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말기암 환자 박옥규옹 자서전 출판
철저한 자기관리로 '6개월 시한부' 극복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Oct 08 2025 03:08 PM
8순에 컴퓨터 배우고 편집까지 끝내
【조욱 객원기자】 말기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온타리오주 런던 거주 박옥규(2023년 1월11일자 1면)씨가 생명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자서전을 발간했다.
‘컴맹’인 86세 노인은 장장 5년 동안 컴퓨터 한글프로그램에 도전, 하루 여러 시간을 끈질기게 배워 자판을 두들기며 사진을 넣고 편집까지 끝냈다.

박옥규씨의 자서전 커버.

지난달 24일 온주 런던에서 열린 박옥규씨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책 출간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둘째 딸 앤젤라씨, 첫째 딸 애니타씨, 박씨, 아들 앤드류씨. 촬영 김항석씨
9순을 바라보는 '시한부' 암환자가 이룬 업적치고는 세계 토픽감이 될 만하다. 지팡이에 의지하는 그는 의자에서 여러 번 넘어지면서도 컴맹 탈출 의지를 꺾지 않았다.
'6개월' 판정을 받았던 대장암은 박씨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투지에 놀라 달아났는지 다행히도 그는 5년여 추가된 생명을 산다.
한국이 춥고 배고플 때 서독 탄광에서 광원(광부)으로 젊음의 한때를 바친 그는 1968년 캐나다로 이민한 ‘구포’, ‘원주민’이다. 박씨는 토론토에서 서남쪽으로 2시간 거리의 런던시에서 아내 송영자씨와 함께 편의점, 세탁소 등을 경영하며 세 자녀 키우기에 전념했다. 70세에 은퇴한 뒤 부부가 인생 처음으로 골든타임을 즐기려 했을 때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부인이 2018년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유언으로 런던 빅토리아병원과 웨스턴대학교 음대, 키와니스 음악재단에 기부금 희사를 당부했고 박씨는 유언을 존중, 즉시 실천했다.
'박옥규 집사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지난달 24일 런던한인교회에서 열렸다. 참석한 지인과 가족 등 80여 명은 굴곡진 삶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박씨의 노고와 공헌에 크게 감동했다.
친구 공천수씨는 축사에서 "60년 전인 1965년 그와 함께 독일로 가서 땅속 깊은 탄광에서 뼈를 깎는 중노동과 죽음의 공포가 함께하는 세월을 견뎠다. 서로 의지하면서 위로하고 격려한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러 면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아내를 먼저 보냈지만 3자녀를 잘 키우고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 성공한 재외동포란 바로 그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씨의 자녀들은 "아빠는 팔순이 넘어서 배운 컴퓨터 실력으로 3년에 걸쳐 자서전을 기록하고 편집했다. 그후 꼼꼼하게 교정하시느라고 2년을 더 소비하셨다. 아버지의 노력과 열정은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이었다. 엄마와 함께 우리 자녀를 희생적으로 키우신 것을 우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주인공 박씨는 이날 소감을 한마디도 발표할 수 없었다. 마이크를 잡았으나 한국과 독일, 캐나다 3국에 걸쳐 80여년간 살면서 쌓인 삶의 응어리와 희비의 추억이 벅차올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박씨의 큰 딸 애니타씨는 미국에서 스페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피아니스트인 둘째 딸 앤젤라씨는 웨스턴대학교(Western University·전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음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막내 앤드류씨는 응급의학 전문의사로 2022년 온주의사협회장으로 당선됐다. 아시아계로는 최초였다. 앤젤라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런던과 토론토에서 여러 번 피아노 연주실력을 보인 재동이었다.
www.koreatimes.net/핫뉴스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