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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란법 발동 검토 논란
연방·지방 갈등 격화... 법적 해석도 분분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Oct 08 2025 02:58 PM
CBC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내 범죄 대응을 이유로 반란법(Insurrection Act) 발동을 시사했다. 해당 법은 연방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국내 소요 사태를 진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로 지난 30년간 대통령에 의해 사용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시장이 이끄는 도시들에서 범죄가 통제 불능 상태라고 주장하며 연방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법원이 개입을 막거나 주지사 또는 시장이 대응을 저지한다면 해당 법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히며, 도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 민주당 주도 지역의 지도자들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서는 연방 정부 개입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주 정부는 연방의 개입을 요청한 적도, 환영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반란법은 군 또는 주 방위군을 동원해 폭동이나 반란을 진압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1807년 반란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8세기 말부터 1871년까지 여러 차례 제정된 법률들의 집합체다. 조지타운 대학교 스티븐 블래딕(Stephen Vladeck) 교수에 따르면, 반란법은 포괄적인 군사력 사용 근거가 되는 여러 법률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은 1878년에 제정된 ‘포세 코미터터스 법(Posse Comitatus Act)’의 예외로 적용될 수 있다. 해당 법은 연방 군이 국내 치안 업무에 관여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반란법이 발동되면 군은 수색이나 체포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이 민간 치안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전통적으로 강한 거부감이 존재해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로스앤젤레스와 다른 도시들에 주 방위군을 파견할 때에는 다른 법률인 미국 법전 제10편 12406항(Section 12406 of Title 10 of the U.S. Code)을 근거로 삼았다. 이 조항은 주 방위군이 민간 법 집행 활동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연방 자산이나 요원을 보호하는 데에만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군 병력이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일상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반란법이 명확하지 않은 용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레넌 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의 조셉 넌(Joseph Nunn) 연구원은 반란법의 문구 중 '반란(insurrection)', '내란(domestic violence)', '법 집행 방해(obstruction to the execution of the laws)' 등 핵심 용어들이 법률상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로라 딕킨슨(Laura A. Dickinson) 교수는 특히 반란법 제253조가 모호하게 구성돼 있어, 단 두 사람 이상의 계획된 소규모 시위나 경찰 활동을 방해하는 행동도 연방군 개입의 사유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각 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군 동원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오리건주의 댄 레이필드(Dan Rayfield) 법무장관은 현재 오리건에는 침공이나 반란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군을 도로에 배치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의 J.B. 프리츠커(J.B. Pritzker) 주지사도 트럼프 행정부가 평화 시위를 폭도로 몰아가며 최루탄과 고무탄을 사용해 반란법 발동의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도시들이 여전히 서방 국가들에 비해 높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반적인 폭력 범죄율은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의 수준보다 낮아진 상태다. 특히 팬데믹 기간인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일시적으로 범죄율이 상승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의 경우 올여름 기록된 살인 사건 수는 196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카고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525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연간 900건 이상을 기록했던 때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시 범죄 대응을 이유로 반란법 발동을 검토하면서 연방정부와 민주당 주정부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AP통신
반란법은 역사적으로 약 30차례 사용됐으며, 가장 최근 사례는 1992년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 대통령 시절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윌슨(Pete Wilson)의 요청에 따라 발동된 반란법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폭동과 방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당 사건은 로드니 킹(Rodney King) 사건과 관련된 경찰관 무죄 판결 이후 벌어졌으며, 약 60여 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부상, 6,000명이 체포되었다. 피해 규모는 약 10억 달러에 달했다.
1967년에는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이 디트로이트의 인종 폭동 진압을 위해 반란법을 발동했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대통령과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인권 운동가나 흑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법을 사용했다. 가장 역사적인 사례는 1861년 남부 여러 주가 연방에서 탈퇴하려 하자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반란법을 발동한 경우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반란법 발동을 제약받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브레넌 센터의 넌 연구원은 1827년의 한 판례에서 대통령이 군을 동원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가진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은 대통령이 악의적으로 행동하거나, 정당한 판단 범위를 넘어서거나, 명백히 법률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경우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미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행한 여러 행정명령, 예를 들어 대규모 강제 추방이나 연방 공무원 해임과 같은 조치에 대해 서명 없이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광범위한 권한을 인정해왔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보수 성향 판사가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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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