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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도서 찾는 인류 최적의 미래는?
데이비드 크리스천 '빅 퓨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05 2025 08:38 PM
우주 탄생 역사 ‘빅 히스토리’ 이어 50억년 후까지의 ‘미래’ 화두로 철학·신학·인류학·과학 집대성 박테리아부터 은하계 운명 상상 낙관·비관 사이 능동적 선택 강조
138억 년의 장대한 과거를 통섭했던 세기의 인문학자는 50억 년 후까지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때쯤이면 정말로 “만물의 최종적인 끝”이자 “창조 서사의 궁극적 완성”에 도달하는 것일까.

100억 년이 넘는 백색왜성의 상상도.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진화 끝 단계이다. 연합뉴스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138억 년의 역사를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로 다뤘던 화제작 ‘빅 히스토리’의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매쿼리대 명예교수가 신간 ‘빅 퓨처’에서 미래에 대한 사고를 화두로 제시했다. 저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호기심을 넘어 인류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된 문제라고 봤다. 미래에 관한 ‘생각’과 ‘관리’와 ‘대비’와 ‘상상’을 구분해 각각의 영역에서 과거와 현재에 기반한 미래 지도를 묘사한 건 그래서다. 저자는 철학자와 신학자, 인류학자와 과학자가 활용했던 가설과 이론을 망라해 소개함으로써 ‘빅 히스토리’에서와 마찬가지로 통섭과 융합의 방법론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한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미래를 탐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과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미래에 취할 행동의 보편타당하고 유용한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미래학의 핵심 개념인 ‘시간’과 ‘미래’를 고대 철학에 뿌리를 둔 두 가지 비유를 통해 접근했다. 하나는 시간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며 흐르는 강물 같은 존재라는 비유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란 환상에 불과하고 이 경우 시간이란 지도처럼 펼쳐진 연속체라는 비유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을 격동과 어둠에 둘러싸인 시간에 살면서도 시간의 지도를 통해 미래를 알려고 갈망하는 존재라고 전제했다.
저자는 인도의 경전에서부터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시간의 철학과 과학 이론을 일별한 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미래를 보여 주는 강력한 암시는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미래 사고(future thinking)는 확실성을 추구하는 대신 전체적인 경향과 패턴을 찾는 추세 분석이자 모든 생명체의 최우선 전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능한’ 미래 가운데 보편성과 정밀성 사이 어딘가의 ‘최적점’을 찾는 일이 모든 생명체의 실존적 과제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이를 위해 박테리아와 동식물 등도 나름 정교한 미래 예측 매커니즘을 갖고 있음을 길게 설명했다. 또 인류의 역사를 기초 시대(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후 약 1만 년 전까지)와 농경 시대(약 2세기 전까지)와 현대로 나눠 각각의 시대에서 도구 사용과 언어 및 집단 학습, 점술과 주술과 신탁, 기술과 확률과 데이터에 주목했다.

빅 퓨처·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김동규 옮김·북라이프 발행·448쪽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40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진화와 미래 사고의 변화를 추적한 저자는 우주로까지 시야를 넓혔다. 마찬가지로 우주론의 여러 가설과 검증된 이론들, 가능한 시나리오를 통해 행성과 인간, 은하계의 운명을 상상했다. 비교적 추세 분석이 가능한 100년 뒤 지구와 관련해선 환경·생태·기술·경제·정치를 둘러싼 다양한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의 ‘능동적인’ 선택을 강조한다. 수천 혹은 수백만 년 후의 중간 미래에 대해선 성간 이주, 인간의 진화 등 명확한 답이 없을 법한 질문을 던진다. 이어 태양이 서서히 죽어갈 50억 년 후의 미래도 조망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기후 변화, 에너지 고갈,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지구촌의 당면 위기를 인류라는 종의 연속성 문제로 바라본다. 또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 우주 개척 등도 인류의 지속 가능성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단순한 종말론이나 기술 낙관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결국 “미래에 무엇이 온다”는 주장이 아니라 “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가”를 설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인류가 직면한 거대 도전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평가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양정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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