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반려견 미용 비법요?
“개가 마음 열 때까지 기다려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22 2025 02:11 PM
20년 반려동물 미용 김윤지씨 한 마리당 평균 3시간 정도 걸려 지속적 달래지만 물리기도 빈번 겁 많던 개, 수년 만에 마음 열어 기술보단 생명 존중 직업관 필요
지난해 기준 정부에 등록된 개와 고양이 수는 약 350만 마리. 반려동물이 해마다 늘면서 관련 영업장도 늘고 있다. 동물미용업은 전체 반려동물 영업장의 4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민간에서 발급하는 반려동물 미용사 자격증이 있지만 자격증 없이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은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씨가 동물자유연대 구조견을 미용하고 있다. 덩치가 있거나 신체가 불편한 경우 바닥에 앉아 미용을 해야 한다. 김윤지씨 제공
경기 남양주에서 일하는 20년 경력의 김윤지(48) 반려견 미용실 올리비아 원장은 지난 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반려견과 미용사 모두 편하고 행복하게 미용(털깎이)을 하는 게 목표”라며 “장수 비결은 개가 미용사의 의도를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와 끈기, 이를 통해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한 점” 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어릴 때부터 반려견과 살면서 막연하게 예쁘게 꾸며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직업으로 미용사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동물을 좋아해 자원동물산업과에 진학한 이후 친구들이 반려견 미용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김 원장은 “개들이 내 손길을 싫어하지 않았다”며 “그 점에 매력을 느껴 미용을 시작하게 됐다” 고 전했다.
반려동물 미용사는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한 마리당 평균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때는 온전히 개에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기 어렵다. 하루에 최대 4마리까지 미용을 한다.
개물림 또한 피할 수 없다. 김 원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물린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미용을 위해서는 개가 싫어하거나 아픈 부위를 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개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가려내는 게 바로 기술이다.
김 원장의 노하우는 인내와 기다림이다. 조금씩 미용을 시도하면서 개가 만지면 싫어하는 부위를 피해서 몸을 잡고 또 위험하거나 해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면서 하는 수밖에 없다. 개를 달래가며 같은 동작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개들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러다 보면 서로 신뢰가 쌓이고 호흡이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유 없이 무는 개들은 물려가면서 해야 한다”며 “그런 점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일반 반려견보다는 개의 외모와 특징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미용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쇼도그’(도그쇼에 출전하는 개) 미용에 전념했다. 사실 그가 쇼도그에 집중한 이유는 미용 기술을 뽐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당시 반려견 미용 문화에 불만이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반려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지금과 달리 시간에 쫓겨 빠르게 미용을 해야만 했다.
더욱이 보호자들의 반려동물 미용사에 대한 시선도 견디기 쉽지 않았다. 그는 “당시 반려견들의 지저분함을 해결해주는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보호자들이 많았다”며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미용을 원하는 분위기도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미용사가 개에게 물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도 있었다.
김 원장은 일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반려견들 때문에 웃는다. 너무 겁이 많아 미용하기조차 어려웠던 개인데 수년째 만나면서 먼저 손을 내민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 원장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가 보호 중인 구조견들 미용 봉사에도 참여해오고 있다. 트라우마가 있거나 한 번도 미용을 해본 적이 없는 경우는 미용하기 상당히 어렵다. 이때도 그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미용을 진행한다. 그는 “아픔을 겪은 개들을 보면 애잔하다”며 “시간이 없어 봉사를 많이 하지 못해 미안하다” 고 했다.
마지막으로 후배 미용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 원장은 “반려견 미용사들도 기술이 아닌 생명에 대한 존중, 배려를 먼저 배웠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오랫동안 반려견도 미용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