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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일자리 대체하는 AI

갈 곳 잃은 IT계 대졸자들, 다시 학교로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8 2025 02:56 PM

AI혁명의 이면


"올해 가을 학기에 약 4만 명이 새너제이주립대에 등록했다. 168년 역사상 단일 학기로는 가장 많은 입학생이다."

신시아 테니엔테메트슨 새너제이주립대 총장은 25일(현지시간) 신입생들에게 보낸 환영 이메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위치한 이 학교는 인근 빅테크 기업 취업률이 높은 학교로 꼽힌다. 올해 스탠퍼드대를 제치고 유학생 취업 성과 1위 대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이면에는 그러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졸업생들의 현실이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빅테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AI로 대체할 수 있는 초급 개발자 수요가 줄면서 컴퓨터공학(컴공)과 졸업생들의 일자리가 급감했다. 취업에 실패해 갈 곳을 잃은 학생들은 대학으로 돌아왔다. 실리콘밸리 인근 대학 등록 학생이 '기록적 증가'한 내막이다.
 


자소서 쓰는 미 대학생, 어두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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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주립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다음 수업을 위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27일 찾은 새너제이주립대 캠퍼스는 수업을 위해 분주하게 이동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개강 2주차인 이날 교내 식당과 카페, 휴게 공간에선 노트북을 펼쳐놓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력서를 쓰는 등 문서 작업 중인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입학생들을 반기는 교수진과 달리 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높아진 신규채용 문턱을 넘지 못했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으로 인해 신분이 불안정해져 취업이 취소된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벤치에 앉아 이력서를 쓰고 있던 컴퓨터과학(컴퓨터공학) 석사과정생 디에나 옴런은 "(산업혁명 당시) 공장이 수작업 일자리를 대체했던 것처럼 AI가 우리를 대체할 수 있고 나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학과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을 대변했다. 그는 "첫 직장은 단지 발을 들여놓는 기회라 생각하고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닥치는 대로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 때처럼 AI혁명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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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주립대 캠퍼스에서 만난 컴퓨터과학 석사과정 디에나 옴런이 AI가 바꿔놓은 취업시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인력뿐 아니라 경력자들도 자신의 일자리가 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뉴욕 명문대에서 컴퓨터과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3년가량 빅테크에 다닌 30대 최정현(가명)씨는 이번 학기 AI 관련 학과에서 또다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그는 "빅테크에서 초급자는 물론 주니어 일자리도 AI에 빠르게 대체되는 걸 목격하고 학교로 돌아왔다"며 자신처럼 학교로 돌아온 경력자들이 적지 않다고 증언했다.

실제 빅테크에선 AI 발(發)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구글은 6월 회사 전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만 1만5,000명을 해고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인원 감축 결정에 대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AI 지출을 보전하기 위한 여러 비용 절감 조치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복수전공을 하거나 졸업을 늦추는 일은 다반사다. 26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전기전자·컴퓨터과학 학부(EECS) 건물 코리홀 앞에서 만난 컴퓨터과학부 3학년 애런 황은 "UC버클리 졸업장이 있으면 취업에 도움이 될 거 같아 편입했다"며 "(취업난 때문에)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는데 졸업 후 진로는 테크 쪽을 배제하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컴퓨터학과 후배들에 대한 멘토링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던 화학공학과 4학년 찰리 다오는 "이공계 안에서 전혀 다른 분야지만, 어떻게든 범위를 넓히기 위해 컴공 전공자가 화학공학도 공부한다"며 "AI가 포화상태라 대졸자는 취업은커녕 인턴십 기회도 잡기 어려우니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 둔 벤처캐피털(VC) 시그널파이어는 "주니어 직책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며 컴퓨터공학 졸업생을 포함한 높은 자격을 갖춘 공대 졸업생들이 빅테크 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22년 이후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빅7에 취업하는 신입 졸업생 비율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공계 졸업자들 "AI 열풍으로 인력 과잉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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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UC버클리 캠퍼스에서 만난 화학공학과 4학년 찰리 다오는 내 멘티들 중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인턴십을 못 찾아서 학교에 남아 복수전공하거나 졸업을 미룬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빅테크 기업들은 한편에선 수백~수천 명을 순식간에 해고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천문학적인 보수를 제시하며 뛰어난 AI 인재를 스카우트한다. 페이스북을 만든 메타는 오픈AI의 AI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최소 많게는 1억 달러(약 1,390억 원)까지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을 지닌 개발자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가 일어났고, AI 코딩으로 대체 가능한 신입 또는 저연차 개발자를 위한 채용문은 좁아졌다.

2001년부터 새너제이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재직한 크리스 폴레트 학과장은 27일 "대졸자 등 초급자를 위한 첫 번째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력 과잉 조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침체, 팬데믹 등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 그 직후 대학 등록 학생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올해 가장 많은 학생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닷컴버블 이후 검색엔진에서 알고리즘을 발 빠르게 활용한 구글과 달리 야후는 이를 채택하지 않아 도태됐고, 이 사례가 빅테크 업계에선 일종의 트라우마가 돼 버린 것 같다"며 "AI에 투자를 안 해서 미래에 잃게 될 기대값에 비교하면, 지금 수천억 원을 인재 유치에 쏟는 건 새 발의 피라고 보는 것 같다"고 빅테크 안팎에서 느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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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주립대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크리스 폴레트 새너제이주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000년대 이후 고용사이클이 얼어붙으면 시차를 두고 입학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스타트업에서도 초급 일자리는 AI가 대체하고 있다. 쿠팡, 토스 등 한국 기업을 성장시킨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굿워터캐피털 스콧 샤오 수석투자심사역은 15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빅테크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대졸자 취업 문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스타트업들이 AI 덕분에 경험 많은 창업자나 팀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도 훨씬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그널파이어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의 대졸자 채용 비율은 전체 채용인원의 약 6% 미만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취업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폴레트 교수는 "제자들 중 취업에 성공해도 이민 신분과 관련한 절차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면 비자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도 신입 대신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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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쿠팡, 토스 등 한국 대표 컨슈머테크 기업을 성장시킨 미국의 유명 VC 굿워터캐피털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스콧 샤오 수석투자심사역이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박지연 특파원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분석도 있다. AI에 쏠렸던 자본과 인력 과잉 조정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점차 세분화되는 AI 영역에서 신입 일자리가 필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폴레트 교수는 "AI가 발전하면서 대규모 언어모델이 꽤 정교한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일례로 보안 분야에서 세부 영역과 필요한 인력, 연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신규 인력이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누군가가 어떤 시스템을 교묘히 피하려는 무언가를 만들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탐지하는 도구를 만든다"며 "또 딥페이크나 여러 형태의 공격이 생기면 한편에서는 그것을 탐지하는 기술도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 수석투자심사역도 "영원히 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창업자들이 직접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지고 다시 누군가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다. 이는 일종의 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맞춤형 소프트웨어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점점 더 개인화된 소프트웨어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고, 곧 사람마다 다른 소프트웨어를 갖게 될 텐데 그것을 유지·보수하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며 "지금의 추세가 반전되어 다시 신입 졸업자들에게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박지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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