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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얼굴엔 공통점 있을까?
관상 결정 짓는 다수의 유전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y 11 2025 06:53 PM
AI, 대통령 외모 특성 찾을 수도 신약개발 단서로 이어질 가능성
최근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자주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관상’이다. 이 영화에서 수양대군 역을 연기한 이정재 배우는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이 대목에서 문득 정말 왕이나 대통령이 될 외형적 특징이 존재하는지 생각해본다. 유전자 연구자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생물의 외형이라는 건 다분히 유전자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눈에 띄는 연고는 없다. 다만 DNA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관련 유전자 연구도 큰 발전을 할 것이다.
그래픽=김대훈
물론 별도의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고대인 얼굴을 예측하고 범죄 용의자들의 몽타주를 작성하기 위한 연구들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외모 특히 관상 관련 특성들이 지금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지게 된다면 유전자로 관상을 보는 일이 영 불가능한 건 아닐 수 있다.
예컨대 ‘BMP4 유전자’는 얼굴 너비와 코의 형태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고, ‘FGF8 유전자’는 얼굴 윤곽 형성과 관련돼 있다. ‘PAX3 유전자’는 눈썹 사이 거리에 영향을 끼치고 ‘FOXL2 유전자’는 눈썹의 두께를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얼굴을 포함한 외모의 특징들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유전자가 복잡하게 결정할 것으로 생각되며, 아직은 대통령 얼굴이나 외모 관련된 구체적 특징들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급속한 AI 기술 발전이 해답을 줄 수도 있다.
한편, 혈연관계를 통해 계승되는 왕들은 그들이 속한 왕가에 따라 특징적 외모를 갖는다. 이 특징은 본인이 왕족이기 때문에 물려받은 결과에 해당하며, 그런 얼굴 특징을 가지면 왕이 될 수도 있다는 원인에 해당하는 게 아니므로 관상처럼 예측 도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1700년까지 약 200년간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스페인의 왕을 배출한 유럽의 합스부르크 가문은 특징적 외모로 유명하다. 특히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혈통에 의한 왕권 유지를 위해 선택한 근친혼으로 유전병이 생겼는데, 턱관절의 부정교합이 그것이다. 음식을 씹지도 못하고 발음도 잘 못하는 심한 병이 유전되고 있었지만 혈통 유지를 위해 지속됐다. 전 세계적으로 오래된 왕족의 유전자를 특징 짓는 현상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유전병이었을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물론 왕족이 아니어도 근친혼이 흔한 가문이나 지역이 존재하는데 이런 인구 집단은 유전자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가령 파키스탄에서는 전체 혼인의 60~70%가 사촌 간 결혼이며 영국에 사는 파키스탄인들도 사촌 간 결혼이 50%가 넘는다.
아이가 선천적 기형이나 유전병을 갖고 태어날 확률은 3.45~4.55%이고 사촌 간 부부의 아이는 최대 7.35%로 보고돼 있다. 이 정도 차이가 사회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건 유전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편, 참여 대상자의 40%가 근친혼의 자손이었던 파키스탄인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연구에서는 질병 치료에 유용한 발견도 이뤄졌다. 부모로부터 받은 ‘APOC3 유전자’가 모두 돌연변이로 기능을 상실하면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평균 대비 90%가량 낮아지는 게 관찰됐다. ‘APOC3 유전자’ 기능을 저해하는 약물을 연구하면 고지혈증 및 심혈관계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PCSK9 유전자 억제제로 시판되고 있는 약들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것이다.
이미 일어난 상황을 발전적으로 활용하려는 미래지향적 시도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통합을 추구하는 노력은 유전자 연구와 선거전략 구상 모두에 필요한 요소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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