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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없이 글 읽기 힘든 고도근시
녹내장 있으면 시력교정술 조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7 2025 02:03 PM
고도근시 심각한 합병증 주의 필요 근시성 신생혈관으로 시력 악화 안구 구조적 변형으로 황반병증도 녹내장은 젊은층에서도 발병 높아 스마트폰 등 더 보면 근시 위험↑ 6개월마다 망막단층촬영 검사를
“고도근시를 갖고 있으면 녹내장 같은 질환 위험도 높다고 하니 걱정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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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는 박모(27)씨는 안경이 없으면 글씨를 거의 읽을 수 없다. 안경 도수는 -7.5 안팎으로, 안경을 쓰지 않으면 코앞에 있는 글씨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다. 박씨는 “업무상 컴퓨터 화면을 오래 봐야 하는데 그러면 두통과 함께 눈이 뻑뻑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특히 밤이 되면 빛 번짐 때문에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겹쳐 보여 불편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멀리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고도근시는 근시가 매우 심한 상태로, 안경 도수가 -6 이상이거나 안구 길이가 26㎜(정상 안구길이는 23~24㎜) 이상이면 고도근시에 해당한다.
박씨처럼 고도근시를 겪고 있는 환자들 상당수는 단순히 ‘눈이 나쁘다’고 넘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도근시는 심각한 합병증을 몰고 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근시성 신생혈관이다. 안구가 길어지면서 안구를 감싸고 있는 망막 바깥에 틈이 생기고, 그사이로 새롭게 자리하는 ‘약한 혈관’이 근시성 신생혈관이다. 이 혈관이 새거나 터지면 망막 안쪽에 피가 고여 빛이 망막 신경세포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돼 시력이 더 나빠진다.
황반 근처에 생긴 근시성 신생혈관은 황반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시야 가운데 부분이 까맣게 보이는 중심 암점이 생길 수도 있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해 사물의 형태와 색깔, 명암을 감지하는 중요 부위다.
고도근시가 안구의 구조적 변형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박운철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의 뒤쪽이 늘어나면 망막과 시신경을 연결하는 부위(시신경유두)가 변형돼 잘 안 보이거나 흐리게 보이는 시야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구 뒤쪽이 늘어난 탓에 황반이 얇아지고 변형되면서 고도근시 황반병증을 앓게 될 수도 있다. 고도근시 황반병증은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오랜 시간 서서히 안구 길이가 길어지는 고도근시 환자의 경우 40, 50대 때 망막과 황반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60대 이후 황반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구가 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박 교수는 “근시성 신생혈관 등 안구 확장으로 인한 2차 질환은 주사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근시성 신생혈관은 안구에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억제제를 주사해 치료한다. VEGF는 체내에서 새로운 혈관을 만들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고도근시로 인한 또 다른 위험은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윤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고도근시는 안구가 길어지고 구조가 변형되면서 시신경이 쉽게 손상될 수 있어 녹내장 발병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근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14만5,321명으로, 이 중 30세 미만 환자가 전체의 약 68%를 차지했다. 노인 질환으로 여겨졌던 녹내장이 젊은층에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녹내장을 앓고 있는 고도근시 환자라면 시력교정술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각막을 얇게 만드는 라식 수술과 눈 안에 인공렌즈를 넣는 렌즈삽입술 모두 안압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압 상승은 이미 취약한 시신경을 다시 한 번 손상시켜 녹내장 진행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 전문의는 “시력교정수술 이후 일정 기간 투여하는 스테로이드 약물도 안압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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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근시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뉜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오래하면 근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디지털 노출 시간과 근시 발생 위험을 다룬 기존 연구 45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과 컴퓨터, 태블릿 등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이 하루에 1시간 증가할 때마다 근시 발생 위험이 21% 높아졌다. 근시 위험도는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이 1~4시간 사이에서 큰 폭으로 늘었고, 5시간 이후엔 위험 증가 정도가 완만해졌다. 김 교수는 “하루에 1시간 이상의 디지털 스크린 노출이 근시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도근시 환자는 눈 구조가 취약한 탓에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시력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6개월마다 망막단층촬영(OCT)과 안저(눈의 안쪽 면) 검사를 받고, 1년에 한 번은 안구 길이 검사를 통해 증가 양상을 관찰하는 게 바람직하다. 갑자기 시야의 한가운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거나 깜깜해지는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 교수는 “고도근시와 함께 당뇨망막병증, 망막박리 등 시력 저하를 불러오는 여러 질환 모두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작은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 눈앞이 번쩍이는 광시증도 망막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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