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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 친구가 된 스마트폰
기술이 설계한 유대감, 일상을 장악하다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Oct 09 2025 01:42 PM
비영리 미디어 네트워크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캐나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SNS, 게임, 스트리밍, 인공지능 챗봇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콘텐츠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있지만, 이 모든 현상의 근본을 이해하려면 기기의 특성과 기능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요크 대학교 로레인 아이더슨(Lori Emerson)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인간의 삶 속에 살아 움직이는 존재처럼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더슨 교수는 이러한 기기들이 사용자의 신체 반응에 반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사용자와의 정서적 유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굴 인식, 지리 위치 정보, 터치스크린, 진동, 소리 알림, 오디오 및 모션 감지 등 다양한 기능들이 감각적·심리적 반응을 유도하며 스마트폰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개별적으로 보면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기 어렵지만, 복합적으로 작동할 경우 기기를 친밀하고 민감하며 사용자를 잘 아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얼굴 인식 잠금 해제 기능은 사용자의 얼굴을 알아보는 즉시 화면을 켜고 잠금을 해제하며, 애플은 2017년 페이스ID(Face ID)를 소개할 당시 “기기가 당신을 알아보고, 학습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기기가 사용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일부 기기는 손을 흔드는 동작을 카메라 촬영을 촉발하는 제스처로 재해석했다. 지리 위치 정보 기능은 사용자의 위치를 지도 위 점으로 표시하는데, 사용자는 이 점을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닌 ‘자신 그 자체’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감각적 신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터치스크린은 미세한 반응으로 사용자에게 촉각적 피드백을 주고, 진동과 소리 알림은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알림이 없는데도 기기가 울리는 것 같다고 느끼는 ‘팬텀 진동 증후군’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오디오 및 모션 감지 기능은 사용자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예컨대 사용자가 기기를 집어 들면 벨소리가 줄어드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능의 대부분은 원래 다른 용도로 개발됐다. GPS는 1970년대 초 미국 군대에 의해 개발된 후, 등산객이나 선원들이 길을 찾거나 조난 시 위치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진동 알림은 1970년대 후반 병원 직원이나 영업사원 등 직장인을 위한 호출기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리 알림은 1990년대 디지털 반려동물 ‘다마고치(Tamagotchi)’를 통해 대중화됐다. 다마고치는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요구하며 어린 사용자들에게 가상 반려 기기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학습시켰다. 수업 중 방해 요소가 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사용이 금지된 점도 현재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스마트폰은 감각적·정서적 기술로 사용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점점 더 강한 의존과 개인정보 침해를 유도하고 있다. 언스플래쉬
스마트폰은 이제 사람의 정체성과 행동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동시에, 사용자의 사적 행동까지 기록되는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기의 각종 센서는 계속해서 소리, 움직임, 거리 등을 측정하며 작동한다.
기기가 사용자의 일상적 신체 활동을 추적하며 수집하는 정보는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민감한 영역이다. 수면 상태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디오 및 모션 감지 기능을 통해 기기는 사용자의 수면 시간과 습관을 파악하고, 이를 건강 관련 앱을 통해 생체 정보와 함께 공유한다.
더 정교한 얼굴 인식 기술은 단순히 얼굴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표정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기분이나 집중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축적된 데이터는 사용자의 신체적 행동, 오프라인 인간관계, 감정 상태 등 개인의 취약성을 기업이 이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프로필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존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설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위치 공유 기능은 길 찾기가 필요할 때만 켜고, 소리나 진동 알림을 최소화하면 기기로부터 일정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얼굴 인식 대신 암호 잠금 기능을 사용하면 기기를 하나의 기계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며, 타인이 기기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기능이 제한된 이른바 ‘덤폰(dumb phone)’은 기기의 활용도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끊김 없는 연결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시대에는 확산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제조업체들도 공장 출하 단계에서 침습적 기능을 꺼진 상태로 설정하거나, 기능의 목적과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해 보다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스마트폰 의존 현상을 논의할 때에는 SNS, 게임, AI 같은 개별 콘텐츠뿐 아니라 스마트폰 자체가 어떻게 사용자의 주의를 끌고, 정서적 충성도를 유도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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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