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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 무궁무궁!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Updated -- Aug 11 2025 10:37 AM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Aug 11 2025 09:21 AM


2주가 넘는 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우버택시로 토론토 공항에서 출발할 때 마음이 설렜다. 우리 집은 무사한가? 한여름의 뙤약볕을 어찌 견뎠을까?...
집 앞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리 집이 환했다. 앞뜰의 입구에서부터 울타리의 무궁화나무의 꽃들이 가득 피어나 빈집을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2주 전, 집을 나설 때는 초록의 몽오리로 닫혀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았던 것들이 그 사이 하얗게 혹은 분홍과 보라의 꽃등을 켜서 집을 온통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 떨어져 흩어져있는 꽃잎들조차 운치를 그득하게 자아내고 있었다.  
‘동네서/젤 작은 집/분이네 오막살이//동네서/젤 큰 나무/분이네 살구나무//밤 사이/활짝 펴올라/대궐보다 덩그렇다.//라는 백수선생의 시조가 떠올랐다.
오! 집지킴이 무궁화! 감사! 감사!

 

davies-designs-studio-x0duonsyp8g-unsplash.jpg

언스플래쉬

 

밴쿠버에서의 어느 첫 새벽, 무궁화는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섰다.
그 영감을 받아 적은 나의 시조 <무궁화>다.

희붐한 새벽녘에 뒤뜰로 나섰더니
먼저 와 서 계시는 윗대 선조 할아버지
옥양목 두루마기에 박힌 단심 선연하다

그 외에도 무궁화에 대한 글을 몇 차례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무궁화가 한국사람들 가슴에 국화(國花)처럼 심어져있었지만 정식 자리를 찾지 못한 채여서 해마다 8·15가 되면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국화로 지정하자는 의견들이 거론되곤 했었다. 나는 무궁화를 국화로 공식지정하자는 내용의 ‘무궁화의 날과 정체성’이란 글도 썼다. 또 ‘나와 무궁화’라는 글로 수필문학상도 받았다. 

이제는 법령에 의한 법적 지위도 확보되었다. 
2016년, 행정안전부의 주관으로 ‘나라꽃 무궁화 사랑에 관한 법률’로 8월8일을 ‘무궁화의 날’로 공식 제정하였기 때문이다. 
해마다 ‘무궁화의 날’이 되면 학교, 지방자치, 사회단체 등에서 글쓰기, 그리기, 전시회, 공모전 등 각종 행사를 통하여 문화적 예술적 접근을 장려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국가차원의 연구기관에서 새로운 품종개발과 품질 향상 등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8월8일!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의 표시가 된다. 8이 두 번 반복되어, 무한대의 의미가 겹친다. 생명력과 우리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더욱 강하게 상징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무궁화는 여름 꽃의 대표이기도 하니 시기적으로도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88’이 ‘팔팔’로 읽히는 것도 그럴 듯하다. 
‘88 ∞∞ 무궁무궁!’ 

토론토 집으로 이사 왔을 때 무궁화가 없었다. 산책길에서 무궁화 한 가지를 꺾어 와 삽목(揷木)으로 살려낸 후 무궁화를 식구 삼았다. 그렇게 무궁화를 집에 들인 후 무궁화의 품종을 모으려고 애를 써왔다. 지금은 ‘백단심’, ‘배달’, ‘홍단심’, ‘단아’ 등 4종류의 무궁화가 있다.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는 탓에 해마다 뜰에 이 나무 저 나무, 이 화초 저 화초...들을 심고, 가꾸었다.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실패의 이유 중 토양과 기후가 가장 큰 변수였다. 그런 경험들을 통하여 여러 가지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얻은 몇 가지 교훈 중, 특기할 만 한 것은 생명보존에 관한 기존의 인식이 새로운 인식으로 바뀌게 된 점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사물에 대해서 확실한 검증과 객관적인 증거나 연구를 토대로 한다. 그 임상 실험의 대상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식물을 가꾸는 일에도 나의 임상정신을 그대로 적용한다. 진화에 대한 나의 인식변화 역시 나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기존의 진화개념에서 비켜설 수 있었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 종이라고 교육받아온 적자생존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달리, 견뎌내는 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결국은 살아남는 종이 강자라는 것을 실감했다. 개념이 달라진 셈이다. 말하자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나무가 바로 무궁화다. 

지난 6월초에 가족들의 힘을 빌려 뜰 정리를 하면서 2m정도 되는 무궁화 대여섯 그루를 집 모퉁이 통로의 판자울타리 곁에 적당한 간격으로 옮겨 심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그 나무들까지 작은 꽃송이들을 매달고 있었다. 가슴이 찌르르했다. 꽃 전체지름이 2~3cm정도로, 여느 꽃송이의 4분의 1정도가 채 되지 않는 크기였다. 아직 자리 잡기도 이른데, 천천히 자리 잡은 후 내년에 피워도 될 텐데... 기어이 서둘러 필 까닭이 뭐니? 두 달도 채 안됐잖아. 얼마나 힘 드니? 물어도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무궁화의 강인함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이래저래 나와의 여러 사연을 가진 무궁화가 이번엔 집지킴이로, 강자의 강인함으로 또 한 번 나를 감동시켰다.

다시 맞는 8·15!
무궁화여 88 ∞∞ 무궁무궁! 
대한민국이여 88 ∞∞ 무궁무궁! ♠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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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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