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인구는 조절 대상 아냐”
조영태·고우림 ‘인구와 부’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7 2025 01:47 PM
‘인구 수=노동력=성장판’ 벗어나 인구 변화의 사회적 맥락을 포착 “산업·행동방식 변화 필요” 강조 ‘적게 낳고 많이 지원’ 패턴 맞춰 프리미엄 영유아 제품 확대 등 국가·기업·개인 대응 사례 제시
1983년 77만 명이었던 국내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합계출산율 0.75%(2024년 기준)인 한국의 ‘압도적 저출생’은 이제 학계의 주요 연구 주제가 됐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역시 이 문제를 한국 경제 성장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혁신에 불리하게 작용”(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해 “장기 성장의 제약 요인”(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저출생은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청년 실업, 부동산 양극화, 지방소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 당국이 꺼내 든 방안은 애 낳은, 이왕이면 더 많이 낳은 ‘정상 가족’에 혜택을 몰아주는 출산 장려책이다. 그러나 국내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센터장(교수)은 “인구는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조절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9월 25일 경기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
신간 ‘인구와 부’는 ‘인구 수=노동력=경제 성장판’이란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저출생·고령화란 인구 구조 변화를 기본값으로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전략을 짜라고 조언한다. 50대인 조 교수가 30대인 고우림 인구정책센터 연구원과 함께 썼다.
2016년 40만 명 대 국내 출생아 수가 2020년 20만 명대로 줄어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년. 통계청이 인구 추계 예측에 실패할 정도로 빠른 변화다. 저자들은 인구 구조가 급변하면서 관련 제도, 관습의 괴리가 점점 커지는 ‘인구지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의 관점에서 인구 문제에 대응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2018년 교육부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30년 미래 교사 수를 실제보다 과대 예측해 교대·사대 모집인원을 정했고 5년 후 “교대 졸업하면 뭐하나, 600명 이상은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롯데몰 수원점 내 ‘뉴발란스 키즈’ 매장.
인구 증감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다. 사람들의 행동방식과 관계 구조, 산업의 작동 원리를 바꾸는 사회적 신호다. 일례로 국내 영유아 수가 주는 상황에서도 관련 산업은 날로 번성하고 있다. 이제 출산과 육아가 “소득·자산·교육 수준·주거 안정·정보 접근성·문화자본까지 충족한 특정 계층만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출산 가구 중 고소득층 비중이 54.5%인 반면 저소득층은 8.5%에 그쳤다. 2023년 전국에서 출생아 수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기초지자체는 서울 강남구였다. 서울대 인구정책센터는 이 현상을 ‘출산의 아리스토크라시(소수 특권의 지배)’로 명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 상위층만이 아닌, 다수의 부모가 프리미엄 영유아 제품을 추구하는 동조현상”도 나타난다. 저자들은 다분히 한국적인 이 인구 현상을 파고든 브랜드로 ‘가성비 프리미엄’을 앞세운 뉴발란스 키즈를 꼽는다. 미국 본사에 아동 전용라인이 없지만, 2013년 이랜드가 “적게 낳고 많이 투자하되, 합리적 가격과 브랜드 신뢰를 추구하는 한국 부모의 소비 패턴”에 맞춰 독자적으로 기획한 결과다. 이 모델은 2023년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다.
마찬가지로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이 동시에 맞물린 오늘날, 인구 규모를 늘리기 위해 각종 예산을 쏟아붓기보단 구성원 역량을 키워 생산성을 높이는게 현실적이다. 저자들은 숫자에 매몰된 관점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인구를 바라보고, 활동 영역을 넓혀 세계 인구 지형에서 생존, 성장 전략을 찾으라고 제안한다. 1990~2010년대 태어난 ‘잘파 세대’는 한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세대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인구 구조 변화에 국가·기업·개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다. 인구 변화 데이터를 찾고, 사회적 맥락을 해석해 비즈니스에 전략으로 연결하는 실용적 통찰도 함께 제시한다.

인구와 부·조영태 고우림 지음·북스톤 발행·344쪽
이윤주 기자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