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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핵심광물에 미국 자본 진입
정부 대응 여부 밝히지 않아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Oct 03 2025 12:23 PM
전문가들 “국가 안보 검토 필요” 지적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에 본사를 둔 광물 기업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와 이례적인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정부는 이를 검토 중인지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행보는 최근 캐나다가 외국 국영기업의 핵심 광물 분야 진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과는 배치된다.
글로벌 뉴스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일 밴쿠버에 본사를 둔 리튬 아메리카스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 광산 중 하나로 꼽히는 새커 패스(Thacker Pas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해당 프로젝트는 제너럴 모터스(GM)와의 합작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미 에너지부는 리튬 아메리카스와 새커 패스 프로젝트에 각각 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총 22억6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조건을 재협상한 직후 성사된 것으로, 리튬 확보를 통한 중국 의존도 축소가 핵심 목표로 거론되고 있다.
리튬 아메리카스는 명목상 캐나다 기업이지만, 주요 사업은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자산 역시 미국 내 최대 리튬 매장지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캐나다 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한 사례는 전례가 드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캐나다의 경제적 독립성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통상 전문 로펌 허먼 앤 어소시에이츠(Herman & Associates)의 로렌스 허먼(Lawrence Herman)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캐나다 핵심 광물 분야에 직접 투자한 점에 대해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재 미국이 교역 및 지정학적으로 캐나다에 우호적인 파트너라고 보기 어렵다며, 외국 정부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지분 취득은 반드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튬 아메리카스 측은 캐나다 정부와 이번 대출 또는 새로운 조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입장을 유보했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대변인은 글로벌뉴스의 질의에 모든 답변을 거부하며, 대신 외국인 투자 중 국내 경제에 실질적 이익이 되는 경우를 환영한다고만 밝혔다.
이 부처는 외국인의 주요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법(Investment Canada Act)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며, 국가 안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규모에 관계없이 검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에 따른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특정 투자 건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허먼 변호사는 이번 사례가 투자캐나다법의 국가 안보 검토 조항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적절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우호적인 국가가 아님을 감안할 때, 캐나다는 경제 안보를 중심으로 외국 정부의 투자에 더욱 엄격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광물기업 지분을 취득한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투자 검토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AP통신
캐나다 정부는 2022년에도 세 곳의 중국 자원회사가 캐나다 핵심 광물 기업에서 지분을 처분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당시 프랑수아 필립 샹파뉴(François-Philippe Champagne) 혁신부 장관은 외국 국영기업의 광물 분야 개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으며, 안보 검토의 기준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투자법을 개정해 경제 안보 위협도 안보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투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달간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7월에는 미국 국방부가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에 15% 지분을 투자했고, 8월에는 인텔(Intel) 지분 10%를 확보했다.
미국 내 각료들도 정부의 지분 참여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 에너지부 장관은 리튬 아메리카스 지분 취득이 중국산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해 '51번째 주 발언을 다시 꺼내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그는 최근 버지니아주 콴티코(Quantico) 군사시설 연설에서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참여 의사를 밝히자, “그냥 우리나라에 편입되라. 그러면 공짜로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발언은 캐나다 전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가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은 캐나다의 광물 자원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리튬 아메리카스 거래를 투자법에 따라 검토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지분 규모가 작고, 정치적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해 정부 개입은 실익이 없다고 본다.
덴튼스캐나다(Dentons Canada LLP)의 외국인 투자 검토 부문 공동의장 샌디 워커(Sandy Walker)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자산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캐나다 기업에 소액 지분을 투자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상당한 외교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커 변호사는 현재 캐나다 정부가 미국을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국가로만 보기는 어렵고, 미국발 투자를 보다 신중히 평가할 수는 있지만, 리튬 아메리카스에 대한 개입은 정치적 위험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투자법은 드물게 사용되지만 과거 미국 기업의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건 전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8년, 밴쿠버에 본사를 둔 맥도널드, 디트윌러 앤 어소시에이츠(MacDonald, Dettwiler and Associates)의 우주 기술 부문이 미국 기업에 매각되려던 시도로, 당시 캐나다 산업부 장관 짐 프렌티스(Jim Prentice)는 해당 거래가 캐나다에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최초로 외국인 인수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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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