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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트리(Palm tree) 그 여자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Updated -- Aug 11 2025 10:41 AM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Jul 31 2025 09:04 AM


구엘파크(Guell Park)에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탔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다는 구엘 파크, 가우디(Antoni Gaudí)의 솜씨가 어떻게 남아있는지 궁금했다. 
숙소를 나서기 전에 날씨체크부터 해보았다. 토론토를 떠나올 때, 한국이 30도~35도 사이를 넘나드는 염천(炎天)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늘은 토론토 역시 30도를 육박하는 기온에 폭염경고가 내려진 상태라는 소식을 딸이 전해주었다. 
‘우리가 지금 용케 더위를 피해 온 거예요!’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는 토론토소식을 듣고 나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앞뒤 뜰의 식물들은? 집안의 화분은? 
떠나올 때 물을 듬뿍 주었으니 며칠 정도는 괜찮겠지만 연일 더위가 계속되면 견디기 어려울 텐데...
  
버스 안은 더웠다. 한국이나 토론토에 비하면 바르셀로나야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버스 차창으로 흘러가는 거리의 풍경들을 구경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 말들이 자갈 굴러 들 듯 섞이곤 했다.
팜 트리 가로수 길로 들어섰다. 멀리 휘돌아가는 전방의 길까지 늘어서있는 팜 트리가 멋져보였다. 모두가 10m는 넘어 보이는 큰 키의 팜 트리들이, 열정의 나라, 더운 나라에 온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몇 년을 자라면 저만큼 키가 클까. 내가 셀폰을 꺼내자 손녀인 도리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디쯤에선가, 차가 밀려 버스가 정차하는 동안, 버스 창문 가까이 팜 트리 기둥이 눈앞에 다가서 있었다. 자세히 보고 싶어서 고개를 창문 가까이 바싹 대고 위를 올려다보아야했다. 
마름모꼴로 이어져 올라간 무늬의 우둠지에, 사방으로 뻗어있는 잎줄기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잎줄기사이에 포실포실 말라 보이는 꽃답지 않은 꽃을 매단 가지들도 한 두 가닥씩 섞여있었다. 
나이테를 속으로 쌓는 대신, 몸뚱이에 흔적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팜 트리! 
퍼특 영감(靈感)이 스쳤다.
어쩌자고? 
여자의 나이는 묻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데, 어쩌자고 저 여자는 제가 살아온 햇수를 몸에 새긴 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까. 의문부호에 잇달아 감성부호가 꼬리를 물었다.

 

thomas-lefebvre-v63om8opjso-unsplash.jpg

언스플래쉬

 

나이를 묻지 않았는데도 
굳이 몸으로 보여주는 그 여자, 
팜 트리
보면 알거고,
보았으니 알겠지요,
나의 삶을, 그리고 당신의 삶도.

말하지 마세요
보고, 듣고. 헤아리고, ... 느끼세요
삶이란 게 다 그렇잖아요 
더러는 아프고, 더러는 상처도 받아가며,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는 잃게 된다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걸,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지요 

더 보고,
더 듣고,
더 헤아리고,
더 깊이... 껴안으세요
다가올 내일을, 펼쳐갈 당신의 삶을
 

팜 트리 가로수 길을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멕시코에서, 베트남에서, 태국에서, 하와이에서, 중국에서, 캘리포니아에서 그리고 제주에서... 그때마다 남국의 열정, 이국적인 풍광으로 마음을 설레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본 팜 트리는 나에게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토론토에서 집을 나서기 직전에 이 무더위를 독서로 해결해보라는 <독서삼매경에 빠져보시라!>는 제목의 글을 신문사에 보냈었다. 그 글 내용에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도 했었다. 
나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독서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새삼스럽지 않으면서 새삼스러웠다. 같은 곳도 여러 번 가면,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이번의 느낌은 그보다 더 강렬했다. 
해마다 돋아난 새 잎줄기들을 위하여 묵은 잎줄기를 잘라낸 자리들이 만들어낸 흉터, 그 흉터들이 만들어낸 무늬의 아름다움. 몸에 새겨져있는 형상이 곧 그 나무의 삶을 말해주고 그것이 곧 보는 사람의 삶을 둘러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팜 트리 가로수 길을 설렘과 열정으로 그려지는 멋진 이국적 풍광으로만 바라봤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내면의 성찰로 깊어지는 것. 
이것이 곧 나이 들어 하는 여행의 맛이 아닐까. ♠      
  -------------------------
<2025년 7월 14일> 바르셀로나의 거리에서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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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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