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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앞마당에 변화의 바람
생물 다양성·기후 대응 위해 자연화 정원 확산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Aug 13 2025 09:29 AM
이례적인 가뭄이 캐나다 전역을 덮치면서 바싹 마른 앞마당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CBC 보도에 따르면, 환경 및 원예 전문가들과 ‘잔디 금지(no-lawn)’ 운동 지지자들은 이제 잔디밭을 유지해야 할지를 넘어, 애초에 잔디밭이 필요한지 자체를 되물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데이빗 스즈키 재단(David Suzuki Foundation)은 캐나다 전역에 약 620만 개의 잔디밭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으며, 주요 도시의 토지 중 약 8.2~22.7%가 잔디로 덮여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캐나다 가구의 약 3분의 2는 잔디밭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U.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는 잔디밭을 생물 다양성이 부족한 '사막'으로 평가했다. 잔디밭은 곤충이나 야생 동물을 거의 유인하지 않으며, 물을 지나치게 소모하고 물 부족 현상을 악화시킨다. 관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살충제와 비료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잦은 잔디 깎기는 온실개스를 배출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캐나다 각지에서 가뭄이 이어지면서 많은 잔디밭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잔디 반대(anti-lawn), 재야생화(re-wilding) 등으로 불리는 자연주의 조경 운동이다. 이 운동은 잔디밭을 자연화된 마당이나 서식지 정원, 텃밭, 또는 토종 식물과 꽃가루 매개 생물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자는 접근이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학교 생태 디자인 연구소(Ecological Design Lab)의 브렌던 새뮤얼스(Brendon Samuels) 박사후연구원은 캐나다와 미국에 수천만 에이커에 달하는 잔디밭이 있는데, 이는 생태적 가치는 없고 유지비용은 비싸며,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에는 외관조차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잔디밭이 17~18세기 유럽 귀족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당시에는 잔디를 유지하려면 많은 자원과 노동력이 필요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에는 잔디가 문화적으로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이 별다른 의문 없이 선택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고정관념을 되묻는 움직임이 점점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뮤얼스 연구원은 자연화된 마당의 장점으로, 토종 식물인 밀크위드(Milkweed)를 통해 개체 수가 줄고 있는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의 생존을 도울 수 있다는 점과, 녹지를 늘려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토종 식물은 뿌리가 깊어 지하수를 흡수할 수 있어 고온 건조한 날씨에도 스스로 수분을 유지하며, 홍수 시에는 토양의 수분을 머금어 환경 안정에도 기여한다.
미국 국립야생연맹(National Wildlife Federation)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약 12%가 잔디밭의 일부를 자연화 정원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 앤드 가든(Home and Garden) 매거진은 이러한 흐름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든 디자인(Garden Design) 매거진은 2025년 가장 주목받을 원예 트렌드로 토종 식물과 친환경 정원을 꼽았다.
핀터레스트에서는 ‘자연주의 정원(naturalistic garden)’ 검색이 약 2만3천 건에 달하고, 틱톡에는 토종 정원 조성에 관한 영상들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틱톡에서 ‘가드닝 그랜트(Gardening Gran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토론토의 그랜트 민크호르스트(Grant Minkhorst)는 자신의 채소밭과 여러 다년생 식물이 무성한 모습을 공유하며, 정원의 성공 기준은 얼마나 많은 식량을 재배했는지, 얼마나 많은 꽃가루 매개 생물이 방문했는지라고 설명했다.
레딧(Reddit)의 ‘잔디 금지(no lawns)’ 커뮤니티에는 약 28만 명이 가입돼 있으며, 이들은 분홍 에키네시아 꽃(Echinacea), 노란 금계국(Coreopsis), 보라색 비밤(Bee Balm) 등으로 가득 찬 정원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라고 표현하며, 더 이상 정원을 정갈하게 가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생태 원예사 레베카 맥매킨(Rebecca McMackin)은 지난해 발표한 테드(TED) 강연에서, 잔디밭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생물 다양성에 도움이 되며, 잔디밭은 벽을 뒤덮는 카펫이 아니라 영역을 구분하는 러그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잔디밭을 줄이고 자연화 정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CBC
잔디밭을 자연화 정원으로 전환한 일부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는 자연화 정원이 수십 년 전부터 헌법상 권리로 인정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조례는 이를 아직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실제로 새뮤얼스 연구원은 런던 지역에서 자신의 뒷마당을 자연화 정원과 빗물 정원으로 조성한 뒤, 관련 조례와 마찰을 겪은 경험이 있다. CBC 뉴스는 캐나다 여러 도시에서 주민들이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조례가 개정돼 자연화된 정원을 허용하기도 했다.
토론토 등 일부 도시에서는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수분 매개 식물 정원 조성이나 잔디밭 전환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잔디 깎기 높이 제한도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연화된 마당이 쥐나 진드기 등 해충을 더 유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2024년 생태디자인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결과가 나왔다. 데이빗 스즈키 재단은 단순화된 환경인 잔디밭이 오히려 라임병의 매개체인 흰발생쥐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잔디밭은 야생동물에게는 가장 나쁜 환경이며, 진드기에게는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새뮤얼스 연구원은 무조건적인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개별 토지 소유자들이 과연 이렇게 많은 잔디밭이 필요한지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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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