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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테러로 딸 잃은 의사
치명적인 왜곡 수사와 분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n 22 2025 02:09 PM
드라마 ‘로커비’ 아빠는 용의자 처벌 애쓰지만 법정 증언·수사 과정 의문 가득 진실 규명 향한 ‘목숨 건 여정’
웨이브 바로 보기 | 5부작 | 15세 이상
20대 딸이 해외로 향한다. 가족은 뜨겁게 환송한다. 설렘을 안고 떠난 딸은 곧 재난을 맞는다. 미국적 팬암 여객기가 폭탄 테러를 당해 스코틀랜드 작은 도시 로커비에 추락한다. 243명이 숨진다. 1988년 12월 21일 벌어진 참사다. 딸을 잃은 영국 의사 짐 스와이어(콜린 퍼스)는 여느 유족처럼 슬픔에 잠긴다. 눈물은 분노로 곧 바뀐다.
①엉뚱한 당국의 대처, 범인 수사는?
짐 스와이어는 딸이 항공기 폭파 사건으로 숨지자 유족을 대표해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웨이브 제공
영국 정부의 테러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 테러범이 여객기에 타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폭발물을 화물칸에 실었다. 스와이어는 언론인을 통해 비밀 정보를 얻는다.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정보기관의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영국 당국은 으레 있는 일 취급을 했다. 유족들은 스와이어를 대표로 내세워 정부의 잘못을 추궁하려고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테러의 배후로는 이란이 지목된다. 테러 발생 다섯 달 전 이란 여객기가 격추됐다. 미 해군의 실수였다. 이란이 서방을 향해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리비아가 급부상했다. 반미를 내세워 테러범을 지원하는 불량국가라 낙인찍힌 곳이니 의심을 살 만했다.
②용의자가 둘로 좁혀졌다고 하나…
딸을 잃은 의사 스와이어는 진실을 알아내야만 딸의 억울함을 풀 수 있다고 본다. 그의 끈질긴 분투는 그렇게 시작된다. 웨이브 제공
리비아인 두 명이 구체적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폭발한 팬암 여객기에서 발견된 전자회로가 주요 단서이고, 목격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용의자들을 리비아에서 소환해 법정에 세우고 단죄만 하면 된다. 정의는 결국 실현되는 걸까. 스와이어는 비난을 무릅쓰고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를 만난다. 용의자들이 서방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드라마는 스와이어의 노력과 동분서주에 초점을 맞춘다. 스와이어는 용의자들이 처벌 받도록 갖은 애를 다 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용의자들의 무고를 밝히는 데 총력을 다한다. 그는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무도한 테러를 용서한 걸까.
③진실은 단죄보다 중요하다
스와이어가 섣부른 단죄 대신 진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할수록 그는 점점 외톨이 신세가 된다. 웨이브 제공
스와이어의 변심은 수사에 대한 의혹에서 비롯된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법정에 세운 증인들의 증언에는 문제가 많다. 팬암 여객기 테러 배후국이 이란에서 리비아로 바뀐 점이 수상하기도 하다. 몇몇 증거는 이란을 향한다. 리비아 용의자 두 명을 의심하기에는 증거가 미약하기도 하다. 미국과 영국이 애먼 이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건 아닐까. 검찰과 정보기관 못지않게 사건을 추적하던 스와이어는 치명적인 수사 허점을 발견하게 된다.
스와이어는 진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족들은 그를 외면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아내와 멀어지기도 한다. 스와이어는 외롭지만 분투를 멈추지 않는다. 용기와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가 진실 규명에 지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딸을 잃은 아버지라서다. 진실만이 숨진 딸을 위로하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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