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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축제는 많지만, 특별한 축제는 없다’

황현수의 들은 풍월


Updated -- Nov 07 2025 12:53 PM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6 2025 09:52 AM


‘좋은 축제는 많지만, 특별한 축제는 없다’

 이번 가을을 고국에서 보내고 왔다. 은퇴한 막내 동생이 강원도 횡성에 살고 있어서 그곳에서 며칠을 함께 했다. “형, 이 옆 홍천에 가서 전통 시장도 구경하고 좋은 절이 있는데 좀 걷다가 올까?” 동생이 살고 있는 곳은 아침마다 호수에서 물안개가 피워 올라오는 경치 좋은 곳이지만, 횡성 군내에서도 20분이나 떨어진 외진 곳이다. 그래서 동생이 차를 태워 주기 전에는 꼼작 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여서 “좋지, 시장에 가서 점심도 먹자”하며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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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가을에는 각 지역마다 축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홍천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홍천 종합예술제>가 열렸다.

 

 횡성에서 홍천까지는 차로 40여분이 걸렸다. 홍천 전통시장은 볼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다. 바지락 칼국수와 팥죽으로 배를 채운 뒤에 근처에 있는 수타사(壽陀寺)로 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끼고 올라가면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산뜻한 공기가 가슴속 구석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다. 당초에는 공작산 봉우리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오랜만에 산행을 했더니 힘이 들어 중간에 그만 돌아왔다. 그래도 2 시간이나 걸었으니 나름 기특한 일이지 싶다. 

수타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 내에 있는 졸졸 흐르는 샘물에서 목을 축이고, 안으로 들어서면 중후한 자태의 흥회루(興懷樓)를 만나게 된다. 이 건물에 오래된 목어가 있는데 용 모양이 아니라, 물고기가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게 특이했고, 돼지코에 여덟 개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어 좀 으스스한 모습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홍천 종합예술제>라는 현수막을 보고, “저기나 한번 가볼까”하며 홍천무궁화공원으로 갔다. 원래 오후 4시에 시작이었는데 리허설이 길어져서 5시경이 다되어 시작되었다. 야외 공원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마련한 춤과 노래잔치였지만, 짜임새 있게 공을 들여 만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20여분이 지났을까, 지역 정치인인 듯한 사람이 오니까, 모두 웅성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도 나누고 악수도 하기에, 옆 사람에게 “저 사람이 누구예요?” 물었다. 

‘저 사람을 모르냐?’는 눈빛으로, “홍천 군수에요”한다. 이 사람 저 사람, 악수를 청하며 나한테까지 왔지만, 나는 외면했고 그는 머쓱했는지, 그냥 지나쳤다. 아무리 야외 공연이지만, 시작된 지 20여분이 지났는데 그때야 나타나서 관중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불쾌했다. 

이런 모습은 내가 프로듀서 시절에 지방 행사를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행태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군수는 인사말을 하고 나서 바로 자리를 뜨는 것이다. 잠시 뒤에는 군의원과 군청 관계자들도 자리를 비운다. ‘참, 토요일에 무슨 바쁜 일이 있다’고 저렇게 관료 티를 내야 하나 싶었다.

추석 연휴가 끼인 10월에는 고국의 어디에서도 축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광장, 바닷가, 고궁, 강변, 시장, 공원 등 방방곡곡이 잔치다. 축제는 춤과 노래, 소규모 장터, 먹거리 등이 어우러진다.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동네를 나서면 쉽게 축제가 열리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나같이 ‘재미없는 천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에게는 이 ‘공짜 구경’은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고국의 축제는 지역의 작은 행사를 합치면 연간 2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축제가 많아진 이유는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며, 각 지자체장들이 지역 경쟁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었다.

 잔치를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정치인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한 표’를 얻고자 하는 속내가 눈에 보인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축제는 헛헛하거나, 비슷비슷하고 전시 성 이벤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축제에 수 억 원, 수십 억 원을 쏟아붓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나 같은 공연기획자 입장에서는 이런 행사가 많을수록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좋은 축제는 많지만, 특별한 축제는 없다’는 것을 벌써부터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농산물 홍보, 가수 초청 공연, 먹거리 장터가 주를 이루어 축제 자체의 경쟁력과 매력을 떨어뜨린다. 축제 기획과 권한을 공무원이 아닌 전문 기획가나 지역 주민이 주축이 되어야 지역 정체성이 담긴 좋은 콘텐츠가 나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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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백일홍 축제>는 평창읍 평창강 옆에 조성된 꽃밭에서 열리는 축제로 매년 초가을에 열린다.

 

 홍천을 다녀 온후, 며칠 뒤에 <평창 백일홍 축제>에 다녀왔다. 평창읍 평창강가에 조성된 꽃밭에서 열리는 축제다. 이 축제는 2019년에 시작되어 매년 초가을 백일홍과 메밀꽃피는 시기에 이 개최된다. 이 축제는 넓은 강변이 온통 백일홍으로 물들어서 꽃이 주는 설렘을 즐길 수 있었다. 이 행사는 평창군에서 여는 축제는 아니고 민간 사업자가 주최한 것이다. 입장료 5천 원을 받았지만, 나름 알뜰하게 준비한 행사였다. 백일홍은 백일 동안 예쁜 꽃이 핀다고 이름을 얻었고, 꽃말은 인연, 순결, 기다림이라 한다. 

고국의 가을에는 이런 꽃 축제가 전국에서 수십 개가 펼쳐진다. 꽃은 슬픔을 겪고 난 후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부활의 행복을 마다하겠는가? 부활은 죽음과 같은 힘든 고비를 넘기고 맞는 삶이고 성공이다. 이런 부활의 느낌을 활짝 핀 꽃밭 속에서 우리는 대리 만족하는 것이다. 지역 마다 겹치는 ‘꽃 축제’가 많다고 느꼈지만, 어찌 되었든 고국에서 이런 꽃의 축제를 보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고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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