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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열차, 시간 속을 걷다
1950년대 지하철이 남긴 기억과 흔적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Oct 03 2025 02:27 PM
TTC의 현대식 지하철 차량은 1950년대 초기에 운행을 시작한 초기 지하철과 비교할 때 큰 진화를 보여준다. 현대의 지하철이 2011년 첫선을 보이기 전까지, 토론토를 대표하던 차량은 강렬한 붉은색 외관이 특징인 ‘G 시리즈’였다.
G 시리즈 지하철은 1954년 TTC가 첫 지하철 노선을 개통하면서 운행을 시작했고, 도시의 급행 교통망이 확장되는 동안 무려 36년간 현역으로 활약했다. 해당 차량은 1953년부터 1959년 사이 영국의 글로스터 철도차량회사(Gloucester Railway Carriage and Wagon Company)가 제작했으며, 당시 런던 지하철에서 운행되던 Q38 및 R스톡 열차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이후 G 시리즈는 1962년부터 도입된 M 시리즈와 1965년 등장한 H 시리즈 차량에 밀려 점차 물러나게 됐고, 1990년을 끝으로 완전히 퇴역했다. 퇴역 이후 일부 차량은 페루 리마의 신규 지하철망에 재사용될 가능성도 검토됐으나, 최종 협상은 무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 138대가 제작된 G 시리즈 중 대부분은 1991년 초, TTC 윌슨 차량기지(Wilson Yard)에서 해체됐다. 단 두 대의 차량만이 폐기 과정을 피해 현재까지 원형을 유지한 채 보존돼 있다. 이 차량들은 온타리오주 밀튼의 헐튼카운티 라디얼 철도박물관(Halton County Radial Railway)에 전시되어 있으며, 일반인도 탑승 가능하다.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G시리즈 열차 사진. 헐튼카운티 라디얼 철도박물관
헐튼 철도박물관은 주로 은퇴한 노면전차와 오래된 교통수단을 보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TTC 과거의 제설 차량과 레일 연마 차량 등 다양한 특수차량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전시품이 바로 G 시리즈 지하철 차량이다.
전시된 차량 내부에는 복원된 당시 광고들이 그대로 걸려 있어 관람객에게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시된 광고에는 스카이돔(SkyDome, 현재의 로저스센터)이라는 명칭이 여전히 사용되며, 주택 한 채의 가격이 6만7천 달러였던 시절을 상기시킨다.
밀튼의 철도박물관에서 열차를 탑승할 수 있는 현재의 전시는 G 시리즈가 처음 대중에 소개됐던 1953년 캐나다 국립박람회(CNE)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박람회에서는 TTC가 이듬해 개통 예정이던 영 스트릿(Yonge Street) 노선을 홍보하기 위해 가상의 지하철역을 만들어 G 시리즈 열차를 탑승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큰 인기를 끌었다.

1953년 전시된 G시리즈 열차 사진. 토론토 기록 보관소
퇴역 후 35년이 흐른 지금, G 시리즈 차량은 더 이상 TTC 선로를 달리지 않지만, 밀턴의 철도박물관에서 여전히 그 시대의 흥분과 기대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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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