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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 미용 문제 아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복용 땐 자몽 섭취 주의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14 2025 09:29 PM
눈썹·코털 빠지는 전신탈모 등 탈모반 없어도 원형탈모에 포함 하루 100가닥 이상 빠지면 의심 모발 이식만으로는 해결 안 돼 미녹시딜 성분 약 등 도포하거나 범위 넓다면 주사 대신 먹는 약 처방
원형탈모증은 오해가 많은 질환이다. 병명 때문에 단순히 하나 이상의 탈모반(머리카락이 빠진 부위가 둥근 점처럼 보이는 증상)이 생기는 병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탈모반이 없어도 원형탈모증일 수 있다. 귀 위쪽으로 광범위하게 머리카락이 빠지는 사행성탈모, 두피의 모발이 전부 빠지는 전두탈모, 두피 모발은 물론 눈썹·속눈썹 등 몸의 모든 모발이 빠지는 전신탈모 모두 원형탈모에 속한다.

5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서 김정은 피부과 교수가 원형탈모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증상에 따라 치료 효과도 다르다. 탈모반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원형탈모는 그나마 치료가 수월한 편이다. 5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서 만난 김정은 피부과 교수는 “전두탈모나 전신탈모는 외형적으로 더욱 도드라지는 데다 치료마저 어려워 환자를 상당히 위축되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신탈모는 3~4세부터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아를 형성해 갈 시기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놀림을 받으면 움츠러들기 쉽다.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원형탈모 환자의 40%가 우울감을 느끼고, 81.7%가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또 다른 오해로 원형탈모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원형탈모는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인데, 머리카락을 다시 심으면 해결되는 단순한 미용 질환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증세가 어느 정도여야 중증인지 판단하는 중증진단기준조차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그는 “원형탈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에 환자들이 의료 정책에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며 “중증진단기준을 세우고, 중증 이상 환자에겐 건강보험 급여를 비롯한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탈모일까요.
“하루에 머리카락이 50~60가닥 정도 빠지는 건 정상이에요. 다만 하루에 100가닥 이상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탈모는 종류도 다양해요. 크게는 흔히 대머리라 불리는 안드로겐성 탈모, 원형탈모, 휴지기 탈모 등이 있습니다.”
-안드로겐성 탈모와 원형탈모는 어떻게 다릅니까.
“안드로겐성 탈모도 탈모반이 생긴 것처럼 정수리 부위가 휑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원형탈모라 생각할 수 있지만, 둘은 원인부터 다릅니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나이가 들면서 모발이 얇아지는 탓에 휑하게 보이는 것이지만, 원형탈모는 몸의 면역세포가 털을 만드는 모낭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에요. 몸의 면역계가 털의 일부를 이물질로 인식하는 겁니다. 국내에선 환자가 연간 약 18만 명(2023년 기준) 발생합니다. 주로 젊은 성인에게 나타나지만, 소아·청소년도 원형탈모를 겪을 수 있어요.”
-원형탈모는 모발이식으로 치료가 안 되나요.
“모발을 이식해도 큰 효과가 없어요.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금방 머리카락이 다시 빠져버립니다. 원형탈모가 생기는 원인은 복잡해요. 환자의 10~42%는 가족력이 있고, 소아 원형탈모 환자는 가족력과 연관성이 더 높습니다. 또한 환자의 20~30%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이후 발생합니다. 원형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데 그치지 않고 손톱·발톱 표면이 함몰되거나 거칠어지는 손톱·발톱 이상이 동반되거나, 아토피 피부염을 함께 겪는 경우도 많아요. 원형탈모가 있을 경우 백반증, 갑상선질환,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모반이 없어도 원형탈모일 수 있습니까.
“원형탈모 증상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하나 이상의 탈모반이 생기는 전형적인 원형탈모가 있는 반면, 탈모반이 없는 것 같은 사행성탈모, 전두탈모, 전신탈모도 원형탈모에 해당합니다. 원형의 탈모반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모발의 밀도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어 휑하게 보이는 미만성 탈모도 원형탈모 증상이에요. 특히 증상이 심해 눈썹·속눈썹·코털 등이 다 빠지는 전신탈모의 경우엔 눈에 염증도 잘 생기고, 속눈썹이 없다 보니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기도 쉽습니다. 눈썹이 없으니까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까 걱정돼 테가 굵은 안경을 쓰는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생활에 미치는 불편함도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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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탈모는 치료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탈모반 면적이 넓지 않거나 탈모반 개수가 3, 4개 이내인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탈모 면적이 전체 두피의 25% 미만인 경우엔 약 68%가 1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됐다는 국내 연구가 있을 정도에요. 하지만 사행성탈모와 전두탈모, 전신탈모는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도 잦아요. 전두, 전신탈모의 회복 비율은 5~10%에 그칩니다.”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탈모가 생긴 부위에 직접 약을 쓰는 겁니다. 면역세포가 모낭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나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미녹시딜 성분의 약을 주로 써요. 스테로이드를 두피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은 전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어 효과적이지만, 주사를 놓을 때 통증이 있어 탈모 면적이 넓은 환자나 소아에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탈모 범위가 두피의 50% 이상이거나 주사 치료, 약물 도포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엔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성분의 먹는 약을 처방해요.”
-원형탈모 치료약을 먹을 땐 뭘 주의해야 합니까.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고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을 피하는 게 좋아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중에는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써서 위생 관리를 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은 경우엔 입맛이 갑자기 좋아져 예전보다 밥과 간식을 많이 먹게 될 수 있어 섭취 칼로리를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게 좋고, 사이클로스포린을 복용할 때는 자몽 섭취를 자제해야 합니다. 사이클로스포린이 체내의 특정 효소를 통해 대사되는데, 자몽이 그 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탓에 혈중 사이클로스포린 농도가 높아져 콩팥 손상을 불러올 수 있어요.”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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