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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도는 어지럼증 뇌 문제일까, 귀 문제일까
“감각 마비 여부 체크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1 2025 11:25 AM
10분의 1은 뇌로 인한 어지럼증 팔·다리 마비 증세, 심한 두통 동반 절반 정도는 귀로 인한 어지럼증 어지럼증 증세뿐이지만 강도 세 이석증 치료 시술 5분이면 충분 이뇨제, 메니에르병 효과 제한적
걷기조차 힘든 어지럼증이 갑자기 찾아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앞선다. 괜한 걱정을 예방하려면 구분 기준을 알아두는 게 좋다. 지난 1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나윤찬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감각 저하나 팔·다리 마비, 심한 두통이 동반되지 않은 급성 어지럼증은 뇌가 아니라 귀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1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나윤찬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가 귀 문제로 생기는 어지럼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어지럼증을 부르는 3대 귀 질환은 이석증과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이다. 그중 전정신경염은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안정제(전정억제제)를 처방받아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 교수는 “안정제는 ‘전정 보상’ 작용을 방해해 오히려 회복을 늦추기 때문에 장기 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정 보상은 시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몸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다. 전정신경염은 귀에서 뇌로 이어져 몸의 평형을 감지하는 전정신경의 한쪽이 손상되면서 균형 감각이 깨지고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청력 저하와 이명이 생기는 메니에르병은 “과도하게 진단되는 대표적인 귀 어지럼증 질환”이라고 나 교수는 지적했다. “통상 이뇨제를 장기 처방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뇨제가 메니에르병 치료에 효과 있다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지러운 게 뇌 때문인지 귀 때문인지 어떻게 구분합니까.
“만약 뇌 문제 때문에 생기는 어지럼증이라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해요. 통상 절반 정도가 귀 문제에 따른 어지럼증이고, 30~40%는 별다른 이유가 없는 만성 어지럼증입니다. 나머지 10% 정도가 뇌에 문제가 생긴 경우예요. 뇌의 문제로 발생한 어지럼증의 강도가 더 강할 것 같지만, 귀 때문에 생긴 어지럼증 강도가 더 세요. 신체 감각 저하, 팔·다리 마비 증세, 심한 두통, 발음이 잘 안 되는 증세가 나타나면 뇌가 원인인 어지럼증이고, 순수하게 어지럼증만 있다면 귀가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어지럼증을 부르는 3대 귀 질환도 증상 차이가 있습니까.
“공통점은 모두 회전성 어지럼증이란 거예요. 주변이나 환자 자신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만 이석증에 따른 어지럼증은 머리 움직임과 관련 있고, 지속 시간이 보통 1~2분 안팎이에요. 반면 전정신경 손상에 따른 전정신경염은 구토가 나올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이 통상 48시간 정도 계속됩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게 이석증·전정신경염 어지럼증과 차이점이에요.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 나타나고 청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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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은 이름에 돌을 뜻하는 한자(石·석)를 쓰다 보니 귓속에 돌멩이 같은 이물질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용어 때문에 오인하기 쉬운 것 같아요. 이석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 구조물(난형낭·구형낭) 안에 있는 작은 탄산칼슘 결정이에요.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간 이석은 반고리관 내 액체(림프액) 위를 떠다니게 되고, 그래서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이석이 반고리관 신경을 자극해 어지럼증을 일으킵니다. 돌은 단단하니까 저절로 없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석은 탄산칼슘 성분이기 때문에 녹아서 없어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특별한 치료 없이 증상이 호전되는 일도 많아요.”
-증상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면 치료를 안 받아도 되나요.
“이석증은 자연 완치되기 때문에 급성 어지럼증이 와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수개월 동안 일상생활이 불편할 수 있으니 치료는 받는 게 좋아요. 떨어져 나간 이석을 다시 난형낭 속으로 집어넣어 주는 시술(이석정복술)을 하는데, 5분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다만 이석정복술 후 약 30% 정도는 이석증이 재발할 수 있어요. 그렇다 해도 이석정복술을 다시 하면 대부분 나아집니다.”
-전정신경염은 어떻게 치료합니까.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한쪽 귀의 전정신경이 손상돼 심한 어지럼증을 불러오는 질환이에요. 손상된 신경을 되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초기에는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쓰고, 이후엔 재활운동을 하는 식으로 치료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지럼증이 사라지는 건 뇌의 전정 보상 기능 덕분이에요. 반대쪽 전정신경의 기능을 낮추고, 시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을 끌어와 몸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전정 보상이 작동하기 때문에 심한 어지럼증이 있어도 통상 2~6주가 지나면 일상생활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시각의 반응 속도가 전정기관보다 느리기 때문에 고개를 빨리 돌리거나 격한 운동을 할 때 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메니에르병 환자에게 처방하는 이뇨제는 효과가 있습니까.
“메니에르병은 내이(內耳) 속 림프액의 양이 늘면서 림프액이 담겨 있는 부위가 부풀어 올라 평형기관을 자극하고 청각신경에 손상을 주는 질환입니다.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귀가 먹먹하고 어지럼증이 있다면 메니에르병이라 과하게 진단하는 경우가 잦아요. 수분을 배출하는 이뇨제를 쓰면 림프액이 줄면서 증상이 호전될 거라 여겨 이뇨제를 처방하거나, 내이의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로 혈류 흐름을 개선하는 베타히스틴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뇨제와 베타히스틴 모두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지럼증과 이명을 완화하기 위해선 고막을 통해 내이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주사가 더 효과적이라고 봐요.”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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