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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일까 싸움일까, 고양이 심리의 경계
신체 접촉·소리·움직임으로 진단하는 갈등 징후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13 2025 02:50 PM
고양이끼리 노는 모습이 격하게 보일 때, 이것이 단순한 장난인지 아니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행동인지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슬로바키아 수의과대학과 영국 링컨대학교의 노에마 가이도슈크므초바(Noema Gajdoš-Kmecová)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고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고양이 210마리의 상호작용이 담긴 영상 105편을 분석해 고양이들의 행동을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다양한 행동을 분석해 ‘에소그램(ethogram)’이라 불리는 행동 목록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들의 상호작용은 장난(playful), 공격적(agonistic), 중간(intermediate)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장난 유형은 전체의 40%를 차지했으며, 레슬링 형태의 신체 접촉이 많고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특징이 있었다. 반면, 공격적 유형은 32%였으며, 소리를 내고 몸을 웅크리는 등 움직이지 않는 시간과 추격 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중간 유형은 28%로, 장난 유형과 유사하지만 간헐적으로 상호작용이 멈추는 특징이 있었다.
고양이의 싸움을 구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는 소리였다. 서로 쫓고 쫓기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한쪽이 울거나 으르렁대고, 중간에 동작이 멈춘다면 이는 공격적인 상호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양이들이 서로 몸을 맞대고 레슬링을 하며 조용히 노는 경우에는 장난일 가능성이 높다. 추격 행동도 서로 교대로 쫓고 쫓기는 형태라면 장난일 수 있지만, 일방적인 추격이라면 긴장 신호로 볼 수 있다.
중간 유형은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며, 장난에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단계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그룹에서 상호작용 사이의 자주 멈추는 행동이 눈에 띄었으며, 이러한 일시적인 멈춤이 고양이끼리 상대방의 의도를 다시 평가하고 긴장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고양이의 레슬링, 추격, 울음소리, 움직임의 멈춤 같은 행동을 관찰하면 관계의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언스플래쉬
이번 연구는 고양이의 눈에 띄는 행동만을 바탕으로 분석했지만, 실제로 고양이들은 귀와 꼬리의 위치, 얼굴 표정, 페로몬 등 더 섬세한 신호로도 의사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일반 보호자들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을 통해 고양이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양이들이 서로 잘 지내고 장난을 치는 사이일 경우,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이 섞여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고양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행동이 반복될 경우, 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고양이 사이의 긴장이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고양이들의 관계가 확실하지 않거나 잦은 갈등이 우려된다면, 전문적인 행동 상담을 통해 조기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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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