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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진실규명-재발방지 앞에 진보·보수 없다”

이상철 특조위 상임위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04 2025 11:35 AM

국민의힘이 추천한 보수 인사 “인간의 존엄·가치 회복 대명제 앞에 정파적 이익·유불리 따질 수 없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 본격 조사 착수 인권위·세월호 특조위 등 활동 경험 ​​​​​​​“또 다른 참사 막는 데 힘 보태겠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재구성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입니다.”

 

h0702a024a30.jpeg이상철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철 상임위원이 강조했다. ‘참사의 재구성’은 같은 달 17일 본격 조사에 착수한 특조위가 당연히 할 일이지만 이 위원의 다짐이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가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소위 ‘보수’ 인사여서다. 판사 출신 변호사인 이 위원은 2017년엔 국정농단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그는 “보수와 진보 간 가치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실제 그는 특조위 안팎에서 꼼꼼하고 합리적이란 평을 듣는다.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비상임위원(대법원장 지명·2015,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자유한국당 추천·2019~2022년) 등 참사와 인권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것도 큰 강점이다.

이 위원은 ‘팩트 파인딩’, 즉 사실 확인에 일단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세월호도 천안함도 독립적인 위원회 조사를 거쳐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갈등이 있다”며 “결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사고 발생과 전개 과정, 목숨을 잃거나 다친 이유, 구조가 지체된 경위까지 낱낱이 밝혀야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봉합되고 공동체도 회복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무엇이 일어났는가(What)’란 사실 확인 후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Why)’를 짚을 계획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 법령의 이행 여부는 물론 책임 소재와 예방·대응·복구 전반의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월호에 이어 두 번째 참사 특조위 활동인 만큼 그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반복되는 비극을 끊고 더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도약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갖고 있다. 이 위원이 ‘재난·안전 부문 공무원의 전문성과 권한 강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전문 인력을 길러내고 걸맞은 권한을 부여해야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난은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수년간 숙달해야 예방부터 복구까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전체 흐름을 듣고 조율하는 일이죠.”

이런 측면에서 처벌 만능주의는 경계했다. 책임은 따져야 하지만,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그는 “자꾸 책임을 묻기만 하면 사람들은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며 “어떻게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사람이 재난을 막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영국 힐스버러 참사를 예로 들었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셰필드 힐스버러 축구장에서 97명이 압사하고 760명 넘게 다친 사건이다. 유족들의 재조사 요구에 따라 2010년 출범한 힐스버러 독립조사위는 2년 뒤 395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경찰 등 관계 기관의 대비 부족과 부실 대응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위원은 “힐스버러 조사위는 경찰이 질서 유지 의무를 제대로 못한 점은 밝혔지만 형사 책임은 묻지 않았다”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꼽은 특조위 활동의 걸림돌은 1년(한 차례 3개월 연장 가능)이라는 짧은 기간이다. 그는 “진상 규명도 오래 걸리는데 제도 개선까지 하려면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조사 개시일로부터 1년’이라는 규정이 없어 위원 임명일을 기준 삼자는 정부 측과 갈등을 빚다 6개월 넘게 허비한 세월호 때보단 상황이 낫다. 이 위원은 “시간이 많다고 성과가 커지는 건 아니다”라며 “열정적으로 밀어붙이면 1년 3개월 안에 진실을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권고를 통해 공동체 회복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정부에서 출범한 특조위가 같은 정권에서 벌어진 참사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독립성 우려도 나온다. 이 위원은 “대법원 등 중립 기관 추천 위원이 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우리 위원회는 원만하게 잘일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자는 대명제 앞에서 정파적인 이익, 유불리를 따질 수 없죠. 특조위에 들어온 순간 공무원으로서 객관성과 중립의 의무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헌법 제7조에도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책임지도록 명시돼 있지 않습니까?”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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