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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관계 (하)

소설가 김외숙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Oct 03 2025 08:47 AM


  아내들이 떠난 병실은 적막했다. 늘 같은 방향으로 부른 배를 부려놓은 듯 누운 옆의 환자는 아내가 없음에도 쉬이 잠을 청한 것 같았다. 그러나 아내가 병실에 없으니 어쩐지 이 병실에 혼자 격리된 듯 나는 쓸쓸했다. 

  문제는 몸의 아픈 부위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서 비롯되는 마음인 것 같았다. 이제 시작이라는데, 앞으로 긴 병과 마라톤을 하듯 해야 한다는데, 그래도 결과는 옆의 환자와 같을 수도 있다는 데 하는 생각을 하노라니 잠이 오지 않았다. 
  설령 그러하다 할지라도, 옆 남자처럼은 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지푸라기에 매달리듯 사탕 알에 매달리지는 않으리라. 테리 시아보처럼 내 목숨이 남의 시빗거리가 되게 하지도 않으리라. 
  아내는 따스한 물이 흐르는 샤워 꼭지 앞에 서 있는 것일까? 발가벗은 아내가 긴 젖은 머리로 샤워 꼭지 아래에 서 있는 상상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게 야릇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병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건강할 때는 바빠서, 이제는 아파서 아내를 여자로 품어본 지도 오래된 것 같았다. 병실을 나가면 제일 먼저 아내부터 품에 품어보리라며 깜빡 잠이 들었나 보았다. 
꿈인 것 같기도 했고 생시인 것 같기도 했다, 흑흑 흐느껴 우는 그 소리가. 
그것은 어금니 사이로 터질 듯 비어져 나오는, 가슴을 쥐어 비트는, 울음소리였다. 
  ‘꿈인가?’
  비몽사몽간에도 작은 침대에 새우처럼 자던 아낸가 하여 팔을 뻗어 내 침대 아래쪽의 간이침대를 더듬었다. 그러나 간이침대는 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시 잠을 청했다. 종일 온갖 잡다한 생각에 하도 시달리니 꿈도 흉흉한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잠을 청했다. 잡다한 꿈 없이 잠자고 싶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다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억눌린 것 같은 울음이 악다문 이빨을 비집고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 반짝 눈을 떴다. 말초신경까지 곤두서는 듯했다. 얼른 일어나지 못한 채 소리 나는 쪽으로 최대한 귀를 열었다. 울음소리, 그것은 분명 옆 환자 쪽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죽였다. 그러다 내 머리맡의 불을 조심스레 켰다.
 “어디 아프세요?”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더럭 겁이 났다. 급기야 간호실에다 연락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는지도 몰랐다. 
 “아프세요, 어디? 간호사에게 연락할까요?”
  내가 다시 다급히 말했다. 어쩌면 통증을 동반한 다른 증세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간호실에 갈 요량으로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발끝에다 슬리퍼를 걸었다. 
 “가지 말아요.”
  그가 이불 속에서 말했다.
  “...?”
   그 말에 붙들려 내가 엉거주춤하니 그 자리에 섰다. 
  “가지 말아요.”
  그가 다시 말했다. 내가 그의 침대 곁으로 갔다. 그가 머리까지 쓴 이불을 벗겼다. 녹슨 청동 투구 같은 그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이오?”
  내 키를 그의 침대 높이로 조절하였다. 그가 펌프로 지하수를 퍼 올리듯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서워요, 너무나.”
   그가 느닷없이 무섭다고 했다. 
  “무섭다니, 뭐가 무섭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자는 사람을 깨워놓고 한다는 소리가 어린애처럼 무섭다니 내가 울컥 짜증이 솟구쳤다. 나는 잠을 많이 자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여자처럼 될까 봐, 오래 죽지도 않고 산 사람들만...”
  그가 또 흐느꼈다. 그 여자라면 TV속의 테리 시아보라는 여자를 말하는 것일까? 며칠간 틀어놓은 TV에서 보여준 그 뉴스에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도 그는 다 본 모양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근데 방법이 없어서 사탕을 깨무는데 그래도 무서워서...”
  ‘무서워서 사탕을 깨물었다고?’
   내가 덜 달아난 잠을 쫓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내가? 당신이야말로 내게 안 보여줘도 될 것까지 다 보여주며 겁주고 있지 않소?’
  설핏 솟구치는 연민을 내가 억누르며 속으로 소리쳤다. 
‘나는 무섭지 않은 줄 알아요? 나도 무섭다고요, 바로 이런 당신 때문에.’
  그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아 내가 그의 증세를 몰랐다면 나는 그처럼 이 병이 무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말없이 이 병의 끝을 보여주며 겁을 주지 않았던가? 그가 살고 싶듯, 나도 살고 싶다. 아니 당연히 오래, 건강히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가 이제 와 무섭다면, 나는 어떡하라는 거야? 
나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내 손은 두렵다는 그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마구 떨고 있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와주세요!”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생각보다 강한 힘이 내 손목에 느껴졌다. 그는 이 힘으로 사탕을 깨물었던 것일까?
   “무엇을 말이요?”
    갑작스레 잡힌 내 손목에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느끼며 내가 물었다. 
   “제발, 부탁해요, 날 좀 도와줘요, 죽을 수 있도록!”
   “예?”
    내가 기울인 몸을 흠칫 뒤로 제켰다. 그와 내가 무슨 관계이기에 이렇게 무례하고 어이없는 요구를 하는가? 나는 그의 목숨이 걸린 튜브의 제거를 주장할 수 있는 아내도 아니고 부모는 더욱 아니었다. 
  갑자기 전신에 왕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이제 곧 퇴원을 앞둔, 그래서 코에 단내가 나도록 다시 일을 해야 할 사람에게 말없이 겁을 주더니 이제는 나를 살인자로 만들 셈인가? 아니면 두려움으로 지레 죽게 만들 셈인가?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내 병 때문이 아니라, 병실 한번 잘 못 얻어 이 사람 때문에 지레 죽을 것 같았다. 그가 녹슨 청동 투구 같은 얼굴에다 눈물이 범벅이 된 모습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내 손목은 여태 완강한 그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죽여 달라는 그 눈빛이 살려달라는 처절한 하소연 같았다. 
  ‘그렇게 두려우면 차라리 죽으시오, 혼자 뭔가를 할 수 있을 때. 당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는 낼 수 없었다. 그가 내 손목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있었다. 베개에서 머리를 치켜든 채 날 주시하는 그의 이마가 진땀으로 번들거렸다. 마치 내 대답이 그를 살리거나 죽이기라도 하는 듯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전신의 힘을 모은 것 같았다. 
  나는 뭔가를 말해야 했다. 뭔가를 말하지 않고는 결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다문 입가에다 한 번 힘을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죽지 못해요. 아니, 죽을 수 없을 거요. 죽기에는 이미 사탕을 너무 많이 깨물었단 말이요! 병원이 장난으로 사탕을 준 줄 알았소?”
  내가 소리쳤다. 아마도 그가 깨무는 사탕 소리보다 훨씬 큰 소리였으리라. 
  그가 갑자기 말문을 닫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씨근대며 노려보았다. 한참을 올려다보던 그가 눈길은 내게 둔 채 치켜든 고개를 스르르 베개에다 눕혔다.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스르르 미끄러지는 것 같더니 내 손끝에서 멈췄다. 잠시 멈칫대던 그의 손이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잡은 내 손에다 강하게 다시 한번 힘을 주더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내가 그에게서 풀려나 침대로 와 몸을 눕혔다. 마치 복잡한 관계에서 풀려나기 위해 바짝 용을 쓰기라도 한 듯 피곤했다. 피로에는 사탕이 효험이 있다고 간호사가 말했었다. 나는 머리맡의 사탕 한 알을 집어 껍질을 벗기고는 입에다 넣었다. 그도 사탕 껍질을 벗기는지 셀로판종이 소리가 났다. 곧, 와자작 깨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리리라. 
아내가 없는 밤, 나는 내 아내처럼 사탕을 오래 입 속에서 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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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외숙

 

The article is funded by the Government of Canada through the Local Journalism Initiat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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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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