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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효도보다 여기가 100배 좋아"
아메니다 시니어 커뮤니티 입주자들의 삶
- 최이지수 기자 (media2@koreatimes.net)
- Sep 19 2025 02:21 PM
식당·미용실·오락실 등 갖춰 당구·화투 즐기며 친목 다져
피커링에 있는 아메니다 시니어 커뮤니티(Amenida Seniors Community)는 지난 16년 동안 ‘두 번째 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왔다.
밴쿠버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가족 같은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운영 철학이다. 본보는 지난달 7일 피커링 아메니다 시니어 커뮤니티를 방문, 입주자들을 만났다.
개원 직전 입주한 1호 부부 김풍수·김순남씨의 사연은 특별하다. 부인 김순남씨가 무릎 관절 문제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김풍수씨가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왔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이제는 요양 시설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후 한식을 제공한다는 아메니다 소식을 듣고 곧바로 신청했다.

아메니다 시니어 커뮤니티(피커링) 입주 1호 부부 김풍수(왼쪽)·김순남씨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이곳에서 아주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최이지수 기자
김풍수씨는 “이곳에선 살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내의 손에 물 안 묻히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순남씨는 “두 살 아이를 안고 1973년 빈손으로 캐나다에 왔다. 평생 불안한 이민생활 속에서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편안하다. 아들·딸의 효도보다 (아메니다가) 백배 더 좋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입주자 박희숙씨는 1975년 남편, 어린 아들과 함께 캐나다에 왔다. 남편은 사업을 시작했으나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35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했다.
박씨는 “엄청나게 힘들었던 이민생활이지만 아들이 잘 커서 변호사가 됐다. 그게 가장 큰 위로였고, 결국 내가 어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준 것은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일해 연금이 충분히 나온다”며 “돈은 결국 다 쓰고 가는 거다. 편안하게 살다 가고 싶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곳 시설에는 풋케어(발건강 관리) 전문 간호사가 있으며 미용실, 정원 라운지, 영화 감상실, 활동실, 게임룸이 갖춰져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여가 시간에 당구를 치며 친목을 다진다.
김순남씨는 “혼자 집에 있었다면 이런 것을 못했을 거다. 함께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아메니다에서는 공동체 속 교류가 생활의 활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박희숙씨는 아메니다에서 심시세끼 잘 챙겨줘서 입주 후 체중이 늘었다고 발했다. 사진 최이지수 기자
입주자는 식당의 지정된 자리에 앉아 호텔처럼 대접받는다. 양식과 한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대다수 한인 어르신은 한식을 선호한다. 박희숙씨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차려주니 너무 좋다. 당뇨 환자 맞춤 식단도 준비된다. 여기 와서 3kg이 늘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풍수씨는 매일 저녁 이웃들과 함께 식사한 뒤 당구 세판, 장기 두 번을 두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캐나다 생활 50여년 만에 처음 장기를 두게 됐다는 그는 “하루는 이기고 하루는 지며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크다”고 전했다.
여성 입주자들은 저녁마다 화투판을 벌인다. 옆 테이블 캐나다인 어르신들이 트럼프 카드를 즐기는 사이, 한인 어르신들은 화투를 즐기며 웃음꽃을 피운다.
입주자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가능한 한 젊을 때, 스스로의 선택으로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는 것. 박희숙씨는 “나는 한 달에 4,300달러를 낸다. 집이라도 팔고 들어오는 게 좋다. 80세 넘어서 오기보다는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돈이 있어야 노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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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지수 기자 (media2@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