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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은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
UT 학보 '더 바시티' 편집장 지낸 박윤은씨
- 유희라 인턴기자 (press1@koreatimes.net)
- Sep 12 2025 03:30 PM
세월호 참사 때 '전원구조' 오보에 충격 "남들이 깊게 다루지 않는 주제 붙들고파"
지난 1년간 토론토대학교 학보 '더 바시티(The Varsity)'의 편집장을 맡았던 유학생 박윤은(영문명 엘리너)씨는 스스로를 ‘기록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종교학을 복수전공하는 그는 매주 24면짜리 종이신문을 찍어내고,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예산, 115~120명의 학생 스태프를 총괄했다.
교수나 학교 측의 간섭 없이 학생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통 속에서 그는 작은 언론 조직의 최고책임자이자 편집인, 제작·배포·인사 책임자였다.
토론토대학교 학보 '더 바시티'의 편집장을 지낸 박윤은씨는 언론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다. 사진제공 더 바시티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한국으로 돌아간 후 번역과 독서를 즐겼고, 2015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평점(GPA) 4.0, 로스쿨, 변호사'를 목표로 삼았다는 박씨는 미국에서 낙태권 보장 판례가 뒤집힌 2022년 여름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점수만 잘 받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삶은 떳떳하지 못하겠다”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론에 마음을 두게 한 보다 결정적인 사건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였다.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에 모두 안심했다가 곧바로 절망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언론이 자기 일을 못하면 그 나라의 근본 문제가 드러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더 바시티 편집국은 오래된 지면의 역사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이었다. 1880년대 신문에는 ‘여성이 대학에 와도 되는가’ 같은 기사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마초 합법화 특집을 비롯해 학내 시설 문제, 흑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심층 보도했다.
그의 1년을 규정한 사건은 지난해 토론토대 중앙 잔디광장에서 있었던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등록금이 전쟁범죄에 연루된 대학·기업에 가지 않도록 하라. 무기산업 투자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그는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 취재했다.
“보도한다는 사실만으로 하루 500~600통의 이메일을 받았다”는 그는 살해 협박성 메시지보다 “다른 대학 교수들이 이름을 거론하며 ‘이렇게 보도하면 캐나다에서 절대 취직 못한다’고 압박한 메일이 더 상처였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마음 아파했고, 학교는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학교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보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총장 기자회견 출입을 막아 ‘언론 탄압’ 논란이 있었고, 이후 총장 인터뷰에서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런 의도는 아니었고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이었다.
그는 법적으로 캐나다는 언론 자유가 보장된 나라지만, 현실적으로 유색인종 기자에게 장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보도에 관해서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에서 시작해 이스라엘의 ‘정당방위’로 이어지는 단선적 프레이밍이 주류를 이뤘다”고 비판한다.
이어 “역사적 맥락을 빼고 현재만 떼어내면, 구조적 억압과 식민의 기억은 사라진다”며, "한국 독립운동에서도 폭력적인 저항의 순간들이 독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억압 받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폭력적인' 저항 또한 같은 맥락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9·11 이후 북미 미디어에 각인된 중동에 대한 공포, 무슬림과 아랍 커뮤니티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며 “우리 세대는 이제야 눈을 뜨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그는 전국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의 에디터로 입사해 여름방학 동안 근무했다. 더 바시티가 배출한 선배들이 글로브앤드메일, 토론토스타 등으로 진출한 전통이 있지만, “최근엔 채용이 줄어 걱정했다”는 그는 흥미롭게도 면접에서 새 직장을 향해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이-팔 보도와 사설의 편향을 솔직히 말해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솔직함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입사 후 느낀 점은 “작은 뉴스 하나에도 엄청난 판단과 토론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언론인을 “거창한 존재가 아니라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언론이 자기 일을 못할 때 그 이유를 따라가면 사회의 근본 문제가 드러난다”며 "그래서 이 일은 솔직해야 하고, 때론 고독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색인으로서, 한인으로서, 남들이 깊게 다루지 않는 주제를 오래 붙드는 일”을 그는 자신의 책임으로 여긴다.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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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인턴기자 (press1@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