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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소멸 위기의 언어를 구할까
소수 언어 부흥을 위한 AI 기술의 두 얼굴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y 20 2025 12:01 PM
언어 사용자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체가 언어를 되살리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3,000개의 언어가 식민주의, 세계화, 강제 문화 동화, 환경 파괴 등의 요인으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캐나다 원주민 언어위원회는 캐나다 내 모든 원주민 언어가 다양한 수준의 위기 상태에 있으며 안전한 언어는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원주민 언어 생존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현재 대부분의 AI 챗봇이 전 세계 7,000개 언어 중 100개 언어로만 훈련되고 있으며, 영어가 대형 언어 모델의 주된 기반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 언어가 디지털 기술 환경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향후 AI가 언어 부흥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언어 억압을 낳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3년 열린 TEDx 강연에서 노던 샤이엔(Northern Cheyenne)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 마이클 러닝 울프(Michael Running Wolf)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형태의 삼나무 상자를 선보였다. 잠자리 문양이 장식된 이 상자는 오프라인 음성 기반 AI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언어 교육 커리큘럼을 담은 ‘상자 속 언어’라고 설명했다.
러닝 울프는 이 장치를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홈처럼 대화형 AI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퀘벡 인공지능연구소(Québec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의 ‘퍼스트 랭귀지 AI 리얼리티(First Languages AI Reality)’ 프로그램 기술 책임자로서, 원주민 학자와 기술자들이 언어 소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계학습을 통해 훈련된 음성 인식 기반 도구는 화자가 낯선 소리를 정확히 듣고 자신의 발음을 연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유창한 화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언어의 구술 전승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러닝 울프의 프로젝트 중심에는 원주민 데이터 주권이 자리잡고 있으며,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원주민 공동체가 스스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AI 연구자이자 정치인 안나 메이 유 라멘틸로(Anna Mae Yu Lamentillo)는 필리핀 내 위기 언어 보호를 위해 AI 기반 번역 앱 ‘나이트아울GPT(NightOwlGPT)’를 개발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9개 언어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소수 언어가 디지털 환경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라멘틸로는 AI 기술이 포용적이지 않을 경우, 과거 식민주의와 유사한 억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술 발전이 역사적으로 큰 전환점이라면, 세계 언어의 99%가 소외될 경우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닌 디지털 접근성과 표현,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개발의 주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전 세계 극소수만이 AI 도구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식민주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기술이 소멸 위기 언어의 보존과 복원을 돕는 동시에, 통제 주체에 따라 새로운 디지털 식민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언스플래쉬
한편, 카메룬 제1야운데 대학(University of Yaoundé I) 언어학 교수 에마뉘엘 응게 움(Emmanuel Ngué Um)은 최근 열린 소멸 위기 언어 워크숍에서 아프리카 언어학자 연구팀을 대표해 발표했다. 이들은 모질라의 커먼 보이스(Common Voice) 플랫폼을 통해 31개 아프리카 언어에 대한 수천 개의 단어와 음성 데이터를 담은 오픈소스 데이터셋을 제작 중이다. 이 플랫폼은 대규모 다국어 음성 코퍼스를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수집해 음성 인식 및 음성 기반 AI 기술을 더욱 포용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언어의 경우 방언이 매우 다양하고, 표준화된 철자나 발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구축에 어려움이 따른다. 식민지 시대 이후 많은 아프리카 언어는 통일된 표기 체계를 갖추지 못했으며, 이는 교육용 도구 개발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UNESCO)의 지원 아래 현지 단위의 언어 표준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응게 움은 AI가 응용 언어학자들이 오랜 시간 실현하지 못한 언어 서비스 제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언어학자들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아프리카 언어의 복잡한 현실 때문이라며, 식민주의 영향과 단일 언어 이념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다양성과 유연성, 창의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AI가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아프리카 언어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AI 개발자와 계산 언어학자들은 각 언어가 처한 고유한 상황을 고려한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AI 도구를 활용해 자원이 부족한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일이 일상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선 정확한 학습 데이터, 재정적 뒷받침, 공동체의 수용 의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데이터 주권과 공정한 접근성이 AI 기술의 중심 가치로 자리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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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