ‘설화초(雪花草)’라고 하기도 하고, ‘원일초(元日草)’라고도 한다. 원일(元日)은 음력 설날, 즉 일 년을 시작하는 첫날, 초하루를 의미한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른 봄에 피어난다고 해서 봄의 전령사로 불리우는 꽃들 중의 대표주자다. 
나는 지금 그 이름을 『수복초』 라고 부르자는 제안을 한다. 

 

hiroshi-tsubono-37ovzxds_bs-unsplash.jpg

언스플래쉬

 

아직 산야에 쌓인 눈이 녹기도 전에, 물가에 얼어붙은 얼음들이 성성한 때에 그 눈과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꽃. 
매화(梅花)보다도 먼저, 매화보다도 낮은 곳에서 겨울에서 봄으로 발돋움하는 식물이다. 매화가 목본(木本)식물인데 비하여 수복초는 초본(草本)으로 얼핏 보기에도 약하다. 그 약한 식물이 이른 봄, 아직 겨울이 가기도 전에 눈 속에서 혹은 얼어붙은 얼음사이로 노랗게 얼굴을 내보이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그 생명력을 가히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꽃말은 ‘행복과 장수’이다.  
그런데, 왜 그 꽃 이름이 복수초인가. 
나는 또 왜 수복초라고 고쳐 부르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그 이름이 일본식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 이름의 어감(語感)이 좋지 않아서이다.

첫 번째 이유부터 풀어 이야기 하자면, 
식물의 이름도 이젠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사람들은 이 꽃을 ‘후쿠로소우(福寿草, ふくじゅそう)라고 부르고, 원일화(元日草)라는 별명도 그대로이다.
‘복수초’라는 말은 ‘후쿠로소우’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말식이다. 꽃 이름 속에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스며있다.
우리말식으로 하면 수복초가 더 맞다. 우리식 또는 우리말 식이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감도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음력설 무렵에 핀다는 ‘원일화’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음력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결국 우리는 일본문화를 전승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복수초』를 『수복초(壽福草)』라고 부르자! 
이것은 역방향 창씨개명인 동시에 친일로부터 우리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어감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가 처음 그 꽃과 꽃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오십여 년 전쯤, 당시로선 꽤 잘 만들어진 어느 잡지의 화보였는데, 고급스런 종이에 월등하게 좋은 사진기술을 동원하여 요모조모의 모습으로 찍어낸 화보 속의 꽃, 얼음 속에 핀 노란색 꽃이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봄의 전령사’로 소개된 꽃의 이름이 복수초, 대뜸 복수(復讐)가 떠올랐다. 복수는 한마디로 ‘원수를 갚는다’는 말이 아닌가. 복수초 복수초 입으로 뇌이면서 왜 하필이면 그런 이름일까? 무슨 원한이 맺힌 꽃일까. 추운 겨울에 처절하게 피어나야 할 사연이 무엇일까?...하고 나 나름의 엉뚱한 상상을 펼치기도 했다. 
뒤늦게 한자(漢字)를 알고 난 후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처음 느낌은 그대로였다. 첫인상이나 첫 느낌은 오래 기억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여전히 뭔가 살벌하고 섬뜩함이 묻어났다. 
어디 나뿐일까. 더구나 우리의 뒤를 잇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한자에 대해서 더 무심하다. 그런 그들이 복수초라는 말을 듣고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 ‘복수혈전(復讐血戰)’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수복초 복수초, 수복초 복수초.....
한번 입으로 뇌어 보시라.
느낌이 다를 것이다.   
굳이 한자(漢字)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 뜻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곧 ‘수복초’일 것이다. 
작은 꽃 이름 하나 바꿔 부르는 일이 사소해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수복초’♠라고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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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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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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