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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랜드 벨루가, 구조 시급
내부 고발자, 열악한 사육 실태 폭로
- 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
- Oct 14 2025 08:36 AM
CP통신에 따르면, 나이아가라폴스에 위치한 해양동물 테마파크 마린랜드(Marineland)의 열악한 시설과 인력 부족, 자원 고갈로 인해 벨루가들이 생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고된 벨루가 트레이너는 이들 벨루가를 즉시 구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린랜드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했던 크리스티 버제스(Kristy Burgess)는 올해 2월 한 마리의 어린 벨루가가 안락사된 사건 이후 내부 사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마린랜드가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을 받지 못하면 남아 있는 벨루가 30마리를 안락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래들을 협상 도구로 삼는 '역겨운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벨루가들이 더 이상 그곳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즉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지난 2019년 이후 마린랜드에서 벨루가 19마리, 돌고래 1마리, 범고래 1마리 등 총 21마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내부 문서 및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CP통신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그에 따르면 벨루가들이 생활하는 아틱 코브(Arctic Cove)와 프렌드십 코브(Friendship Cove) 수조는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로, 벽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콘크리트 조각이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래들의 혀에서 페인트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수조의 장식용 암석이 부서져 고래들이 먹으려 하거나 가지고 노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직원은 접시 크기의 무거운 돌을 수조에서 직접 건져내기도 했다.
또한, 수조의 수위 조절 시스템은 자주 고장 나며, 이로 인해 의료 처치를 위한 수위 조절이 불가능해 치료가 지연되거나 트레이너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연방 정부는 지난 2019년 통과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해외 반출 시 공연이나 번식 목적의 사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조앤 톰슨(Joanne Thompson) 연방 수산부 장관은 이러한 이유로 마린랜드의 중국 침롱오션킹덤(Chimelong Ocean Kingdom) 수출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나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장관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래들을 현재 상황에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환경과 운영난에 처한 마린랜드가 벨루가 30마리의 안락사를 경고하면서 구조와 정부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CP통신
마린랜드 측은 현재 파산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고래들을 타국으로 보낼 수 없게 되자 연방 정부에 긴급 자금을 요청했다. 이 자금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벨루가들을 안락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이러한 위협은 실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수의사나 돌보는 직원들이 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정부는 마린랜드 측에 새로운 이송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으며,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 공방은 연방과 주정부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더그 포드(Doug Ford) 온타리오 주총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연방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반대로 톰슨 장관은 동물 복지 관리는 주정부의 소관이라고 반박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2020년부터 마린랜드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벌여 왔으며, 현재까지 220회 이상 현장을 점검하고 33건의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 가운데에는 수질 문제, 수조 시설 유지 보수, 고래 및 돌고래 기록 유지, 돌고래·바다사자·물개 등의 환경 수준 관련 지적이 포함된다. 2021년에는 마린랜드의 모든 해양 포유류가 부적절한 수질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으나, 마린랜드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가 이후 이를 취하했다.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마린랜드의 상황이 점차 악화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7세 때 방문한 이후 마린랜드의 팬이었던 그는 15세 때 공원 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며, 이후 2022년 동물 관리자로 채용됐다. 처음에는 냉동 생선으로 벨루가 식단을 준비하는 업무를 맡았고, 이후 벨루가 전담 트레이너로 승진했다.
그에 따르면 마린랜드는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렸으며, 두 개의 벨루가 수조를 담당하는 직원은 18명에 불과했다. 이 중 실제 동물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인원은 교대 근무와 휴무, 병가 등을 고려하면 5~7명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원으로는 절대적인 케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본인의 근무 기간 동안 벨루가 7마리와 범고래 키스카(Kiska)가 죽었으며, 이는 동료들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극한의 날씨 속에서도 저임금에 시달리며 고된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자신은 시간당 18.50달러를 받았고, 더 경력 있는 트레이너들도 20달러 남짓을 받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2019년 연방정부가 사육 동물 번식을 금지하면서 마린랜드는 수컷과 암컷 벨루가를 분리해야 했다. 이로 인해 가족 단위의 벨루가들이 갈라졌으며, 특히 수컷 벨루가들은 공격성이 강해져 서로를 이로 긁는 레이킹(raking) 현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암컷 벨루가들은 수컷과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불안해졌다고 덧붙였다.
마린랜드 창립자인 존 홀러(John Holer)는 2018년에 사망했고, 이후 그의 아내 마리 홀러(Marie Holer)가 공원을 운영하다 2024년에 사망했다. 현재 마린랜드의 재산은 신탁에 넘겨졌으며, 고래들이 공원 부지 매각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지는 수억 달러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올해 2월 병약했던 7살 벨루가 에오스(Eos)의 안락사에 직접 참여했으며, 이 경험이 본인에게 깊은 슬픔을 남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에오스와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했으며,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전 고래들의 죽음은 흔적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직원들은 감정적인 정리를 하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가야 했다고 덧붙였다.
에오스의 죽음이 외부로 알려진 이후 마린랜드는 내부적으로 유출자를 색출하려 했고,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몇 주 뒤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이후 마린랜드는 그의 자리를 구인 사이트에 다시 올렸고, 그는 그 화면을 캡처해 공개했다.
버제스 전 트레이너는 현재의 위기는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 마린랜드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무관심과 마린랜드의 경영 실패가 겹쳐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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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련 기자 (press3@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