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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기업, 폭염 악화 직접 영향

유럽·미국 공동연구, 법적 책임 가능성 시사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Sep 10 2025 03:50 PM


유럽과 미국의 기후 연구진이 2000년부터 2023년 사이에 발생한 주요 폭염과 이들 현상에 미친 ‘탄소 메이저(carbon majors)’의 영향을 분석한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탄소 메이저는 세계 주요 산업 단체들이 화석연료와 시멘트의 과거 생산을 추적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책임자를 식별하는 데이터베이스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으며, 기후 변화가 극심한 폭염을 얼마나 더 자주,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 밝힌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형 화석연료 기업과 국가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연결했다.

CBC 뉴스에 따르면 탄소 메이저에는 러시아의 가스프롬(Gazprom)과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같은 국영기업, 쉘(Shell), BP, 엑슨모빌(ExxonMobil) 같은 투자자 소유 민간 기업, 그리고 인도와 옛 소련 등 석탄 생산 국가들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각 기업과 국가들의 누적 탄소 배출량과 폭염 악화 영향에 관한 데이터를 결합해 특정 폭염이 탄소 메이저의 배출로 인해 얼마나 더 심해지고 빈번해졌는지 추정했다.

분석 결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폭염의 중간 값이 기후 변화로 인해 약 1.68도 상승했으며, 이 중 0.47도는 단 14개의 대형 탄소 메이저가 배출한 탄소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180개 탄소 메이저 기업과 213건의 폭염 각각에 대한 상세한 기여도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 배출량이 가장 적은 러시아의 한 석탄 회사도 16건의 폭염 발생 가능성을 1만 배 이상 높였으며, 이 회사의 배출이 없었다면 해당 폭염은 사실상 발생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확인됐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ürich) 기후 과학자 얀 퀼카이에(Yann Quilcaille)는 작은 규모의 탄소 메이저도 폭염 발생 확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놀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에 대한 화석연료 기업들의 도덕적,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추적하는 새로운 분야에 속하며, 전 세계적으로 기후 소송과 운동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는 각 기업이 초래한 폭염의 강도나 발생 가능성만 평가했을 뿐, 실제 피해 규모는 비상 대응력이나 에어컨 보급률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금전적 피해액이나 법적 책임 규모까지 산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이 연구 결과가 특정 기업의 피해 배상 책임 산정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편, 미국 행정부가 기후 정책을 후퇴시키고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가운데, 캐나다도 최근 소비자 탄소세와 전기차 판매 의무제 등 핵심 기후 정책을 철회하는 등 방향을 바꾸고 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아직 대체 정책을 내놓지 않았으나, 어려운 경제 및 무역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원 개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화면 캡처 2025-09-10 135244.png

탄소 배출이 폭염 발생과 강도를 크게 높였으며,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의 책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CBC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문 의견은 기후 재난을 겪는 국가들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 대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콜롬비아 대학교 기후법 연구소 사빈센터(Sabin Center for Climate Change Law)의 제시카 웬츠(Jessica Wentz)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원고들이 기업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원고는 자신의 피해가 피고의 행위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연구가 그 연결고리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실제로 기업의 재정적 책임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웬츠 연구원은 정부에 대한 책임 규명에도 이와 유사한 방법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는 청년들이 정부의 기후 대응 부실을 권리 침해로 제소한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온타리오주 정부를 상대로 한 사건과 연방 정부를 상대로 한 사건으로, 후자는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버드 대학교 과학사 교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는 이번 연구가 피해 당사자들이 제한된 자원으로도 기후 변화 책임을 묻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개인 농부가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했을 때 기후 변화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데, 과학자들이 이미 이를 밝혀 놓았기 때문에 개별 피해자들이 직접 증명할 부담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탄소 메이저들이 폭염 문제에 얼마나 큰 책임을 지는지 수치로 보여주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주요 석유 회사들이 수십 년 전부터 탄소 배출과 지구 온난화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기후 정책 저항에 앞장섰다는 기존 연구를 언급하며, 이들 기업이 책임의 전부를 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의 책임은 명확히 자신들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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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핫뉴스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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