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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연조직에서 암 연구 실마리
수천만 년 전 단백질 분석해 분자 기전 탐구
- 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Jun 16 2025 03:30 PM
공룡 화석이 인류가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질병인 암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 연구진은 수천만 년 전 화석으로 보존된 연조직을 통해 고대 단백질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룡 연구는 오랫동안 뼈에 집중되어 왔지만, 뼈만으로는 이 동물들의 생활 방식이나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어렵다. 최근 고대 단백질 연구인 고단백체학(paleoproteomics) 기술이 발달하면서, 화석에 남아 있는 연조직의 미세한 단편들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연구진은 루마니아에서 턱뼈에 종양이 발견된 오리주둥이 초식공룡 텔마토사우루스 트란실바니쿠스(Telmatosaurus transsylvanicus) 화석에 주목했다. 이 공룡은 약 6600만~7000만 년 전 오늘날 루마니아 하텟 분지(Hateg Basin)에 서식했다. 이전에도 공룡 뼈에서 암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지만, 고대 종양에서 연조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현지에서 직접 표본을 수집해 돌아와, 사람 머리카락 굵기만 한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미세한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에 시료를 장착해 관찰한 결과 혈액 세포에 포함된 단백질을 확인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는 과학자들이 고대 DNA를 이용해 공룡을 복제하지만, 실제로 수천만 년이 지나면 DNA는 완전히 분해된다. 반면 단백질은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남을 수 있어 분자 시간캡슐 역할을 한다. 이를 연구하면 공룡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암 같은 질병의 생물학적 과정을 복원할 수 있다.
공룡 화석에서 발견된 고대 단백질 연구가 암 발생과 억제 기전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언스플래쉬
암은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코끼리와 고래처럼 크고 오래 사는 동물들은 크기와 수명 때문에 암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은 뛰어난 암 방어 기전을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종양 억제 유전자 TP53를 여러 개 보유하고, 200년 이상 사는 보우헤드 고래는 DNA 손상을 효과적으로 복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룡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 중 하나로서 이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공룡들도 암에 면역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하는 여러 화석 증거를 바탕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와 텔마토사우루스 등에서 발견된 양성 종양부터 악성 암에 이르는 다양한 종양 화석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 공룡이 종양을 억제하는 데 사용했던 분자적 기전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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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