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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공산주의자, 카스트로

고 박상곤(칼럼니스트)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Oct 24 2025 03:46 PM


지난 22일 별세한 박상곤씨는 과거 본보에 여러 차례 칼럼을 기고했던 전 언론인입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뜻에서 그가 남긴 칼럼 중 본보 2008년 2월23일자에 실린 카스트로에 대한 칼럼을 다시 게재합니다.    

 

카스트로.jpg
피델 카스트로(1926∼2016). 나무위키 사진 

 

61년 4월15일, 쿠바 출신 조종사들이 이끈 일단의 비행편대가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의 주요 비행장들을 맹폭했다.

이튿날 밤, 니카라과의 푸에르토 카베자스에서 쿠바의 피그만으로 떠나는 1,500여 명의 침공군을 환송하면서,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지오 소모자는 “카스트로 턱수염을 선물로 뽑아와 달라”고 넉살을 부렸다.

이른바 ‘피그만 사태’ 전의 낭만적(?)인 분위기다. 피그만은 쿠바의 서해안, 광활한 늪지를 안고 있는 요충지. 17일 새벽 피그만에 상륙한 침공군은 지역 민병대의 완강한 저항에 당황한다. 새벽 3시, 현장에 나온 카스트로의 진두지휘로 펼쳐진 공방전은 하루 만에 평정, 1,180명의 침공군이 포로가 됐다.

며칠 후 카스트로는 이들 포로 전원과 장장 5시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역사적인 TV 공개토론을 갖는다. 이 토론회에서 카스트로는 혁명 후의 극적인 사회발전상을 설명하면서 외친다. “듣거라, 양키들아! 가난한 자들에 의한,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자들의 사회주의 혁명이 무엇인지 너희들은 아는가!” 피그만(The Bay of Pigs) 침공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주구였던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카스트로 혁명 후 눈에 띄게 향상된 국민의 생활수준과 이에 따른 카스트로에 대한 절대적인 국민들의 충성심을 과소평가한 데 있었다.

피그만 사태로 국내·외적인 입지가 더 강화된 카스트로는 보름 뒤인 5월1일, 쿠바를 ‘막스·레닌주의국가’로 공식 선포, 반미(反美)·자본주의타도의 선봉에 나선다. 중립을 견지하려던 그를 친소(親蘇)적으로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그해 10월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와 그에 따른 케네디 대통령의 급부상, 흐루시초프의 퇴진 등 일촉즉발의 냉전기류도 사실 카스트로의 원격조종에 의한 것이다.

그는 집권 후 쿠바적 특성을 지닌 사회주의를 개발, 40%에 이르렀던 성인 문맹자를 완전히 없앴고 선생 수를 2만6천에서 30만으로 늘려 고등학교 연령에 있는 청소년 90%가 취학, 세계 1위의 고등학교 취학률을 보였다. 의사도 6천에서 4만 명으로 늘려 개발도상국 중 인구비례로 가장 많았다. 무상교육과 무료진료는 잘 알려진 치적이다.

92년 이래 연간 60여억 원에 이르렀던 소련의 경제지원이 끊기고 47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그의 공산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의 공산주의에 대한 미련은 한결같다. 그는 “옐친은 공산주의를 신봉한 것을 후회했지만 나는 영원한 공산주의자”라면서 “공산주의의 잘못은 자본주의를 일찍이 없애버리지 못한 것”이라는 엉뚱한 주장도 한다.

그의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은 시대 착오일지 모르지만 미국에 대한 그의 증오심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개인적인 인기와 카리스마는 절대적이다. 해박한 지식과 설득력 있는 열변 앞에선 반대자들도 압도당한다. 그는 반대자들을 대부분 처형 대신 뗏목에 태워 추방한다. 국민을 위해 울 줄도 알고 에너지가 달릴 땐 자기사무실 에어컨을 끄고 절전운동에 앞장선다. 쿠바 내의 대학생과 보수지식층에겐 그는 정신적인 스승이다. 지금 당장 민주선거를 해도 80%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34분 비행거리에 있는, 그래서 ‘미국의 뒷마당’이라 불리는 섬, 쿠바. 이곳에 반세기 동안 틀어박혀 600여 차례의 암살기도를 비켜나가면서 세계 초강국과 겨뤄온 카스트로의 뚝심. 그는 미국이 만든 ‘영원한 공산주의자’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나에겐 오늘을 살고 있는 지도자들 중 가장 매력 있는 인물로 느껴진다. 김정일과는 하늘과 땅 차이의 공산주의자. 그의 은퇴생활에 복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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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public@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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