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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한국일보 미술대회 심사를 마치고…
정선미 한인미술가협회장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Jun 20 2025 04:02 PM
유난히 비가 잦았던 초여름. 다행히도 미술대회가 열린 그날만큼은 맑은 햇살이 떠올랐습니다.
“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공원에 모여든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감사의 마음과 함께요.
정선미 미협회장
화폭 위에는 작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이 조심스럽게 손끝을 따라 옮겨졌고, 그렇게 저마다의 세계가 환하게 펼쳐졌습니다.
올해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들은 단연 유치부와 유년부의 그림들이었습니다.
유치부 서지안군의 작품 속에는 농구대보다 훨씬 큰 22번 선수가 여유롭게 바스켓에 공을 넣는 장면이 담겨 있고, 그 위로 펼쳐진 하늘엔 비행기가 유유히 점을 찍으며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좁아진 마음 속에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붓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유치부 아이들에게 있어 감정은 단연 ‘왕’입니다. 타협을 모르는 그들만의 왕국은 거침없는 원색과 춤추는 선들로 채워졌고, 그 안엔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유년부의 작품에서는 분명한 성장이 느껴졌습니다. 선과 선이 만나 깊이를 만들고, 원근감이 표현되며, 이제는 시간 속 ‘앞’과 ‘뒤’를 이해하듯 공간을 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간의 발견! 삼차원의 세계가 생겨났습니다.
미술가협회상을 수상한 임빈군의 작품속 ‘바다 도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찼고, 황지윤양의 작품에서는 암흑의 공간과 푸른 바다의 생명력이 마치 광활한 우주처럼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움을 남긴 부문 또한 유치부와 유년부였습니다.
아이들이 삐뚤빼뚤하지만 정성껏 이어간 섬세한 선 위에 굵고 일관된 선이 덧입혀진 흔적들, 희미하게 형상을 잡아가던 그림에 ‘완성’을 강요하듯 개입한 손길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작품에서 보호자의 지나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미완성의 그림이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미술대회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개입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초등부는 보다 성숙한 표현이 돋보였습니다. 원근법에 따라 색채가 변화하고, 세부 묘사가 더해지며, 구도와 색감을 통해 감정과 정서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내려는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중등부와 고등부의 작품에서는 구성력, 색채 감각, 창의성과 표현력의 조화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작품 전반에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임소현양의 작품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화분 속에서 생명력과 찰나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노력이 느껴졌고, 실줄기 하나하나의 묘사에 담긴 의지와, 절제된 생명력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지금 — 삼라만상이 변화하고, AI의 유혹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 임양의 그림은 마치 생명의 본질을 지켜내려는 의지의 표현인 듯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고등부 전체 작품에서는 냉철함과 자제력 속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다만, 다소 지나치게 정제된 선과 색채 속에 생동감이 부족했고, 정곡을 찌르는 대담함과 열정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림은 결국 오늘의 생각이며, 오늘의 기분입니다.
아이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지금 우리 어른들의 태도, 감정,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정서를 키우는 거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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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전체 댓글
Cocoamy ( doimh**@gmail.com )
Jun, 23, 09:49 AM Reply수고많으십니다. 대회 심사평도 잘 읽어 보았습니다.
저의 아이(유치부)도 이번 대회에 참가 하였는데 그림 실력이 형편 없었는지 입상을 못했습니다. 아이가 나름 스토리도 만들고 스스로 혼자 완성까지 그려서 그림을 제출 했습니다. 옆에서 제가 코칭아닌 코칭을 해도 자기는 이 모습이 이쁘다며 자기만의 그림을 완성 하였습니다. 대회라고 연습같은건 하지않았고, 학교에서 늘 그리던대로 그렸고, 연필 크레파스 그리고 물감을 고루 사용하며 혼자 끝까지 완성 했습니다.
실력이 너무 형편이 없어 실격이 된거라면 이해를 하지만, 혹시라도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는 오해로 실격처리 되었다면 앞으로는 차라리 미완성으로 그리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모든 부모가 아이 그림을 도와주었다는 인상을 남기게 될까봐 짧은 메모를 남깁니다. 수고하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