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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간의 사랑은 만고불변의 법칙인가

이수지 '자연스럽다는 말'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7 2025 01:48 PM

한국 사회 민감 이슈 동성애 등 여러 동물 출산·생식행동 통해 ‘자연스럽다’ 표현의 허구 살펴 성전환 등 부자연적인 존재들 ‘섭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혐오·차별 조장 아닌지 되물어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첫 근대 국가는 뉴질랜드였다. 1893년 뉴질랜드의 결정을 서구 여러 국가가 뒤따랐다. 미국은 1920년 수정헌법을 비준해 여성 참정권을 명문화했고, 영국은 재산이 있는 30세 이상 여성에 주었던 투표권을 1928년 남성과 똑같이 21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로 확대했다.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한 스위스나 포르투갈은 놀랍게도 1970년대가 되어서야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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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Yes, Queer!'가 적힌 슬로건을 들고 퍼레이드 행렬을 맞이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부당하고 부자연스러운 이 제도적인 여성 차별을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했다. 여성은 가정과 아이를 돌보는 존재이지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여성의 이익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투표를 통해 정치적으로 대변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일리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념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흔히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을 쓴다. 정해진 이치라거나 자연의 순리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한 꺼풀 벗겨 보면 특정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았거나 기존 질서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일 막스플랑스 인구학연구소에서 인류의 출산과 생식 행동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이수지 박사는 에세이 모음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이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고 있다. 책은 시작부터 한국 사회의 민감한 이슈인 동성애 문제로 직진한다.

이성 간의 사랑은 만고불변의 법칙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병들었나. 저자는 여러 동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성끼리 성적 행동을 한다며 적어도 조류와 포유류에서는 이런 행동이 개체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고 말한다. 침팬지와 함께 인간에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보노보는 성적 행위의 거의 절반 정도가 동성 간에 나타난다. 이성애만이 자연의 철칙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생물 진화의 최고 단계에 있는 존재인가. 진화론은 상식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이제 ‘생명이 단순한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로 진화해 그 정점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심장은 개구리의 심장보다 더 진보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각각의 심장은 사람과 개구리가 살아가는 데 적합할 뿐 어느 것이 더 완벽하다는 기준은 없다고 한다. 진화와 진보를 착각하기 십상이나 자연에는 위계가 없다. 생물 각자가 고유할 뿐이다.

또, 여성은 돌봄과 공감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생각은 남녀 차이를 찾아 그것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해리 할로의 유명한 붉은털원숭이 실험은 새끼 원숭이에게 늘 함께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다들 아기에게 엄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대의 실험은 그게 꼭 엄마여야 할 이유는 없고, 엄마보다 또래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녀는 다르지만 그 차이가 각각 화성과 금성에서 왔을 정도로 크지 않다. 크지 않은 차이를 확대해서 받아들이고 그런 인식 아래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차별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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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는 말·이수지 지음·사이언스북스 발행·228쪽

 

우리는 자연에 가까운 어디쯤에 인간 행동의 원형이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그 원형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싸우지 않는 남자, 아이를 키우지 않는 여자,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은 부자연적인 존재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은 자연의 어디에서 인간 본성의 단서를 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다’는 주장에 자연의 진정한 원리가 담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눈에 자연의 파편이 포착된 것일 뿐이다. ‘자연의 섭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부지불식간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김범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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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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