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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을 찾아서 (상)

소설가 김외숙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Jun 23 2025 09:26 AM


  말 수를 줄인 그와 마주 앉는 아침 식탁 앞에서 내가 하는 건 먹는 행위가 아니라 탐색이다. 잠 묻은 말초신경까지 일깨워 재촉한다, 찾아내자고, 그가 말 수를 줄인 이유를. 말 수를 줄이듯 공유하던 습관들까지 몰라라 하는 이유를 밝혀내자고. 방금 빠져나온 잠자리에서 그렇게 부동자세를 고집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러나 내 말초신경들은 기껏 무망중에 흘렸을 그의 시선 한 자락에 집착한다. 아니, 매달려 용을 쓴다, 놓지 않으려. 
  용을 쓰노라면 어지럽다, 마치 그가 그의 시선 끝자락에다 날 매단 채 맴을 돌리는 것처럼. 

  그가 말없이 바꾼, 우리 사이에 익숙했던 것들은 실은 작고 사소한 것이어서 공유하고 있었을 때는 그리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적당히 따스해진 그의 다리에다 내 다리를 걸치는 일이며, 그가 마시다 만 커피를 내가 홀짝홀짝 마시거나, 내가 먹던 국이나 밥그릇에 그가 예사로 수저를 꽂아 달게 먹거나 하던, 그러니까 호흡하듯 하는 줄도 모르게 해오던 일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일방적으로 바꿔버린 작은 것이 남기는 후유증은 의외로 커서 내겐 지축을 흔드는 것 같다. 그 흔들린 지축에 우리가 함께 딛고 있던 빙하가 갈라지면서 둘 사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가 생긴 것 같다.
  그는, 그의 따스한 다리에다 무의식중에 감던 내 다리를 슬며시 밀치므로 잠자리 속의 날 관 속에 누운 듯 부동자세를 취하게 하고, 아침 식탁에서 함께 누리던 밥과 국은 스스로 블루베리 잼을 바른 빵과 베이컨으로 바꿔버림으로써 찬밥으로 만들어버렸다.

 
  “웬 베이컨?”
  그날 그가 베이컨을 들고 왔을 때 내가 물었다. 벌건 삼겹살이 오른 아침 식탁을 대하는 일만큼이나 낯설어서였다. 
  “바꿔보려고.”
  나보다 식성에 더 보수적인 그가 예사롭게, 그리고 심플하게 말했을 때 나는 한참을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김 오르는 국과 밥그릇이 나랑 세트가 되어 식탁 위에서 추방당한 느낌이었다. 예사롭던 것들이 갑자기 모르는 바가 되고 숫제 다가설 수 없도록 경계를 분명히 하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그와 나 사이에 놓인 경계선 앞에서 나는 암담하고 막막했다. 


  “이석이라고 들어봤어, 언니?”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으로 응급실로 엄마를 모시고 갔다 온 동생이 전화했을 때 공교롭게도 나도 밤 내내 편두통에 시달리다 휑한 정신으로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한꺼번에 닥치니 나는 그 알 수 없는 것을 추리하느라 밤 내내 골몰해야 했고, 골몰은 결국 편두통을 유발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타일 조각이 떨어진 것과 같대.”
  동생은 어지럼증과 달팽이관 속의 이석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듣기 쉽게 하려고 의사가 했을 말을 내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어지럼증과 이석, 그리고 떨어진 타일조각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물끄러미 이미 떨어져 자국이 된 내 부엌 싱크대 앞의 벽, 크림색 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일이 떨어진 허전한 자국이 오늘따라 영영 찾지 못해 채울 수 없는 퍼즐의 한 조각 같았다. 
  “떨어진 것이 제자리 찾아 붙어야 한다는데, 엄마가 연세 있으시잖아?”
   동생이 말하는 엄마 몸속에서 떨어진 타일은, 귓속의 달팽이관 안에 있는 돌, 이석이었다. 말하자면 엄마의 타일은 이미 노쇠했으므로 접착력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석이란 것이 우리 몸의 평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나는 엄마가 앓는 그 병을 통해서야 알았다. 
  “맴을 돌리듯이 갑자기 몸이 돌기 시작하는데 냉장고도 돌고 천정도 빙빙 돌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엄마가 한 말이었다.
 사람 몸을 맴을 돌리듯 했다니, 그래서 갑자기 냉장고가 돌고 천정이 빙빙 돌더라는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던 나는 오히려 옅은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누가 양팔을 잡고 돌리지도 않는데, 가만히 있던 건강한 엄마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함께 도는 어지럼증을 느끼는 증세가 내 상식으로는 얼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 그가 보이던 여느 때 같지 않던 낯선 행동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으므로 엄마의 어지럼증 증세까지 두루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마음 한 자락을 부려두었기 때문인지 마치 대하기 조심스러운 손님처럼 집안에서조차도 바라보는 사람을 어렵게 하는 것 같던 그의 그런 증세, 그것이 만드는 어지럼증의 강도는 적어도 내게는 제 자리에서 평형을 잡아주어야 할 이석이 이탈하면서 비롯된 엄마의 어지럼증보다 심각했다. 

  그즈음에 나는 내 삶의 평형을 유지하게 하던 이석 같던 것, 그러니까 그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음을 이미 변해버린 그의 마음보다 늦게 감지하고 있었다. 변심이란 것이 삶의 균형을 어긋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면, 이미 어긋난 것 같은 우리 관계는 분명 그의 변심이 이유일 것이다. 서로의 마음에 붙어있어야 할 마음 조각들이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지는 상태였다.
   “내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시장 오가는 길에도 어지러워 주저앉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결국 이렇게 말해 보아야 미련하게 병을 키웠다는 잔소리밖에 듣지 않을 것임에도 천정이 빙빙 돌더라는 증세를 이해하지 못한 내게 엄마는 그렇게 숨긴 일을 변명하듯 했다. 그렇다면 그의 저 증세도 나만 몰랐지 이미 오래된 것일까? 늘 그러려니 여긴 것은, 나의 불찰이었을까? 믿음이 불찰로도 작용할 수 있음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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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외숙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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