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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중)

소설가 김외숙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Oct 02 2025 08:42 AM


   아들을 낳았을 때 아내는, 딸 낳은 여자들과 자신을 구별했었다. 자신은 아들부터 낳았다는 말 없는 유세, 내 눈에 아내는 교만해 보였었다. 아내는 오랫동안, 외아들을 둔 내 부모님께 손자부터 안겨 드린 것으로 며느리로서의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했다, 적어도 아들이 병역 의무를 감당해야 하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아내가 딸만 둔 부모를 부러워한 것은 아니, 반감마저 가졌던 것은 병역 때문이었다. 
  ‘남녀평등 주장하면서 딸은 왜 군에 안 보내는 거야?’ 
  아내는 급기야, 딸을 둔 부모는 병역 문제에 자유롭다는 사실을 아주 못 견뎌 했다. 마치 딸을 둔 부모 때문에 내 자식이 병역 의무를 감당해야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아내이니 딸만 둔 부시가 선동한 전쟁을 찬성할 리 없었고, 그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도록 한 부시가 나서서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시아보라는 여성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며 참견하는 일에는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내에게 다리를 맡긴 옆 환자는 역시 죽은 듯이 누워있고, 병실의 두 여자만 TV를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동갑에 만나, 15년간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아내를 간호하며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남자. 세계의 이목이 목숨 줄인 영양 튜브를 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되어 있어도 얼굴 한 번 보이지 않은 채 아내의 목숨 줄을 떼자고 혼자 싸움하고 있는 그 남편을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라고, 쏟아지는 비난의 여론에 귀를 막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사랑했던 아내의 생명 장치를 제거하자는 그의 청원은 진정 아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서일까? 그리고 제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일 그 일이 자신들의 일일 때에도 과연 제거를 주장하는 사람과 맞설 수 있을까? 그리고 만일 나 자신이 영양 튜브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가 된다면, 내 아내는 나를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사탕 하나를 먹어도 결코 입 속에서 깨무는 일 없이 오래 녹여 먹는 아내의 참을성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두고 참아야 하는 일이란 사탕을 녹여 먹는 일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테리 시아보라는 여성의 남편처럼 아내는 나를 견딜 수 있을까? 견디지 못한다면 아내는 내게 연결된 생명줄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하게 될까? 어쩌면 아내는 시아보의 남편처럼 내 목숨에 손을 대기 위해 스스로 나서는 일은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 목숨으로 인해 죄를 짓기보다는 나 스스로 죽어주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남편이 스스로 죽어주기를 원하는 아내.’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녀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도 피해자일 뿐이다. 행복하게 살 권리를 폐기당한 채 죽을 목숨을 두고 저울질해야 하는 삶. 그것은 살아있어도 사람답게 사는 삶이라고는 결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만일 그녀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나를 두고 어떤 지탄받을 행동을 하든, 그것조차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만일 그 남자의 일이 나의 입장이라면... 실은 나 또한 끝까지 아내를 붙잡고 있겠다는 보장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8년은커녕, 8개월도 나는 못 견딜지도 모른다. 
  생각을 그렇게 하노라니 그 남자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이렇게 나는 관련도 없는 일로 혼자 분을 품기도 하고 서러워하기도 했다. 나는 몸을 움직여 눈이 충혈되고 코에 단내가 나도록, 그래서 급기야는 전신에 산수유가 만발하도록 일을 하는 대신, 드러누워 몸 대신 생각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하지 않아도 될 생각까지. 그러나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목숨은 자신의 것인데 남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 나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입원한 지 열흘째인 내 옆에서 아내는 다른 어느 때보다 좋은 아내가 되어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내 몸속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손상된 간이 회복하도록 쉬면 되는 일이고, 그 일에 아내까지 병실의 간이침대 생활을 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아내는 내 침대 아래에다 넣어둔 간이침대에다 얇은 이불 하나로 몸을 감고는 새우잠을 고집하고 있다. 사람이 사노라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경우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날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아내란 사람을 두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나는 마치 자신의 몸이듯 날 바라지하는 아내를 보며, 잠시라도 엉뚱한 생각을 한 나 자신을 속으로 나무랐다.
  “당신까지 병나겠다, 집에 가서 자.”
   미안한 마음에 나 또한 나긋하게 아내를 생각하는데, 아내는 어린애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아들마저 군에 보낸 아내는 어차피 집에 있어야 혼자였다. 이미 얼굴에서 산수유 색깔도 거의 가셨고, 이제 며칠 치료 후, 염증 수치만 더 낮아지면 퇴원을 할 텐데 아내는 그때까지 집에는 가지 않을 모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아내가 나는 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자신의 일을 접어두고 내게만 신경을 쓰는 한 사람. 처음에는 당연한 듯, 그리고 나중에는 고마우면서 점점 미안하고 부담이 되었는데, 나는 그러면서 시아보라는 여성의 입장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숨이면서도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목숨, 이미 십 년이 넘는 세월을 그렇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녀는 실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만일 맑은 정신 한 자락이라도 남아 있다면 남편에게나 부모에게나 결코 그렇게 오랜 세월을 의탁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았다. 자신으로 인해 부모와 남편이 서로 반목하며 법정에 서야 했고, 자신의 목숨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녀가 한 자락이라도 의식이 있다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어떻게 하고 싶은 고통은 자신의 병 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지나친 관심 때문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관심이 때로는 생명줄을 제거하는 일보다 환자에게는 가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누워있으니 실은 사람이, 사람의 관심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평생을 사람들 속에서 사는 일에 습관이 된 탓인지 갑자기 병실에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손발이 묶인 채 혼자 고립되어 있기라도 한 듯 외로웠는데, 그것은 웬만큼 간 수치가 나아져 가고 있을 때 느낀 일이었다. 
  마치 잠을 자기 위해 입원을 한 사람처럼 나는 환자복으로 갈아입기가 무섭게 내처 잠부터 잤는데, 알고 보니 이 병의 한 증세였다. 
  한고비를 넘기고 나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입원했다고 회사 직원들은 마치 출근하듯, 한 번씩은 다들 다녀갔지만, 이곳이 병실이기에 기분이 난감했었다. 
  이전의 나처럼, 사람의 얼굴이 산수유 빛깔을 띨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란 마치 치부를 드러내는 일처럼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멀쩡한 얼굴빛을 대하는 일이란 내가 환자라는 사실보다도 더 견디기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하루라도 찾는 발길이 없다 싶으면, 마치 내가 그들로부터 도태를 당하기라도 한 듯 그만 마음이 서운해지면서 나는 평생 다시는 건강한 얼굴빛을 할 수 없기라도 한 듯 그만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찾아와도, 오지 않아도 나는 괴로웠다. 나는 가끔 생각했다. 내가 만일 병이 깊어 죽을 지경에 이른다면 내 병 자체가 심각해서가 아니라 아마도 마음 때문일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이 병은 쉬는 것이 약이라고. 옆 환자에게는 아내 외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잖아요?’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남편 혼자 병실에 있어야 하는 것이 마음이 쓰였던지 옆 환자의 아내는 그렇게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혼자 남겨지는 것. 그것은 어쩌면 서서히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아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 세상을 떠나는 하나의 과정인지도 몰랐다. 

  테리 시아보는 세상을 떠났다. 영양 공급 튜브를 뗀 지 13일 만이었다. 매스컴은 남편을 살인자라고 분노하며 슬픔에 겨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내보냈고, 종교계는 생명에 대한 공격이며 생명의 창조자인 하나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15년간이나 아내를 간호하며 그녀의 부모와 법정 싸움을, 그러나 그녀의 죽음 직전까지 그녀와 함께하며‘ 동물도 이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다. 시아보가 만일 말을 할 수 있다면, 벌써 오래전에 죽게 내버려달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마침내 그렇게 되도록 한 남편의 입장에 서서 조명하기 시작했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까?’라며. 

  나는 TV를 껐다. 마치 내 목숨이 남의 의지에 따라 살았다 죽었다, 를 되풀이하다 마침내 죽임을 당하기라도 한 듯 기분이 더러웠다. 그녀가 언제 살겠다고 했었던가? 그리고 그녀가 언제 죽고 싶다고 했었던가? 그녀는 말이 없었는데 왜 남들이 마치 그녀의 목숨을 그들 마음대로 해도 되는 권리라도 가진 것처럼 키에 넣고 흔들며 까부는 것일까? 왜 남의 목숨을 자기들 마음대로 입에 올리며 우습게 만드는 것일까? 
  영양 튜브가 문제가 되었다면, 애초에 튜브 같은 것은 설치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뒀어야 했다. 십 오 년간의 목숨의 부지가 그녀 자신의 의지였던가? 자신들의 의지대로 설치해놓고 왜 떼고 붙이는 것으로, 남의 목숨을 장난질하는 것일까? 마치 나 자신의 목숨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이용되기라도 한 듯했다. 나라고 옆의 환자처럼 뜰의 산수화 빛깔에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그날을, 테리 시아보가 맞은 그날들을 맞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을 할 수가 있는가? 

  나는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이 방을 벗어나 다시 코에 단내가 나도록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내 인생에는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거대한 어둠처럼 숨 막히게 했다. 이 작은 병실에서 옆 환자와 내가 시아보처럼 영양 튜브로 숨을 붙이고 있으며 그 튜브의 제거 권한을 내 아내와 옆 환자의 아내가 쥐고 있는 듯 외로워졌다. 

  내 침대에 파고들어 초저녁잠에 빠진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사탕을 끝까지 녹여 먹는 아내, 내 몸에 연결될 튜브의 제거를 위해 누군가와 사탕을 먹는 인내심으로 법정까지 갈지도 모르는 아내. 문득 고개를 들어 옆 침대를 보니 남편의 발치에 앉은 채 야윈 다리를 주무르고 있던 옆 환자의 아내가 소복한 남편의 발등에다 얼굴을 얹은 채 졸고 있었다. 
 ‘평생 병주머니를 달고 살았어요. 좋다는 약은 다 했지요.’
 그녀는 마치 잘 달인 조청처럼 남편의 몸속에서 달여져 감질나게 배설되던 소변이 든 통을 들고도 시름에 겨워했었다. 남편이 평생 병주머니를 달고 살았다면 그녀 또한 남편의 투병 이상으로 아픈 세월을 보냈다는 증거였다. 이제 병간호의 보람도 없이 마치 녹슨 청동 투구 빛깔 같은 남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리고 오늘내일 산일을 앞둔 임산부 같은 남편의 부른 배와 소복한 발등, 그리고 마른 종아리를 바라봐야 하는 그녀의 마음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튜브를 제거할 권리도, 저렇게 끌어안고 썩은 고목 같은 목숨을 고집할 권리도 그녀들에게는 있었다. 그것은 그녀들과 옆 환자와 나와의 관계였다. 

  나는 옆 환자의 아내와 잠든 내 아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내에게 다리를 맡긴 채 죽은 듯이 누워있던 옆 환자가 사탕 껍질을 벗기는지 빠자작 셀로판 종이 소리가 났다. 곧이어 와자작 입 속에서 사탕이 조각나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리리라. 불현듯 짜증이 났다. 
  왜 이래야 하는 것일까? 
  산다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졌다. 시아보는 자신의 목숨임에도 스스로는 뭔가를 할 수 없었기에 남의 손에 의해 구차한 삶을 살다 갔지만, 그는 달랐다. 그녀처럼 혼수가 오지 않는다고 증세로 보아 장담을 할 수 없는 이 지경에 그 사탕 하나를 깨물어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 나는 갑갑했다. 그러나 옆 환자는 사탕을 입에 넣기 바쁘게 역시 와자작 깨물었다. 
고요한 병실 속에서 그 소리가 또다시 천둥소리처럼 내 귀에 울렸다.
 ‘악!’ 
   나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당신 여태 안 잤어요?”
   발치에서 그의 다리를 끌어안고 졸고 있던 그녀가 남편의 사탕 깨무는 소리에 놀랐던지 졸던 눈을 힘겹게 치켜떴다. 졸고는 있었어도 그녀의 정신은 남편에게 가 있다는 증거였다. 
  “가, 집에.”
  옆 환자가 사탕을 문 채 어눌한 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그 말은 그가 오늘 한 말의 시작이요 마지막 언어인지도 모른다. 
  “어머나, 깜빡 잠이 들었네, 당신 뭐 하고 있어요?”
  아내도 그리 크지 않은 두 사람의 말소리에 깨어 일어나 앉았다. 귀를 기울여야 들을 만하던 말소리를 잠든 아내가 들었다는 사실은 아내 또한 깊은 잠이 든 것 같아도 역시 수잠을 자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아내의 수잠.
잠이 많은 편인 아내가 수잠을 잤을 때는 아들이 수험생이었을 때와 그 아들을 군에 보낸 초기의 때였다. 아들을 처음 군에 보낸 아내는 날밤을 눈물로 보냈다. 
 ‘어떻게 기다려, 제대를? 왜 아들만 군에 가야 해?’ 
 아내는 울면서도 딸 가진 부모들이 자식 군에 보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을 못 견뎌 했다. 
  그 아내가 수잠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아들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배치되어 거의 주말마다 외박을 나오면서부터였다. 그 아내가 이제 나 때문에, 편안한 집 두고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불편한 을 자는 것이다. 
  나 때문에 수잠을 자는 여자. 
  갑자기 가슴이 더워지고 목이 뻐근해지면서 눈물이 피잉 돌았다. 나 때문에 수잠을 자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 그 여자를 곁에 두고서도 온갖 억측을 하며 나 자신을 들볶고 있었다. 마치 새끼줄처럼 배배 꼬였던 심사가 여태 잠이 묻은 표정으로 맹하니 앉아있는 아내를 바라보노라니 그만 맥없이 풀어지는 듯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자.”
   내가 생색내듯, 그러나 진심으로 말했다.
  “그럽시다, 같이 가요, 나랑. 이 병은 마라톤이라고요. 평생 얼음판 걷듯 하려면 짬짬이 잠도 자 둬야 한다고요.”
  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 환자의 아내가 이미 이 방면에는 이골이 난 듯 말하자 아내는 잠시 날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까, 집에서 샤워 좀 하고 올까, 여보?”
  아내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이미 손은 외투를 들고 있었다. 늘 아니라고는 하여도 아내도 집에서 느긋이 샤워도 하고 알맞게 데워진 잠자리에서 발을 뻗고 자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옆 환자 아내의 말처럼 마라톤을 하려면 쉬어둘 필요가 있었다. 아내와 옆 환자의 아내는 단짝인 듯 그렇게 다정히 문을 나섰다. 
  샤워, 나는 샤워가 아니라 김이 무럭무럭 솟고 몸을 담근 만큼 더운물이 탕을 넘치는 이른 아침의 대중목욕탕 속에다 몸을 담그고 싶었다. 그리고 더운물에 푹 몸 불려 때를 밀고 싶었다. 아니 자꾸만 뒤틀리려고 하는 내 마음속에 낀 때를 밀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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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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