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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많은 치즈 고양이의 비밀, 드디어 풀렸다
“딱 한 번 일어난 변이”…수백 년 전 시작된 주황 고양이의 탄생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May 24 2025 09:44 AM
주황색 고양이의 특별함을 설명해줄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유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일 수 있다.
집사들 사이에서 주황 고양이는 유독 친근하고 장난기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학자들에게 이 고양이들의 특별함은 그들의 털 색이 나타나는 독특한 유전적 경로에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 황금빛 색깔을 만들어내는 DNA 돌연변이를 정확히 찾아내며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변이는 다른 어떤 동물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해당 유전 변이는 Current Biology 학술지 5월 15일자에 처음으로 기술됐다.
주황색 고양이의 특별함을 설명해줄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언스플래쉬
"이건 매우 특이한 유형의 돌연변이예요." 크리스토퍼 케일린 스탠퍼드대학 유전학 선임 과학자는 말했다.
대부분의 완전한 주황 고양이는 수컷으로,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주황 털색 유전자가 X염색체에 위치해 있다고 추정해왔다.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암컷 고양이는 X염색체 2개, 수컷은 X와 Y 1개씩을 갖는다. 수컷 고양이가 하나뿐인 X염색체에 주황 털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전신이 주황색이 된다. 반면, 암컷 고양이는 양쪽 X염색체에 모두 해당 유전자가 있어야 완전히 주황색이 될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은 낮다. 대신 대부분의 암컷은 검정, 흰색, 주황이 섞인 ‘칼리코’나 ‘토터셸’ 무늬를 띤다.
문제는 주황색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X염색체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털색을 주황으로 만드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노란색이나 주황색 털, 또는 인간의 빨간 머리를 만드는 유전자는 색소 관련 유전자 안에 존재하며, 이는 X염색체에 있지 않다. 그렉 바쉬 스탠퍼드대학 유전학 및 소아과학 명예교수는 “이 분자적 원인을 알아낸다면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고양이의 매혹적인 털색의 기원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익숙한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통찰도 제공했다.
주황 고양이의 유전자적 비밀
1단계는 주황 고양이에게만 나타나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케일린은 10년 넘게 고양이 쇼에 다니며 주황 고양이 보호자들에게 DNA 채취를 부탁해왔다. 그는 야생 고양이 무늬를 닮은 벵갈이나 토이거처럼 무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집한 고양이들의 DNA를 최근 5~10년 사이에 유전체가 해독된 자료들과 비교했고, 그 결과 수컷 주황 고양이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X염색체상의 유전자 변이 51개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중 48개는 주황색이 아닌 고양이에게도 존재해, 나머지 3개가 유력한 후보로 좁혀졌다.
이 중 하나는 X염색체의 약 0.005%에 해당하는 5,076 염기쌍이 결실된 변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결실이 단백질을 직접 생성하지 않는 유전자 외부 영역에 있었고, 통상 색소에 관여하는 유전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결실 부위는 Arhgap36이라는 인접 유전자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이 유전자는 포유류 대부분의 세포에서 사용하는 호르몬 신호 경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색소 세포에선 원래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는 중성화 수술 클리닉에서 수집된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이 결실 덕분에 색소 세포에서 Arhgap36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며 검은색 색소 생성을 억제하고, 그 결과 주황색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변이는 야생 고양이를 포함한 다른 동물에선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케일린은 “100년 넘게 존재가 알려졌던 유전적 예외였다”며 “그 유전 퍼즐이 바로 우리가 성염색체와 주황색에 주목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 유전 변이는 집고양이의 길들여짐 과정 중 단 한 번 발생했으며, 이후 선별 교배를 통해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매우 넓은 지역에 있는 모든 주황 고양이에게서 같은 변이가 나타났다”며, “이는 아주 오래전 발생한 하나의 변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2세기 중국 미술에 칼리코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 만큼, 고대 DNA 전문가들이 이 연구를 토대로 기원 시기를 추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네스 로히 핀란드 헬싱키대학 수의생명과학 및 유전학 교수는 “이 유전 변이는 고양이의 진화사를 밝히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일린과 공동 연구자들은 유전자 내부가 아닌 외부의 작은 결실이 어떻게 유전자 활성을 바꾸는지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주황 고양이의 유별난 성격도 유전적 이유일까? 케일린은 “아직 그런 연관성을 입증할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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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