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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 에미상서 사회 문제 집중 조명
정치·인권 의제에 맞선 목소리 활발히 등장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Sep 16 2025 10:23 AM
제77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수상과 화려한 레드카펫 행사와 함께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드라마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Hacks)’의 한나 아인바인더(Hannah Einbinder)는 코미디 부문 조연 여우상을 수상하며 가장 눈에 띄는 정치적 발언을 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NFL 미식축구팀)를 응원하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촉구하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이어갔다. 그는 소감 마지막에 “가라 버즈, 망해라 ICE, 그리고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Go Birds, f—k ICE and free Palestine)”라고 외쳤다.
아인바인더는 앞서 4,000여 명의 배우 및 영화계 관계자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집단학살과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백인정권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에 연루된 영화 기관이나 정부와의 협업을 거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시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인바인더는 그 서명운동이 자신의 깊은 신념에 기반한 것임을 밝히고, 보이콧은 특정 개인이 아닌 현 사태에 직접 가담한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이콧이 권력층에 압박을 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인바인더는 이스라엘 국가와 유대인의 정체성이 별개라고 보기 때문에 유대인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작가 겸 활동가인 헨 마지그(Hen Mazzig)는 미국 언론에 "아니, 한나, 그건 용감하지 않았다(No, Hannah, That Wasn't Brave)"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유대인 정체성과 이스라엘 국가는 종교와 땅에 대한 깊은 연결성 때문에 쉽게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0년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유대인의 80%가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을 유대인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 여긴다. 2024년 조사에서는 약 90%가 이스라엘 국민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정부에 대해 호감을 표시한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마지그는 아인바인더의 발언이 반(反)이스라엘적이며 평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화와 공존을 믿는다면 팔레스타인 공격뿐 아니라 이스라엘 측 희생자, 특히 2023년 10월 7일 이후 인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인바인더는 '아티스트 포 시스파이어(Artists4Ceasefire)'라는 평화운동 배지를 착용했으며 그의 동료 배우 메간 스탤터(Megan Stalter)도 가방에 ‘ceasefire(휴전)’라고 적힌 문구를 달았다. 스탤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구적 휴전과 점령 종식을 촉구했다.
아티스트 포 시스파이어는 하마스의 인질 전원 석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투입,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요구한다.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의 에이미 루 우드(Aimee Lou Wood),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브라이언 콕스(Brian Cox),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도 이 배지를 착용했다.
바르뎀은 레드카펫에 전통 아랍 두건인 ‘케피예(keffiyeh)’를 두르고 등장해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국제 집단학살 학자 협회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집단학살을 선언한 점과 상업 및 외교 봉쇄를 거론하며 팔레스타인에 가해지는 폭력을 규탄했다. 바르뎀은 왜 수많은 아이들의 희생이 있어야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는 것인지 반문했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스타들이 팔레스타인 지지와 휴전 촉구 등 정치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한나 아인바인더 사진. 로이터
이번 시상식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 주를 이뤘지만,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의 프로그램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에 대한 지지도 정치적 의미를 띠었다. 콜베어의 프로그램은 올해 초 취소됐지만, 이날 최우수 토크쇼 부문 상을 수상하며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프로그램 취소는 콜베어가 파라마운트(Paramount) 방송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소송 합의를 비판한 직후 결정됐다. 방송사는 경제적 이유를 들었으나, 일각에서는 정치적 보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시상식의 관객 반응은 그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콜베어는 2026년 5월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를 종료할 예정이다. 시상식 초반 그는 무대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곧 잃게 될 일자리를 암시하고 농담 섞인 어조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희화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수상 소감에서는 정치적 발언을 삼갔다.
한편, 텔레비전 아카데미 의장 크리스 아브레고(Cris Abrego)는 의회가 공공방송지원공사(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 예산을 삭감한 점을 비판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으며, 최근 유타 대학 캠퍼스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보수 논객 찰리 커크(Charlie Kirk)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할리우드 시상식에서 정치적 발언은 오랜 전통이다.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사례, 2015년 존 레전드(John Legend)가 인종 불평등을 규탄한 발언,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채플 로안(Chappel Roan)이 예술가의 적정 임금 보장을 촉구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 관한 메시지도 최근 여러 시상식에서 주목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동 제작 다큐멘터리가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가자지구 파괴 중단과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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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